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우리 청춘의 얼굴

 

 

 

1

 

인생사 긴긴 여정의 어느 시점이 되면 얼굴의 면적이 썩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변한다. 그렇게 한 번 변하고 나면 다시는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오늘에 비하면 어제란 늘 아름답다-으로 돌아올 수 없다. 돌아올 수 없는 안면적대격변의 강을 건넌 자, 우리는 그를 주저 없이 아저씨라 부른다. 아저씨.

 

조인성도 그걸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 함께 TV를 보던 동생은 조인성도 늙는다며 그 증거로 얼굴이 점점 길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애들의 날카로운 시선에는 또 그게 걸리나 보다. 하여간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부러웠기 때문이다.

 

 

 

2

 

얼굴 면적의 격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기본 형태를 지닌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중론이었다.

 

첫째, 팽창하는 우주 식.

둘째, 모여라 꿈동산 식.

셋째, 바나나는 길어 길면은 기차 식.

 

 

 

3

 

영원히 견고할 것만 같았던 안면적 격변의 삼원론의 아성은 최근 이원론 학파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흔들리는 중이다. 우주팽창과 꿈동산은 사실 같은 현상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핫바드대학교 인류안면변화연구소(Change of Human Face Research Lab in Hotbard University, CHFRLHU)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래 대두로 인식되던 개체의 안면적이 의미 있는 증가폭을 보일 때, 인간은 이를 큰 얼굴이 더 커졌다고 인식하기보다 이목구비가 안면의 정중앙 xy축의 교차지점으로 수렴 중이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 동일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해석이 관측자의 기존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안면 이론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는 MYT의 페이스 부크Face Booc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Face Is Not an Organism, It Is a Science(얼굴은 기관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에서, 우주팽창과 꿈동산을 결정하는 기준은 관측자의 기존 인식이 아니라 안면적의 최종값이라고 주장하였다. 논문은 기존 관측자의 인식과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안면적의 값이 팽창인식상수(cognition index of face expansion)이상일 때는 우주팽창으로, 그 이하일 때는 꿈동산으로 인식된다고 하며, 이 팽창인식상수란 진공에서의 광속도, 플랑크 상수와 같은 불변하는 상수임을 성공적으로 증명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팽창인식상수가 우주의 불변상수인가, 아니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지표에 불과한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논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안면적 격변의 기본 형태는 삼원론에서 이원론으로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안면적 변동은 이제 방사형 팽창식과 바길길기(바나나는 길어 길면은 기차)식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4

 

와 같은 헛소리를 길게 쓰면서 으하하 나만 재미있으면 됐지 뭘, 하는 생각을 했다.

 

 

 

5

 

하여간 조인성의 얼굴은 바길길기 방식으로 길어지고 syo의 얼굴은 방사형 팽창식으로 넓어질 모양인데, 어쨌든 길어지거나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조인성조차 피해갈 수 없는 얼굴의 운명이라면, 왕창 커지는 것보다는 그래도 단일축 방향으로 확장되는 편이 좀 낫지 않은가 하는 것이지.

 

 

 

6

 

아니면 그냥 조인성이라서 부러운 것일 수 있다.

 

 

 

7

 

생각해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그게 맞는 것 같다.

 

 

 

8

 

어쨌든 내가 청춘일 때, 그 시대 청춘의 대명사로서 함께(?) 한 세월을 헤쳐나간 우리 시대의 얼굴이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은 각별하다. 한 세대 위, 형과 삼촌의 경계 어디쯤의 스타들이 늙어가는 것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아예 한 세대 밑의 애기애기했던 친구들이 얼굴에 수염이 자글자글해지는 모양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늙지 말지 조인성. syo가 이렇게 열심히 꾸준히 늙고 있는데 뭐하러 형까지 늙어요…….

