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하나 옥살라,『HOW TO READ 푸코』를 감탄하며 읽다.
임현,『그 개와 같은 말』속의 단편 세 편을 어정버정 읽다.
다카다 아키노리,『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을 겨우겨우 읽다.
매거릿 애트우드,『눈먼 암살자 1』을 읽다가 멈춰 세우느라 손을 다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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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를 읽으며 내가 호구였다는 사실을 배운 syo는 푸코를 읽으며 내가 똥멍청이였음을 배운다. 그리하여 둘을 동시에 읽기를 아무데도 권하지 않겠다. 하나씩 읽으세요. 하나 읽고 멘탈 좀 회복한 다음, 나머지 하나를 읽으세요. 호구로 살거나 똥멍청이로 사는 것도 힘든데 호구똥멍청이로 사는 것은 얼마나 비참하겠어요. 차라리 모르고 살면 속이나 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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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객관성을 드러내놓고 자신하는 사람만큼 멍청한 족속이 없다. 설사 자기가 너무도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팩트로 무장하여 맘만 먹으면 진짜와 가짜를 척척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권위를 갖췄다고 믿고 있더라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구석에 몰려 평정을 잃은 상황이면 모르겠거니와 스스로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내 발언의 권위가 뿌리내린 최종 심급이 고작 나라는 것, 그건 드러나면 손해 날 일만 잔뜩 있고 득 볼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멍청한 사람은 자기가 객관적이며 중용의 화신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syo는 이 명제가 참이라고 생각한다. syo가 어릴 적 최소 10회독은 했을 불후의 명저『수학의 정석』에 따르면, 저 명제가 참일 경우, 자동으로 참이 되는 대우 명제는 "자기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중용을 지키고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가 되겠다. 그러나 원 명제의 역인 "자기가 객관적이며 중용의 화신이라고 믿는 사람은 멍청하다."는 원 명제의 진리값만 가지고는 참/거짓을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내 의견이 객관적이라는 확신이 들거나 내 왼쪽은 죄 빨갱이고 내 오른쪽은 다 수구라는 생각이 들 때는, 혹시 내가 멍청이가 아닌지 심도 있게 탐구하는 자체 필터링 과정을 한 번 거친 다음에 말을 내뱉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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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틀리고 틀리고 틀리다 못해 틀려먹었군 싶은 글에는 대꾸하고 싶지가 않다. 어딘가 한 두 구석이 이상해야 맞붙을 여력이 생기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엉망진창이면 되레 전의 상실이다.
모 책에서 기사를 인용했나 보다. "비슷한 조건이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44%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늘 우연히 읽게 된 어떤 이의 글에서 글쓴이는 분개하며, 본문 기사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가 56%"였는데 책을 쓴 사람이 기사에서 자기가 필요한 정보만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성토했다. 정말 숨 막히는 멍청함이다. 남녀 상관없이 공정하게 뽑겠다는 회사가 56%밖에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하는 가치판단적인 부분은 논외로 하고서라도,
1. 그럼 인용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하는 거지, 전문을 다 떼와야 되면 그게 인용인가 복붙이지.
2. 누가 더 쓰레긴지 볼까? 모든 회사에 다른 조건이 동등한 남녀 지원자들이 충분히 몰렸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는 44%의 회사는 남성 지원자를 뽑을 것이다. 남녀 상관없다고 말한 회사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므로, 확률적으로 남녀 반반을 뽑을 것이다. 즉 28%는 남자, 28%는 여자를 뽑는 셈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남녀 지원자가 지원했을 때, 남성은 44+28=72%, 여성 28%가 취업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가 이렇다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가 56%"라는 문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쪽이 오히려 얍삽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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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지난 일요일의 질의응답.
Q. 선생님 누굴 버리고 가야 하나요.
A. 귀 닫고 입만 벌리는 자들을 버리고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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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용소군도』가 도착했다.
이게, 희한한 방식으로 열리는 박스에 담겨 오는데, 그러니까 왼손을 왼쪽 어깨에 대고 있는 상태에서, <1. 손목을 열어 손가락이 하늘을 향하게 합니다. 2. 팔을 펴서 손끝이 전방을 향하게 합니다. 이때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면 올바른 자세.>와 같은 순서로 박스가 열린다. 책은 삼두근 자리에 들어 있는 셈이겠다. 그런데 syo는 멍청하게도 이 박스 뚜껑을 바닥 아래로 접으려다가 일을 망쳤는데, 즉 팔꿈치가 최대로 열려 이미 팔이 180도로 펼쳐진 상태에서 더 꺾으려 욕심을 부리다가 팔을 부러뜨린 셈이다. 박스가 너덜거린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데. 모두들 주의하세요. 박스 부서지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자칫하면 syo만큼 멍청한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건 문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