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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합본호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신경림 시인의 시를 좋아했다. 아,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그의 목계장터라는 시의 제목은, 그 옛날 ~ (^^;) 천리안 시절에 아이디로 쓰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고, 그게 MBC의 느낌표라는 프로의 선정도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해도서관 사진과, 각 서점마다 있는 어린이 놀이방의 사진을 찍은다음에(중국국영서점인 신화서점은 그 체인점마다 어린이 놀이방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놀면서 책을 볼 수 있다. 감동적이지 않은가..ㅡ.ㅜ) 느낌표라는 프로에서 하는 "책,책,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는 하겠지만, 이 책이 느낌표 선정도서이기 때문에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고, 그리고 아직도 그런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일부 있을 수도 있겠고, 나처럼 생각이 바뀐 사람들도 있겠지만, 느낌표라는 오락프로에서 책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좀 웃겼다. 현존하는 한국의 오락프로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연예인을 괴롭히는 데 급급하고, 마늘, 대파 같은 것을 벌칙으로 먹이는 엽기적인 행태까지 서슴치 않는데 반해, 오토바이족들에게 헬멧을 씌워주던 그 프로에서 이제는 책을 읽자고 한다니, 참 저 피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간엔 저속한 오락프로에서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모독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책을 너무 흥미위주로 끌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나도 어느정도 동조를 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처음엔 선정도서를 위한 로비가 피터지듯이 이루어지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로 인한 검은 거래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달이 선정되는 도서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내 생각이 민망해지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고 이제는 기적의 도서관을 짓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사실 숙연한 마음이 더 많이 들었다.
사실, 여기 내가 이렇게 허접하게 책을 읽은 독후감을 읽는 분들이야, 어느정도 책을 가까이 하고 사는 분들이라 세상에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가를 잘 못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엔 한달에 잡지도 한 권 읽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가까운, 나의 아주 가까운.. ㅡ,.ㅡ 사람 한 명도, 책 읽기를 죽기보다 싫어하고, 글자라는 거 자체에 병적일 정도의 혐오증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평생 읽은 책이 아마 3권도 되지 않을 만한.. 이도 있다. ㅡ,.ㅡ
그런 사람들에게 뭔가 책으로 인도할 만한 책을 소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토요일밤의 버라이어티쇼의 임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을 詩의 세계로 이끌자고 소개한 것이 "신경림의 시를 찾아서"이다.
한국에선 시집이 무척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한다. 판매부수만 보면 시를 사랑하는 국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시를 좋아하는 편이라, 가지고 있는 시집을 상해까지 끌고 와서 가끔 땡길 때마다 꺼내서 읽긴 하는데,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 본 기억은 없다. 그만큼 시집은 읽기가 참 힘든 책이 아닌가 싶다는 거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는 이런 저런 시 모음집이 아니다. 작가의 출생이나 가정배경, 그를 기억하는 신경림 시인의 에피소드들도 있고, 그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가 우리에게서 잊혀져 간 이유들까지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도있다는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교양서적이지 학술서가 아니므로 모든 사람들을 시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벼울 수는 없는 것이, 작가 본인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시인을 가볍게, 시인이 시를 경망스럽게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을 고등학교 때 배운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고, 백 석이라는 시인을 처음알았고, 서점에 가서 정지용의 육필 시집을 살까 말까 망설였다. (2만원 넘어서 관뒀다. ㅡ,.ㅡ )그리고 이성복과 오장환의 시집을 사고, 김춘수의 시집을 선물받아 처음으로 시집의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다 읽어보는 "완독"을 했다. (ㅡ.ㅡ;;)
가끔 詩라는 걸 끍적거리기도 하는 내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나 작품을 읽어본 적 없는 시인들이 이런 교양서에 떡하니 등장한다는 것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니고 신경림시인의 인도를 받아 천천히 좋은 시들을 더욱 읽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후간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권도 샀다.
나처럼 곁햛기식으로 시를 대해 왔거나 아직 시를 잘 모르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거라고 의심치 않는다.
2003.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