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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의 정신병자, syo의 울증 기간이 도래한 것 같다. 작게는 보름 거리, 크게는 한 계절 거리의 파장을 그리면서 조와 울을 반복하는 의욕이 이번에는 더위와 함께 시원하게 물러간 듯하다. 한 번 다운되면 한두 달씩 한 줄도 안쓰고 그저 산소를 소비하면서 비루한 목숨만 연명하곤 한다. 아무것도 아닌 글이지만 꼬박꼬박 써 보려 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글이라서 쓰기가 싫어진다. 써서 올려 놓은 것들도 다시 읽어보면 한 줄에 한 군데 꼴로 뜯어 고치고 싶다. 뭐야, 이 멍청한 놈은, 이런 땅거지 양말 같은 문장을 써서 올려놨네? 저, 저, 그래놓고 의기양양한 것 좀 보소...... 와, 내는 안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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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다. 희한하게 이런 때일수록 눈은 더 밝아지는 거라, 그냥 못 보고 지나쳐도 됐을 작은 문장들까지도 하나하나 속속들이 발견하여 어찌나 아름답고 뜻 깊고 탐나고 소중한지 감탄에 찬탄을 얹어가며 읽다보면 문득, 저기 저 알라딘 세상 속 슬럼가 어느 후미진 골목에는 syo의 서재라는 곳이 있고, 얼굴이 붉고 거대한 분노의 포도알갱이와, 그 포도알갱이가 어둠 속에서 제조하는 밀주 같은 값싼 글들이 선량한 알라디너들의 정신 세계를 더럽히고 혼탁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그야말로 저 프로필 사진과 똑같은 얼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독서에는 평정심이 조금은 필요하고, 저런 얼굴로는 시위에 참가하거나 홍준표 기사에 소소하게 진심을 담은 악플은 달 수 있어도, 도저히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책도, 책 머리의 먼지도 쌓여만 가고......


결국 syo의 독서라는 게 다 한철 장사라, 울증의 정점이 마음에 도착하면, 막 한 달에 세 권 띡 읽는데 그 중에 한 권은 명탐정 코난 신간인, 독서인으로서는 실형을 선고받아 마땅한 아주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먹는 게 없으니 싸는 것도 없는 거지. 없는 와중에 그래도 좀 있는 것들의 면면은, 아, 이건 정말 쓴 게 아니라 싼 거다, 싶은 글들 뿐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두려운 일이 벌어진다. 최소한 syo에겐, 북한이 보유한 핵이 터지는 것보다 syo가 보유한 중2병이 터지는 것이 몇 배는 무시무시하다. 바로 상상만 해도 손발이 소멸되는 무서운 폭탄, 이제는 나의 존재조차 잊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향해, 그 사람들이 읽고 눈물을 흘릴 일은 없고 그저 알라디너들이 읽고 배꼽을 흘릴 일만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광대역 공용 와이파이 버전의 '자니?' 드립을 터트리고 마는 것이다! 알코올은 냄새도 안 맡았는데!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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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모든 묵시록적 결말을 막아내려면, 뭐라도 써야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런 글이라도, 혹시 발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뭐라도 써야 된다.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지금 필요한 건 기세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지금 '자니?'의 "ㅈ"까지 나온 상태다. 하자. 쓰자. 몸부림이라도 치자.






내가 충분히 깊게 나아가지 않은 것, 그것이 문제다.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파고들어야 하고 견뎌야 한다. 냉정한 시작이야말로 최악이다. 그 모든 것을 지나가야 한다. 비통함을 뚫고, 정당한 감정을 뚫고 줄곧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성스러운 도시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게 불러오려고, 그것이 나타나게 하려고 애쓴다. 나는 그것이 거기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당연히 쉽지 않다. 흔들려야 한다. 몸부림쳐야 한다.

_제임스 설터,『스포츠와 여가』



언제나 가까운 데서 찾고, / 다른 데서 가져오려 하지 마세요. / 무엇보다 자기에게 절실해야 해요. / 쓰고 나서 많이 아파야 해요.

_이성복,『불화하는 말들』



너는 속속들이 작가인가. 말하자면 너의 모든 점에서 너 자체가 살아 있고 역동적인 글쓰기인가? 작가에게 던져진 이러한 물음은 얼마나 부조리한가? 그것은 즉시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거나 그의 장례식에서 바보 같은 찬사를 보내는 격이 될 것이다.

