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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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할머니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31년생인 작가에게 박완서 작가라고 하기도, 박완서씨라고 하긴 더욱 더 곤란하다. 그래서 이런 독후감을 적을 때는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 박완서 할머니라는 호칭을 쓰곤 한다.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그저 작가가 "박완서" 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단편소설집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도착한 책을 보니 단편소설이 아니라 가벼운 산문집이었다. 

그러나, 산문집이 가볍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편견이 아니었던가.. 

박완서 할머니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몇년도인지 기억나지 않는, 옛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엄마의 말뚝"이라는 단편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장편소설은 쉽게 읽지 못하는 게으른 성격탓에, 대표작 나목은 읽지 못하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와 "아주 오래된 농담", "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읽었다. 

작가는, 마흔이 넘어서 작품을 시작했고, 그래서 박완서할머니의 소설은 내가 미처 닿지 못한 세월들을 쓰다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주로 50대, 그리고 60대가 되기도 하고, 또 어린 시절 작가의 영혼이 투영되기도 한다. 

이제 70대가 된 박완서할머니의 산문은, 지난 몇년동안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글을 모은 책인데,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 나이의 배어있는 오래된 삶의 흔적들과 작가의 인생을 꿰뚫는 통찰력, 그리고 겸손함이 곳곳에 가득하고, 이제는 세상을 접을 때가 되었고, 또 잘 정리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연한 세월이 배어있다. 

산문집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 선사했던 성숙한 작가의 산문이라면, 마치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천천히 쉬어가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한다. 

200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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