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들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어깨위에 올려진 검은개, 마지막을 향해 가는 걸음,
그리고 이유없이 입술이 자주 마른 젊은 날의 기억.

 

배수아는 지금 독일에 있다고 한다.


어느 날 타자연습을 하기 위해 누군가의 소설을 배껴 치다가 이런 거면 나도 쓸 수 있겠다 라고 해서 시작했다는, 쉽게 시작한 듯이 보이는 작가. 그러나 쉽게 읽히지 않는 작가 배수아.

 

배수아는 당나귀들에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의식의 흐름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설기법을 사용했다고 할 수도 있겠고, 유럽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네 라든가, 울프도 조금 보이는듯 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이 여인네는 다양한 자아의 소리를 당나귀"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듯, 통일된 주제 그러나 공통되지 않은 소재로 얽혀있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언어와 소통, 메타포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깨에 검은개를 올려놓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부담과, 이유없이 입술이 자주 마르던 젊은 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끊임없는 지식에의 허영, 慾心, 굶주린 야만의 역사, 천박한 시대.


책을 통한 구원, 편견과 사실의 부딪힘, 그러나 짠지같은 질박한 생명력에 대한 경외로 마무리 되는 이 소설은 소설의 형태를 빌린 사고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많은 소설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매우 낯설것이고 가끔 검은 개를 내가 매달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동일한 당나귀들에겐 매우 반가운 책일 것이다.

 

한국에 현재 활동중인 작가중에 몇 안되는 맘에 드는 작가중에, 배수아는 웬지 어딘가 옛 기억속에 있는 누군가를 닮았다. 그러나 누구인지 말 할 수 없다. 어쩌면 당나귀인, 내 스스로의 어딘가를 닮았느지도 모르겠다.

 

200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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