_모리스 블랑쇼,『카오스의 글쓰기』



믿음과 행위는 하나다. 만일 행위가 스스로 믿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거짓이다. 즉 그 믿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자신이 인정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론과 실천은 하나이거나 아니면 하나이어야만 한다.

_이사야 벌린,『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고독 속에서 읽고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도우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책의 힘, 그리고 책에 담긴 타인의 힘을 빌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뭔가에, 누군가에 의지해서 애쓰고, 어렵게 알아내고, 그리고 그 가치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사람만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관대하고 타인에게도 잘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_정혜윤,『삶을 바꾸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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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7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syo님 너무 열심히 독서를 하셔서 피곤을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을 불태우고 싶을정도로 읽기 싫을 땐 책을 덮고 잠시 꽃만 바라봐도 책 읽는 것보다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syo 2017-09-27 22:45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말씀이니까, 믿고 한 번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하면서요. 감사합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7-09-27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기쓰기의****이라고 하셨으니 매일 쓰셔야 합니다. ^^ 일기는 매일 쓰지 않으면 주기와 월기와 연기가 됩니다. ^^
하지만 그렇더라도. 연기도 좋고 월기나 주기도 좋으니 쓰고 싶을 때 써주세요. ^^
늘 재미있게 또는 기분좋게, 때로는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읽고 갑니다.
syo님 좋은밤되세요.^^

syo 2017-09-27 23:07   좋아요 1 | URL
매일 꾸준히 쓰시는 서니데이님은 정말 대단하신 거예요. 게다가 기복도 안 느껴질만큼 안정적인 글..... 저는 그런 게 안 되더라구요. 맨날 빡쳐 있고ㅜ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7-09-27 22:52   좋아요 1 | URL
저는 잡담을 쓰니까 그렇고, syo님은 책읽은 느낌을 잘 전해주시잖아요. syo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러니 마음편하게 쓰셔도 좋을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좋은밤되세요.^^

秀映 2017-09-2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문을 글을 잘 어떻게 하면 쓸수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syo 2017-09-27 22:50   좋아요 0 | URL
정말 미지의 세계입니다. 방법을 알게 되시면 꼭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2017-09-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웃겨서 댓글을 안달 수가 없군요.^^^^
그래도 읽으시니 됐습니다.

syo 2017-09-28 07:41   좋아요 0 | URL
정상일 수가 없습니다만 쑥님의 응원(?)에 힘 입어 힘껏 정상인 척 버텨보겠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17-09-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프를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syo님의 읽기에는 슬럼프가 왔어도 쓰기에는 아직 안 온 듯. 약간 취해서 쓰신 듯한 느낌도 괜찮은걸요 ㅋ

syo 2017-09-28 16:28   좋아요 0 | URL
안 취했는데!! 일기에서 술냄새 나요?? ㅎㅎㅎ

독서괭 2017-09-28 16:52   좋아요 0 | URL
˝자니?˝의 ㅈ에 취하신 거 아니었나요?ㅎㅎㅎ

syo 2017-09-28 17:48   좋아요 0 | URL
콜라 마시고 쓴 건데..... 제로콜라....

이하라 2017-09-28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증일 때 눈이 더 밝아지신다니 울증도 부러움을 사실만하네요 저는 글솜씨가 없는데다 언젠가부터 책을 읽고나면 그저 읽었다는 표시를 해두려고 리뷰를 남기는 거라 남다르게 잘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울뿐입니다^^

syo 2017-09-28 20:05   좋아요 2 | URL
글솜씨가 없다는 그런 거짓말을 하시다니.... 이하라님이 읽고 올리시는 책이 제 관심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눈으로만 읽고 댓글은 달지 않고 있지만, 글솜씨 없다는 말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이하라 2017-09-28 20: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란 말씀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는 칭찬이시네요^^

공쟝쟝 2021-01-22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블랑쇼.... 역시 끌리는 거라... 근데 이미 읽은 쇼님 참 대단하고, 이 와중에 중2병 구 쇼님 발굴해서 기뻐 손뼉👏

syo 2021-01-24 21:35   좋아요 0 | URL
이때 더 잘썼네....ㅋㅋㅋㅋㅋㅋ syo, 퇴보의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