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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느낌표 선정도서의 강점중의 강점은, 많이 팔려나가다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엄청난 할인을 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제 도서 정가제를 하다보면 그 폭이 줄어들거나 그 혜택이 전혀 없어지겠지만, 어쨌거나 이 얇은 책을 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만큼 할인은 만족스럽다.
힘들게 써 낸 책을 보고 싸니 비싸니 돈 얘기만 하는 것도 참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한국에서의 책값은 전혀 싸지 않다. 원가를 그만큼 들여서 찍어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는 있지만 말이다. (나는 그저 소비자일 뿐이다..)
황석영씨는 우리 시대에 걸출한 소설가 중의 한 분이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정원"을 무척 감동적으로 읽었고, 그 분의 심상치 않는 전력에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소설가가 펴낸 동화같은 이야기라니 그 인상 역시 남달랐다.
모랫말 이야기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10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듯 묶여있고, 마지막 저자의 글은 젊은 시절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빠 어렸을 적엔.."이라는 식으로 들려주려고 적은 글이라고 했다. 언젠가 더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이번에 출판기회가 와서 더 써서 출판해야지 했는데 그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고..
모랫말 아이들이 이야기는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동화의 매력은 (굳이 동화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감동과 교훈 아니던가.
그러면서 나는 내 어린시절을 하나씩 곰씹어 볼 수 있었다.
이제 서른도 되지 않은 내가 30년도 되지 않은 기억들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내가 어쩌면 일부러 세월 저쪽으로 팽개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도 싶었고, 그래 나도 이런 기억이 있었어..라는 생각도 했고, 그 때의 이야기를 써 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하고 슬펐던 그 많고 많은 인생들 중에 황석영씨가 들려주는 모랫말 아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 눈시울을 적실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大家가 들려주는 소소한 동화같은 소설은 "쉬운 책"이라는 오명을 벗어던 질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표현 역시 지니고 있다.
2003.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