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을 때 비슷한 주제들에 대해 두 세권정도 나름대로 선정을 하고 그 흐름을 타면서 읽는 편이다.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를 사고 나서 전쟁에 대한 책은 한권으로 부족하다 싶어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20세기 후반의 보스니아 내전에 대한 유태인출신 미국기자의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로 보스니아 내전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시절의 이야기를 묶어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책을 냈는데, 4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일관된 주제와 통일성 있는 이야기의 전개로 책은 무척 쉽게 읽힌다. 

발칸반도. 1차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그 발칸반도에 민족청소라는 게 이루어지고 가스실이 없었을 뿐 히틀러시절의 아우슈비츠와 다름없었던 보스니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비교적 겸손한 태도와 인간적인 관찰력으로 괴로웠던 종군기자시절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고 이 사람이 절대 무용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종교와 인종의 문제로 이루어진 내전이라는 것을 떠나서 작가의 주제는 인간 누구에게나 이런 야수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고연방의 사람들이 멍청하고 유달리 잔혹해서 일어난 일을 아닐 거라고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보스니아 내전이 정치적인 목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방관한 전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원망을 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공격마저 서슴지 않지만 작가가 말하는 대로 그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지쳐가고 있었다. 미국인 기자이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인용된 문구중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요시하는 미국”이라는 대목이 심히 거슬렸지만 그도 미국정부에 실망한 사람이라는 동지애를 느끼며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영어권 번역에 있어서 상당히 곤란한 모양이다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어의 수없는 관계사로 이어진 문장이 번역되었을 때 한국어로는 만연체에 이르게 되고, 그러다보면 수식관계가 애매모호해지는 다의성의 문장이 되는데, 이 책의 번역이 그런 모양새의 아쉬운 요소가 많았고 번역자가 쉼표를 잘 사용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무슬림 (이슬람)이라거나, 하이야트(하얏트)라는 단어 선정도 번역자가 한국을 떠나 살고 있어서 그런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들어 미국과 이라크, 9.11 테러 이후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나, 이교도(이슬람계)를 향한 십자군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모양인데, 그런 책들을 읽기 전에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후반, 아니 21세기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인간 잔혹성의 전쟁의 위험은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다는 인간의 본질적 잔혹성에 대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고 하겠다. 

200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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