파우스트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자, 이런 책은 에지간해서는 깊은 쉼호흡을 열번정도 해도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시작한 이유는 학과공부때문이었고 1년을 넘겨 다 읽은 책이다. 범우비평판 문고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책은 저 표지 그림이 얼마나 살벌한 지 내내 책 날개를 빼놓고 읽어야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완전 창작소설이라기 보다는 파우스트 전설에 입각해 괴테가 자기의 인생관과 철학관을 반영하고자 약 60여년에 걸쳐 쓴 희곡이라 한다. 그 유명함에 대해서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는가. 우리같은 일반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 정작 진짜로 읽어보니 어떻드나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나 나누면 되지 않을까.

 

범우 비평판이 좋은 것은 이러한 대작들에 대한 꽤나 자세한 평론이 책 뒤에 적혀있어서 공부를 하기에도 좋다는 점. 그에 따르면 파우스트는 괴테가 집필할 당시 독일문학의 북방적 요소와 남방적 요소사이에서 꽤나 갈등을 했다는 점, 그리고 그 결합을 통한 독일민족문화의 재발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 본 파우스트는 일단 쉽지는 않다는 점, 그러나 매력적이라는 점, 그리하여 왜 내가 그리스 로마신화를 딸딸딸 외우지 못해서 주석을 자꾸 훔쳐봐야하는지, 그리고 왜 이 멋진 문장들을 100% 한번에 이해하지 못해서 자꾸 곱씹어야 하는지 좌절하게 하나 책을 내려놓기는 조금 아까운 감이 자꾸 드는 그런 책이라 하겠다. 연필을 하나 쥐고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여기 저기 줄을 긋게 되기도 하고 비극 제 1부나 그레트헨의 이야기등은 어, 나름대로 재미있는 걸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이 책이 정말 대단하게 어려워서 너무나 힘들어서 손도 대기 힘들고 시작도 할 엄두도 안나는 그런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번역을 하는데 얼마나 힘겨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100% 운문인지라 나름대로 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읽어보면 박자감도 느껴진다는 것.

 

어려운 책에 대한 선입견은 사실 닥쳐봐야 아는 법이다.

 

각설하고, 파우스트는 인간의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야 하며, 어디까지가 정의이고 어디까지가 선악인가를 늘 헷갈려하는 사람들에게 깊게 고민할 만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의 고뇌부분 역시 탁월하게(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묘사했다. 당시 자본주의가 성립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본다면 괴테정도 되는 작가들은 향후 이 고민이 몇 백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미리 한 듯하다.

 

1부에서는 인간의 선악, 욕망에 대한 고뇌가 중점이 된다면, 2부에서는 악마와 신을 모두 지배하고픈, 그러나 나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현실적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두고 두고 읽을 책이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이 책을 다시 꺼내서 처음부터 읽기는 힘들 것 같고, 줄 그어놓은 부분도 언젠가 다시 만나면 매우 새로울 것이다.

 

200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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