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가다 30분만에 락킹 고수 된 썰 푼다

 

야트막한 산도 산은 산일진대 반바지를 입고서 그 산을 오르겠다고 깝치는 멍청한 오라비를 위해 내 동생이 다이소에서 구매한 모기 기피제를 고소할 수 있을까. 겉면에 이 제품으로 기피되는 벌레는 모기진드기라고 명백하고 한정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실제로 모기와 진드기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으니 제품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영문 모를 달콤한 향을 첨가하여 그 향기에 대취한 모기진드기이외의 칠만 육천 가지 날벌레들이 syo와 동생의 주변에서 광란의 연회를 벌였다는 것이 문제다. 여름날 밤 가로등 아래 서서 고개를 쳐들면 수백 마리 날벌레들이 전구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는데, 그 전구 대신 소켓에 내 머리를 끼워 놓고 산에 올라가는 기분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다. 산어귀부터 묘소까지 가는 20분 거리는 체감상 20년쯤 되는 대방랑의 여정이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무슨 꿀벌 아저씨처럼 벌레로 만든 옷을 입고 엄마 안녕 나 왔어 내 새 옷 좀 볼래/벌레? 하게 생겼으므로 급한대로 언 발에 오줌 눠야 할 판이었던거라, syo는 손수건을 꺼내 휘두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벌레에 시달리느라 비명을 지르며 뒤따라오던 동생이 syo의 현란한 동작에 감탄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으아아아바아아벌레새끼들아아으아으아아근데오빠야락킹잘추네으아아아벌레우으이우와우!

 

락킹이 뭐 이런 것인 모양

 

 

다소 침체된 성묫길에 분위기를 화려한 롹킹 퍼포먼스로 불지르고 싶은 분들께, 다이소 모기 기피제, 아 강력 추천합니다!

 

 

 

--- 읽은 ---

 


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듯, 원제는 “Why Fish Don’t Exist”이다. 거칠게 풀면 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가식의 의문형으로 풀 수 있는데, 번역본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큰 차이가 있을까? 내가 읽기에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진짜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아직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명제처럼 공지의 사실이 되지 못했다.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사람들의 인식에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 꼬리, 저 지느러미, 저 비늘, 저게 물고기인데,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데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러나 하늘을 올려다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실 도는 것은 지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즉각적 인식과 다른 과학적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확고한 믿음. 지동설에는 그런 것이 있고 물고기 부존재설에는 아직 그런 것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지동설만큼의 과학적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보다, 오직 지금에만, 물고기 부존재설이 아직 지동설만큼의 위치를 획득하지 않은 지금에서만 우리가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혹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 더 나중에는 이런 질문이 의미가 없어진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시대에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질문은 개인의 삶과 세계의 질서를 흔들 만큼 거대했지만 오늘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듯이. 따라서 바로 지금, 우리는 이 질문에 천착해야만 한다. 때를 놓친 질문은 질문의 모습으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언젠가 윤리나 정치로 모습을 바꾸고 돌아와 우리의 지난 무책임과 무관심을 비난한다.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대답이 저마다의 인생을 반영한다. 그래서 질문의 형식이 조금 더 걸맞다. 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나요? 하는 질문의 과학적 답변은 과학자들이 만들 일이고, 우리의 답변은 우리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죄다 뭔 놈의 물고기 폐병 걸려 기침하는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읽어보시면 뭔 소리인지 알 수 있으십니다…….

 

  

 

--- 읽는 ---

교양 노트 / 요네하라 마리

미식가를 위한 식물 사전 / 스쥔

필로소피 랩 / 조니 톰슨

저도 의학은 어렵습니다만 / 예병일




댓글(7)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2-07-25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워 먹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모기 진드기 기피하느라 온갖 잡다한 벌레들은 다 불러들이고. 그 회사 참 어쩌라는 건지. 애처롭네요. ㅋㅋ 제목이 참!

근데 동영상 나름 환호하는 것 같은데 운동화를 던져 식겁했습니다.
너무 격한데요?ㅋ

반유행열반인 2022-07-24 2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속도라면…저의 올해 독서 7권은 금세 따라 잡으시겠네요…뒤쳐지는 자의 슬픔…
즈이 집에는 뽀로로가 그려진 스프레이랑 롤링? 물파스 같은 모기 기피제가 두 종이나 있는데 몇 년 전 동남아 방문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아서 그걸 빌려드릴 걸 그랬죠…냄새는 그냥 상큼한 모기약(읭) 수준이고 벌레가 꾀는 건 못봤는데…이래서 저는 다이소 싫어해요.(집의 어른들은 죄다 다이소 매니아라 맨날 뭘 번갈아 사오셔서 늘 난감합니다…저거 딱 가격만큼인 것을 하고…) syo님의 락킹ㅋㅋㅋㅋ 왜 어떤 광경인지 알 것 같지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7-24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님

지난번 페이퍼에서,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못 드렸는데(실은 어떻게 잘 인사드릴 수 있는지 어색하고 뻘쭘해서 안 드렸는데)
다녀오셨군요.
그런데, 세상에나 날벌레의 광란의 춤, syo님과 동생분 역시 비자발적 락킹을 피하실 수 없었군요.

그나저나 올려주신 동영상 넋 놓고 보았습니다. 스우파에서 립제이가 잘 추는 장르가 랑킹이라 해서 한 때 열심히 유투브 찾아다녔는데 syo님 올려주신 영상 딱 제 취향입니다!

페크pek0501 2022-07-24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춤 홀딱 반하게 되네요. 올려 주신 영상 잘 봤어요. 마치 필름을 빨리 돌리는 듯한 동작들.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했으면 저런 경지에 가게 되는 걸까요? 존경스럽네요.

언젠가 티브이에서 본 것, 바다 속에 쓰레기들이 많아 그 쓰레기에 걸려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장면이었어요.
그 피해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올 터인데 생태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자연을 아름답게 지키는 게
인간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어요. 그런데 <물고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제가 말한 것과 관련성이
있는지요?
<교양 노트>는 제가 완독한 책이어요.^^

mini74 2022-07-25 1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웃음이 나지요. ㅎㅎ 저도 얼마전에 아버지 뵙고 왔는데 청바지를 뚫더군요. 온통 다리가 울퉁불퉁합니다. 무서운 존재들. 저는 락킹은 못하고 고스란히 내어주고 왔습니다 ~ 물고기 폐병 걸려 기침하는 소리 ㅎㅎㅎ 역시 넘 재미있으세요 👍

2022-10-06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5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