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여름 촌스러운 이름의 서른살 먹은 여자, 게다가 체격까지 좋으신.. 한 아낙네가 대한민국을 강타하였으니, 그녀의 이름은 김삼순.


그리고 그 김삼순을 만들어낸 자, 1973년생의 인터넷 소설 작가 지수현.

 

드라마가 인기몰이에 진입하던 시점에 간혹 책은 마냥 "즐거움"을 준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신랑이 선물해 줬던 책. 본인은 원래 아집과 우아라는 기괴한 컴플렉스에 둘러싸여 일부의 통속예술분야를 천시하는 아주 못된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 습성을 탈피하려는 방법이 몇가지 있다면 그 중에 가장 약발이 잘 듣는 것은 통속예술로 치부하기 어려운 우수한 작품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예술작이다 혹은 명작이다. 라고 일컬어 지는 것들의 공통점 중에 한 두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선미까지 갖추고 있다면 우수한, 인정할 만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만한, 통속예술작품의 명단에 오를 수 있겠는데, 사실 요즘처럼 제목만 잘 갖다붙이면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는, 규칙의 부재, 가치관의 혼란, 다양성의 인정..등등 여튼 정신머리 없는 세상,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세상에 이런 기준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마는, 현실을 돌아보자면 그래도 삼순이가 이상문학상 같은 것을 타거나 현대문학상 후보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이없기와 신선함으로 따진다면 "삼미슈퍼스타즈..."를 썼던 박민규라는 작가도 비등비등하겠지만, 발표매체가 인터넷이었다는 점이 일단 서류심사에서 탈락할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나 할까.

자, 그리하여 별 거 아닐만한, 무시해도 될만한 소설인 지수현이라는 인터넷 작가의 "내 이름은 김삼순"을 쫙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솔직담백한 삼순이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만큼정도만 되는 문체에 있다.


물론 이야기구조에 있어서는 교통사고라든가, 불치병이라든가, 어쩔 수 없는 허무맹랑한 장치적 구조가 존재하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지만, 그 외 삼순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와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지나치게 멍청하지도 그렇게 귀여니처럼 이모티콘을 남발하지도, 묘사에만 치중하거나 서술에만 치중하지도 않은 적절한, 딱 "내 이름은 김삼순"에 어울리는 작가의 문체에 있다.
 
드라마와 원작소설은 엄연히 다르다.


리메이크나 리바이벌의 다시 만들기 기법은 창작의 한 갈래이니까.


삼순이의 경우는 연애사건을 중심구도에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에 힘이 부쳐 헉헉대는 젊은 작가의 원작에 드라마라는 살을 입혀 소홀했던 조연들과 주변인물들을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물론, 어느 작품이나 읽는 사람맘대로 해석하게되겠지만 원작에서는 삼순이 심리의 울림이 너무나 크고, 작가가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지수현이라는 작가가 더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단련의 과정이 아닌가도 싶었다.

 

뭐든지 기대하지 않으면 좋은 소득을 얻는다고 느낀다.


소설 "내 이름은 김삼순"도 인터넷 소설이래..하고 보면 매우 괜찮다는 것. 굳이 찢어발겨 비평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글임에는 틀림없으며 3각구도 하나만 가지고 그 긴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내려 노력했던 작가에게는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를 살짝 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발전하기 나름이니까.

 

200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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