 

 

 

9

 

박보검도 언젠간 늙겠지, 걔는 조인성하고 약간 닮았잖아, 그럼 걔도 길어지는 쪽이겠네. 라고 말했더니 동생은 박보검은 다르다며 진저리를 쳤다. 동생아. 나도 조인성은 다를 줄 알았어.

 

 

 

--- 읽은 ---



100. 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지음 / 홍한결 옮김 / 월북 / 2019

 

이것은 syo가 지향하는 여러 갈래의 문체 중 한두 가지를 잘 비벼 놓은 문장이 그득 들어찬 책이었다. 잘 먹고 운동 잘하고 이렇게 저렇게 읽고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저런 글들을 쓸 수 있겠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착각의 시절. 세상에 이런 책이 있으니까 syo는 독자의 방향으로만 뚜벅뚜벅 간다.

 

세상일이란 다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대규모로 죽을 쑤는 원인은 바로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성,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바로 그 특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 인간은 세상에서 패턴을 읽어낸다. 그리고 알아낸 것을 다른 인간에게 전할 수 있다. 또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줄 알아서, '이걸 이렇게 바꾸면, 저게 저렇게 돼서, 살기가 좀 더 편해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문제는 그중 어느 하나도 그리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패턴이 없는 곳에서도 패턴을 읽는다.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부족할 때가 많다고만 해두자. 우리는 이걸 이렇게 바꾸면, 이상한 게 덩달아 바뀌고, 또 다른 게 이상해지다가, 결국 이게 뭐야, 살려주세요…… 하게 된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다. 이는 과거의 화려한 실적으로 증명된다.

_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101.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8

 

- 일독(190516)

- 재독(210330)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당연하게도. 그러나 우리는 종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을 바란다. 그럴 수 없다는 것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래서 이 말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가책 없이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동의하는 진리의 말인 동시에, 실은 듣는 사람도 속이고 무의식중에 나 자신까지 속이는 완벽한 거짓말이기도 하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이라는 개념을 아무리 좁게 잡아도 그렇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속성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그런 완벽한 완벽, 완벽히 불가능한 완벽의 불가능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유치한 일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것 말고, 딱 하나의 속성 내에서 모순되지 않는, 시간과 입장에 따라 변하지 않는, 유사한 입장에 속해 있는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똑같은 판결을 내리는, 그런 부분적 완벽을 놓고 보아도, 어쩌면 가능할 것 같은 그 완벽 역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사실을 글자로서 음성으로서 인식하여 뇌에 저장해 놓는 것과, 이 사실 자체를 눈에 바르고 귀에 발라 놓는 것은 천지차이다. 부분적 완벽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완벽은 그 자체로 늘 전체를 지향하는 개념이라 부분적이라는 말의 포획틀에 얌전히 잡혀 있는 녀석이 아니다. 그래서 열심히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우리는 인간을 전체로 파악하고 실망하는 길에 들어선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그래야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단지 요즘 인간에 대한 실망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어서. 어차피 실망이란 실망하는 사람의 것이어서 내가 거듭 실망하고 실망해도 아프고 변하는 것은 나일 뿐이라서. 인간이란 결국 때가 되면 스스로 스토아 철학자가 되고 마는 것인가.

 

, 이런 이야기를 왜 여기서 길게 하고 있는지(읽어보시면 대충 아실 수도).

 

우리가 왜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하)는지, 이 책은 그 이유를 충분히 제시한다. 요약서가 아니고, 가이드맵에 가깝다. 한나 아렌트로 달려가기 위한 첫 번째 책으로 손색이 없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결정하기가 덜 자유로울수록 더욱 겉치레를 하게 되고, 사실들을 감추고, 어떤 역할을 하려고 애쓴다.

