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방송 느낌표에서 추천하는 책을 많이 사가지고 왔다. 전부다는 아니지만, 예전에 이미 읽은 봉순이 언니를 제외하고 모두 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 중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라는 책은 내 기억으로는 몇 년전에 출간된 책이다. 
서점에서 그 주글주글한 한 촌로의 얼굴이 흑백사진으로 떡하니 박혀있는 그 모습과 책 제목을 보고 살까 말까 망설였다가 두께가 너무 얇아서 그만 뒀던 기억이 있다. 

주제도 안되면서 두꺼운 책이 제일인 줄 아는, 건방진 나의 자아가 그런 얇은 책에서는 얻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나도 이미 다 아는 것들일 것이라고 했던, 그 20대 중반.. 혹은 초반이었을게다. 

그 때, 누군가 그 책을 나에게 선물했다고 해도, 나는 시덥잖게 여겼을 것이고, 삶에 지치고 쩔어있던 그 시절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사람이 피폐해지는 것은 끝간데가 없어서 그 어떤 아름다운 글귀를 읽고 그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도 콧방귀를 뀌기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책도 무척 얇고, 글씨도 무척 크고, 군데 군데 사진도 들어있다. 그러니 말하자면 분량은 정말 얼마되지 않아 한꺼번에 쓱~ 읽고 내려가도 될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게 이 책은 그렇지 못했다. 

아주 평범한 농사꾼은 아닌 범상치 않은 이력과 아이러니한 그의 이름 전우익, 그가 지인들중에도 특히 스님과 보살님께 보낸 편지들은 인생과 흙과 땅을 바라보는 모든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답답한 이 세상과 비뚤어진 인상군상들에 대한 질타를 서슴치 않고 있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문장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을 보고 지하철에 쭈그려 앉은 또 다른 중국의 노인을 보았으며, 가슴이 먹먹해져오곤 했다. 

오래동안 가까이 두고, 내 인생이 우그러질때, 그래서 나약해 질 때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 

혼자만 잘 살믄.. 정말 무슨 재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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