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산 1
가오싱젠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중국최초,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이 영혼의 산은, 중국현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이다. 1989년에 쓰여진 이 책은 이후 중국에서 전면 출판 금지되었고, 이전 희곡작가로 명성을 잠시 날렸던 가오싱젠은 현재 중국현대문학사에서 밖으로 제껴진 진공상태에 있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이 나라의 문학사에서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이 작가는 중국에서 환영받는 작가가 아니다.

책을 산 지는 꽤 됬는데, 너무나 낯선 2인칭 기법의 첫 마디가 힘겨워 오랫동안 놓아두고 있다가 다른 소설들로 준비를 하고 이 책을 읽었다. 가끔 이렇게 읽기 어려운 책들은 다른 책들로 머리와 가슴을 씻어내고 준비를 한 상태에서 마치 제사를 지내거나 굿을 하는 듯이 정갈하게 읽어야하는데, 사실 그런 책들을 만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다.

소설은, 2인칭과 3인칭, 그리고 1인칭이 교차하면서 짧은 이야기들이 주르르 이어지는 고리를 물고 있다. 총 81장의 긴 이야기들은 사천성근교에서 영혼의 산을 찾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작년 여름, 그 땅에 다녀왔던 사람으로서 치미는 감정에 복받칠 수 밖에 없었다. 작가는 사천성을 시작으로 전설과 원시를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그 사이에 여자를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념의 세계를 흐늘거리듯 떠다닌다.

이 책이 소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만큼, 이 책은 특별하다.

한 장 한 장, 이야기들이 진행 될 때마다 호흡이 깊어져 잠시 책장을 덮고 심호흡을 하고 난 뒤에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소설을 읽는 내내 "피로 쓰라"고 했던 니체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때로 피로 쓰는 작가들이 몇 명정도 있다고 해도, 고행건의 이 소설은 피가 아닌, 쉼표마디 마디에 뚝뚝 떨어진 살점들을 집어파먹는 것 같은 고통과 치열한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었고, 검증된 작품이 가져다주는 아주 오래간만에 만난 미학에 대한 갈증의 해소가 있었다.

중국중부지방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가슴 파이는 여행을 책과 함께 할 수 있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영혼의 상처가 많아 떠돌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문장 한 문장을 두 서너번씩 읽어가며 그 발걸음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200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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