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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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Garcia Marquez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펴냄

문인들에게 인생을 바꾼 책을 한 권정도 꼽아달라고 하면 그 중에 많이 뽑히는 소설이 이 "백년동안의 고독"이다.
남미문학을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올려놓았다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은 수많은 평론가들과 문인들에게 일종의 도전이 되었을 만큼 어렵고, 복잡하고 다의적인 소설이다.
분명히 읽어볼만한 작품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책장을 처음 넘길 때부터의 그 낯설음때문에 꽤나 당황스러웠다.

번역은 소설가이기도 한 안정효씨가 담당했는데, 내 깜냥에 원본을 비교할 방법은 없겠으나 일단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고, 그 독특한 문체를 잘 살린 번역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번역에 대한 염려는 일단 맘을 놓아도 된다.

좋은 작품이 잘된 번역을 만났을 때, 그 독특한 문체를 모국어가 아님에도 깊이 느낄 수가 있게 되기 마련인데, 마르케스의 이 문체의 독특함중의 하나는, 마치 중세시대의 대서사시를 읽는듯한 대단한 만연체라는 것이다. 하나의 문장이 두세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열거법을 이용하고, 관계사를 중심으로 문장속에 문장이 파고들어 주종관계를 이루는 문장과 문장들이 구불거리는 뱀처럼 실타래를 틀고 구비구비 엮어져 있는 모양이라니, 그러면서 그 살아숨쉬는 듯한, 아니, 그 공기의 냄새까지도 전해질듯한 생생한 묘사는 쉼표에 의존하여 마침표를 만나는 그 순간까지 동공이 점점 커지며 숨이 가빠지는 책읽기의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대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언제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 숨결이 살며시 떨려오면서, '아.........'하는 나즈막한 한숨섞인 감탄사를 내놓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낼 수도 있구나' 하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그 치밀한 구성에 대해서 상당히 놀랐다.

신화주의적 소설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이 소설은 "좋은 시절, 혹은 좋은 시대"라는 뜻을 가진 부엔디아 가문의 영욕과 몰락을 중심으로 콜롬비아 역사와 인류의 역사, 원시와 문명의 충돌을 모두 조합한 치밀하고 세세한 구성과 구조로 탁월한 상상력, 전설과 신화, 토속신앙에 기초한 사람들의 습관과 종교와의 어우러짐, 정치중심에서 비정치적 비사회적 삶까지, 타락과 사랑, 그야말로 인간사의 대부분의 것들을 아우르는 요소를 가지고 춤추는 문체로 그 기나긴 이야기들을 숨차게 서술해 낸, 어쩌면 인간이 써낸 것 같지 않은 오래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전혀 고독하지 않았던 부엔디아 가문의 백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된 시간, 춤추는 문체로 햇살 뜨거운 남미의 어느 작은 마을 마콘도에서 썩어가는 해먹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200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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