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루스 노부스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친한 동생이 책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 해서, 이 한권을 이야기했다. 
적잖게 비싼 (14,500원) 이 책은 내가 당대에 손꼽히는 글쟁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진중권의 미학에세이이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네 무덤의 침을 뱉어라"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의 책이라서 이 사람이 미학 에세이를 쓸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진중권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 유학해 미학보다는 언어철학에 집중했다가 요즘은 다시 전공으로 제자리를 찾은 모양인데, 이 책은 사회철학과 언어철학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꽤 수준높은 미학 에세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세이라는 것은 대부분 "경수필"로 치부되기 쉽지만, 사실 에세이가 여성적 감수성 가득한 "손가는 대로 쓴 수필"만은 아니니, 미학에세이라는 장르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스스로 생각해 봐야할 일이겠다. 

책 제목인 엥겔루스 노부는 파울 클레라는 작가가 그린 新天使라는 의미의 그림 제목이다. 그는 이 그림을 매개로 하여 르네상스, 바로크, 현대를 넘나들며 미학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전공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을만큼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을 피력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술술 넘어가는 그런 글은 아니다. 

왜.. 문화평론쪽에서 많이 이야기 되는 "담론"과 "텍스트"의 주제..그리고 메네시스 운운하는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해서 공부 좀 해야겠군..하는 자각성을 일깨우면서도, 작가의 개인적인 해석법에 따르고, 그에 멜랑꼴리라는 전체의 감성을 짙게 깔아 깊이 빠져 들어 읽을 수 있게 된, 좋은 글들이다. 

그림이 중요한 이 책은 당연히 모든 화보가 칼라로 되어 있고, 그리고 글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자리도 잘 잡혀있다. 

아웃사이더라는 "조직"이 이렇게 부르조아 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지는 몰랐지만, 적당한 지적 허영심과 적당한 반항성과 적당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읽기 편한 책. 엥겔루스 노부스를 통해 그림을 보는 감성을 일깨웠다. 

200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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