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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 대형서점 65주간 베스트셀러 기록, YES24-알라딘-크리센스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 종합 1위 지속…, 스펜서 존슨의 처세 수필 ‘누가 내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 펴냄)가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초판 발간 이후 1년여만에 16쇄까지 56만부를 찍었고, 49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우와~ 정말 대단한 책이군~
내가 딱!! 싫어하는 책 종류가 바로 이런 책이다.
표지에 CEO운운 하면서 많이 팔렸다고 자랑하는 책, 필독서 운운하는 책, 얇은 두께에 양장을 하고 미색 모조지를 사용하고 책의 본문 내용을 크다란 글자로 그림과 함께 강조하느라 페이지를 까먹는 책.
나는 처세술 책을 싫어한다. 예전엔 카네기 인간관계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등의 책을 사기도 했다. 반도 안 읽고 어디 처박아 두었다. 어디 처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 빌려줬는지도 모르고 누가 빌려가고 안돌려줘도 달라소리 안하는 책이 처세술책이다.
앞서 독후감을 쓴 "미국문화의 몰락"을 읽고 나서 더 싫어졌다.
더군다나 읽고 나면 당신의 인생이 바뀐다 운운하는 것은 정말 짜증난다. 무슨 약인가? 약이라고 해도 그런 약이 세상에 어디 있나? 비아그라라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심장마비로...-,.-)
어찌되었건 이 책은 사자새끼님이 보내주신 책이니 감사하게 읽어야한다. ^^;;
싫어하는 책이라고 해서 외면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배울 점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아무리 형편없는 작품이라는 것도, 그 어떤 열악한 상황에도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겸손한 마음으로 책을 폈다. 20분만에 다 읽었다.
게다가 엉성한 번역.. 영어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의 엉성한 번역은 MBA를 거치신 저명한 경역학 박사이자 로스엔젤레스 소재 대한증권 부사장을 맡고 계시다는 이영진씨가 하셨다. 책 번역에 경영학 박사하고 MBA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번역은 번역가가 하는 거지 증권사 부사장이 번역을 왜 해~!흥분中... -,.-)
특히 소름끼치는 이부분..
"나는 하루 24시간 동안 온종일 문제에 매달려야 했어. 정말 재미없는 일이었지.. (중략)... ... 마음속에 치즈를 그려보기로 했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마음속에 또렷하고 생생하게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뒤부터 우리 사업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어."
"와, 대단한데?"
와, 대단한데? 에 소름이 팍 끼쳐서 책 덮고 창문보고 있었다. -.-;;
사람들은 이 책을 권장한다. 꼭 읽어보라는 웹페이지가 수십개가 발견되었다. 왜?
왜 읽으라는 거지? 누가 그걸 모르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모르십니까? 모르시나요?
현실에 안주하는 게 좋지만 세상이 변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마음속에 치즈를 그려라.. 염병..
미국에서 출판되는 서적중에 국내에 번역되는 대다수의 책들이 처세술에 대한 책들이다. 앞서 독후감을 적은 미국문화의 몰락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화제가 이 처세술에 대한 책이다.
뭐뭐해라. 뭐뭐해라. 이렇게 하면 당신의 인생은 바뀐다. 바뀌긴 뭐가 바뀌나 이사람아~!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만리장성이 하루아침에 쌓아진 게 아닌 것처럼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바꾼다는 거다..(네멋대로 해라..에 나온대사임.. ^^;;;;)끊임없이 고찰하고 숙지하고 반성하고 생각하고 또 다시 고민하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힘들게 벽돌 하나 하나 찍어서 시멘트 개고 바르고 굳기를 기다리고 바닷모래 섞였으면 일 다 망쳤으니 다시 시멘트개고 바르고 또 비오고 날 개고 궂고 한 날들을 수없이 기다려 하나 하나 집짓고 담쌓듯이 하는 게 인생을 바꾸는 거다.
그런데, 이 책 한 권 읽으면 니 인생이 바뀐다는 건 순 개구라다.
게다가 사람의 사유능력을 무시하는 작태다. 사람은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해서 얻는 결과를 더 오래 간직한다. 머리가 있다는 것은 그 이유다. 너 스스로 니 인생 놓고 고민하지 말고 한 번만 읽어봐~! 내가 니인생 바꿔줄께~! 한다는 것은 독자를 무시하는 거다.
처세술 읽고 인생바뀐사람 있으면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그게 한 순간, 한 일주일, 오래가면 한달은 간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나면 성공을 향해 가라고 하던 처세술책의 말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만다.
성공이 뭔지, 인생이 뭔지 아직 개념도 안 잡혔는데 뭐 어쩌라는 말인가.
사람의 생각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도데체 뭐고 인생은 도데체가 뭔지, 내 자신은 뭔지 알아야 그러면 나는 이걸 하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는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하고 하나하나 시행착오 거치면서 느끼고 정리하는 거다.
그렇게 수많은 처세술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아직까지 사람들은 처세술 책을 읽으러 다니는 것인가.. 인생 바뀌었으면 한번에 끝장내야 될 거 아니냐 말이다.
이 책은, 몰락하고 있는 미국문화의 한 단편이다. 성공이 뭔지 아직도 헷갈리는 우리들에게 사탕물려놓고 바람나 도망가는 유모다.
미국에서 말하는 성공, CEO에 이르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변화에 성공해서 이 적자생존의 논리에서 살아남는 것, 결국은 기업이론에 입각해 수많은 노동자를 외면하는 것. 그게 성공인가? 나이키처럼?
처세술 책들은 앞의 카피 좀 바꿨으면 좋겠다.
"당신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일기장 좀만 뒤적거려보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버금가는 책을 쓸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사자새끼님이 보내주신 책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책의 내용은 맘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느낀 것은 많답니다. ^^ ※
200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