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신경숙 "부석사" 언젠가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수없이 있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나의 집에는 그 무게마저 만만치 않은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책장에 잔뜩 꽂혀있다는 것. 아마 "이상"이라는 그 충격적인 이름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문학상중에서 특히나 이상문학상을 택한 이유는. 그러나 회를 거듭할 수록 이상문학상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기 시작했고 이상문학상 수상에 작용하는 일종의 권력구조를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몇년동안 이상문학상의 수상집을 꺼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노래를 하겠노라고 서울시내의 라이브 호프집을 전전할때 그 곳의 허접하고 저열하기 짝이없는 구조에 식상해 한탄하는 내게 Becks를 좋아하던 한 언니가 물었다. 그럼 니가 진정 하고싶은 일은 무엇이냐구. 나는 문학이라고 대답했고 그 언니는 웃으면서 그 판은 깨끗할 성 싶으냐고 되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권력구조에 기초하며 일종의 계급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은 굳이 노동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면서 알게되는 알고 싶지 않는 일종의 사실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를 끌어들인 2001년 이상문학상의 매력은 신경숙이라는 작가에 있었다. 그 섬에 가기 싫다’(조성기) ‘비파나무 그늘아래’(조용호)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구효서) ‘그림자들’(윤성희)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이승우) 도 모두 맘에 드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신경숙이라는 이름은 내가 아주 오래도록 신열을 앓게 되는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이다. 주로 혼자 궁상을 떨고 싶을때 그녀의 소설을 자주 읽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읽은 그녀의 책은 겨울우화를 제외한 모든 글이었고 (물론 발표된 것 중에서) 어디서 오는 지 모르는 깊은 슬픔을 겉으로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그녀의 문체에 매료되어 항상 그녀의 글을 읽고난후 이유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혹자는 고독이라고 하는 궁상에 치를 떨게 되는거다. 어딘지 가보지 못한 곳, 무언지 경험하지 못한 것까지 그리워하게 하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여러가지 것들을 슬픔이라는 카타르시스로 끌어올려주는 것이 그녀다. 그래서 어떤 고향처럼 일년에도 몇번씩 그녀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번 부석사도 그렇지만 그녀의 또 다른 소설인 [새야새야]도 지질한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다. 때로는 어떤 진흙속에서도 연꽃은 피어오르듯이 서울대 출신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작가군을 제치고 그녀는 당당히 수상을 했으며 이번에도 역시 감성적인 문체를 선물했다. 초기의 그녀의 작품은 그저 지겨운 슬픔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그 슬픔이 어디서 오는가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그 슬픔의 근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녀의 그 "찾음"을 같이 할 것이다. 200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