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이란 나이에 솥뚜껑 운전을 접고 문학창작의 대장정에 나선 작가 박완서.(아니, 완전히 접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올해로 고희를 맞이한 할머니.

내가 할머니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1권부터 사 모으면서였다. 81년 5회 수상작품이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2"였다. 

개인적으로 줄거리가 살아있는 작품을 잘 쓰는 이야기꾼적인 작가나 또는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문체를 지닌 작가를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 

말하자면 별거 아닌 이야기를 재미나는 입담으로 담아내는 구효서나 또는 가슴 깊은 곳에 담겨있는 나도 모르는 슬픔을 있는대로 끄집어 내어 한밤중에 스탠드 켜고 울게 만드는 신경숙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

박완서할머니는 당신도 뼈대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시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독자의 눈으로 봐도 당신의 작업은 성공한 듯 보인다. 

이 이야기는 말하자면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치졸할 수 있는 한국가족사의 속물적인 근성. 또는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힘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하며 돈으로 얽히고 설킨 고기덩어리같이 비위상하는 그런 경우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평론가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라고 한 것에 대해 박 할머니는 그냥 돈이라고 하면 될 것을...이라고 후기에 적었다. 

그렇게 박할머니의 간만에 발표한 이 긴 이야기에는 돈에 웃고 돈에 속고 사랑에 웃고 사랑에 속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직 가보지 못한 중년의 시선으로 적어주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박할머니의 글은 그 연륜에 맞게 (어린 사람이 이런 소리 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건방진 일이겠지만.)감칠맛나는 읽힘이 있고 이야기는 술술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현대 한국작가들의 연령이 모두 30대이기 때문에 오는 문제. 중년 또는 마흔을 넘은 심리묘사나 생활에 대한 글을 전혀 손도 대지 못하는 것에 비교했을때 박완서할머니의 글은 이미 당신이 지나온 세월이기에 쉽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나는 당신이 겪어온 세월을 지나려면 아직도 아직도 멀었기에.

올 해 고희를 맞은 박완서 할머니는 당신의 그 글재주에 비해 등단이 좀 늦었고 그래서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길에 오른지 3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장 최근의 장편이었던 그 작품을 읽으면서 박할머니는 앞으로도 오래 오래 더 살아서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겨줄 거라는 믿음을 충분히 가질 만 했다. 

"아주 오래된 농담"에 대한 이야기는 읽어보지 않은 독자를 위해 말하고 싶지 않고 충분히 왔다 갔다 하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잘 읽을 수 있으므로 별 부담없이 읽을 것을 권한다.

중년의 삶이 대충 어떤 모습일 지 그려보는데 그리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그 미래에 대해 화자가 되어 점쳐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 그리고 그 외에도 느끼는 것은 당연히 아주 많을 것이다.

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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