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리뷰]사진에 대한 필독서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사진학에 대한 책이 갈급할 때가 많다.
꼭, 굳이 사진학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사진에 대한 어떤 중요한 에센스들을 담고 있으면서, 조금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그리고 깊이 생각도 할 수 있을만한 문장들을 찾아 헤메이지만, 맘에 드는 문장들을 만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들이 아니다.
 
작은 노트같이 생긴, 이 밋밋한 느낌의 책은 Teaching Photography 라는 한글보다 더 큰 영어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이를테면 진짜 수업을 들었던 사람의 강의노트 같은 느낌이 있다.
고로,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이 이 두껍지 않은 책에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대략 어떤 에세이집이거나, 사진에 대해서 지껄이는 이야기겠거니 했던 나는 연필을 찾아들고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번역가가 적은 해설을 꼼꼼히 읽어가며 다시 읽었던 문장들을 뒤적거리게 했다.
 
이 책은, 말이 많지 않고, 사진도 많지 않다.
여백도 많고 숙제같은 것도 있다.
한 페이지를 읽고 가만히 생각을 해야하는 부분도 있다.
게다가 노트를 펴놓고 적어야 하는 과제물도 있고, 눈의 촛점 풀어보기와도 같은 연습도 있다.
 
어떻게 말할까..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나오는 그 모리같은 노교수가 간혹 가다 선문답 같기도 하지만 너무나 적확한,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들을 툭툭 던져주는 느낌. 그래서 아...하고 일주일동안 다음 화요일을 기다리게 되는 제자가 된 느낌을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사진학 교수이기도 한 Philip Perkis는 그 문장이 수려해 간혹 영문과 에세이 교재로 채택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진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정말 좋은 책이다.
 
사진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다면, 사진에 대해서 스스로와 논쟁하고 싶다면, 필립 퍼키스를 만나 연필을 들고 그의 강의를 들을 것.
 
2005.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