_ 리처드 J. 번스타인,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102.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최지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

 

당당한 사람보다 단단한 사람이 멋있어 보일 때 어른이 된 것 아닐까. 당당하기도 쉽지는 않지만 단단하기란 거의 위대한 일에 가까워서, 모루 위의 쇠처럼 두들겨 맞고 버티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단련되는 방식으로 말고는 어떻게 해도 얻어낼 수가 없는 귀한 특성이다. 또한 마르고 거친 환경 속에서 시간을 통과한다고 저절로 갖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가진 딱딱함을 단단함으로 착각하고 살기란 얼마나 쉬운지. 그러니까 우리가 가야 할 길에는 세상의 말이 만들어 놓은 두 개의 함정이 숨어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유연함이라고 부르며 우리에게 주사하기를 원하는 물렁함을 거부해야 하고, 같잖은 자기계발서들이 단단함이라고 부르며 쟁취하라고 종용하는 딱딱함을 피해야 한다. 그 이중의 회피를 달성했거나 달성 중인 사람들의 자기 이야기를 엿보면서 내 단단함으로 가는 지도의 세부를 조정하는 일. syo가 지치지 않고 에세이를 찾아 읽는 이유다.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나 스스로를 발견하고 나 자신을 주체적인 인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컬러 차트에 들어맞지 않는 디테일한 개인이 돼보는 것이다. '쟤 왜 저래'라는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 개의치 않기로 하자. 남들의 의견이라는 실체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것을 신경 쓰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으니까.

_ 최지미,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103. 네 칸 명작 동화집

로익 곰 지음 /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8

 

이 책이 왜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와 컨셉을 나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 읽는 ---

머릿속에 쏙쏙! 물리 노트 / 사마키 다케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 류동민

어떻게 최고의 나를 만들 것인가 /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법의 정신 / 샤를 드 몽테스키외

독일사 산책 / 닐 맥그리거

사회주의 페미니즘 / 낸시 홈스트롬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 / 버나드 크릭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박균호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1-03-30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이런 능청스런 글 제 취저예요 흐흐흐

syo 2021-03-30 20:41   좋아요 0 | URL
흐흐흐 이런 웃음 제 취저예요 흐흐흐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럼 곤란하쥬. 긴 페퍼를 연달아 올리다니. 대끼 syo^^

syo 2021-03-30 20:41   좋아요 0 | URL
대끼요? ㅋㅋㅋㅋㅋㅋㅋ 뭐죠 그게 ㅋㅋ

공쟝쟝 2021-03-30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만있는 조인성은 왜 후두려패는데 ㅋㅋㅋ (근데 잘팼어) 조인성 흘러내리는 거 저두 너무 공감... 조인성, 공유와 현빈을 본받아라!!! 마, 아무리 모태 미남이라도 코르셋 꽉 좋이고 더 노력하란 말야!!!!
그나저나 공돌이로 무장한 개놈버전 쇼님은 당할 수가 없다.... ㅠㅠ 아 ㅠㅠㅠ 내가 이번달엔 제일 웃긴 사람이고 싶었거늘... 3번 문단에서 패배했습니다..

syo 2021-03-30 20:42   좋아요 0 | URL
후드려팬거 아니라니까, 부러워서 그런다고.
길어져도 조인성이 길어지는 거잖아....

이번 달 그거 이제 30시간도 안 남았으니까 다음 달에 제일 웃긴 사람 해요. 밀어줄게 ㅋㅋㅋ

stella.K 2021-03-30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늙어도 꾸준히 TV에 나와주는 배우들이 좋더군요.
어느 샌가 모르게 안 나오는 배우랑 배우질은 안하고 CF나
예능에만 나오는 배우는 좀 아쉽더군요. 설마 보검이는 안 그러겠죠? ㅠ

syo 2021-03-30 20:43   좋아요 0 | URL
티비에 나오건 안 나오건, 저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저 부러워할 뿐이죠 ㅎㅎㅎㅎ
보검이 화이팅.....

Angela 2021-03-3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슬퍼요 ㅜ 내 이야기인줄

syo 2021-03-31 11:40   좋아요 0 | URL
안면적 격변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의 고민 너의 고민 우리 모두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