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지만 와 너는 정말
1
지금 syo의 등 뒤에선 三이 푸시업을 하고 있다. 15개를 도전한다.
실패했다.
바닥에 엎어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다.
2
5분이 지났다. 다시 시도한다. 10개를 도전한다.
실패했다.
아 나는 왜 안 되지? 라고 말하고 있다.
3
다시 5분이 지났다. 三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유튜브를 켜고 푸시업을 때려 넣은 모양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어쩐지 몸이 좋을 것만 같은 목소리들이 푸시업의 장점, 방법, 잘못된 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한 개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잘못된 방법으로 여러 번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三이 말한다. 나는 제대로 한 개를 하겠다.
쟨 정말 대책이 없다.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조직이 재편되는 데는 희생이 따른다. 물론, 제품과 서비스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는 무척 쉽다.
_ 이지원,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4
영상은 끝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만 좀 보고 바닥에 엎어지라고. 三은 고개를 젓는다. 매일 푸시업 100개씩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다며, 그런 제목의 다음 영상을 이어 재생한다. 자기 몸으로 할 30초의 푸시업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영상을 30년 동안이라도 보고 앉았을 태세다. 그런 식으로 30년을 넘게 살아서 오늘날 우리 육신이 이 모양 요 꼴이다.
5
그는 말한다. 아, 운동을 너무 쉬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쉬고 있다.
6
아무래도 우린 망한 것 같다.
나의 몸은 지극히 작다. 숨을 쉬거나 멈추고, 몸을 굽히거나 펴고,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는 것을 내 뜻대로 하는 일은 아주 쉽다. 그러나 내 몸 밖 세상 모든 사물은 제각각이어서 그 많은과 적음, 강함과 약함이 같지 않다. 비록 온 힘을 쏟아 내 명을 따르게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 몸부터 처치하고 안배하는 데 힘을 다해 각각 알맞게 하여 훗날 해로움이 없게 하는 것만 못하다.
_ 이덕무, 『이목구심서 3』
--- 읽은 ---
9. 사랑을 위한 되풀이 / 황인찬 : 122 ~ 173
: 이번만큼은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지 않으리라 잔뜩 각오하고 덤벼들었지만 예상대로 헛됐다. 1부까지는 억지로 버텨보았으나 마지막 시를 지나 [시인의 말]까지 읽고 나니 나는 이미 모든 걸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동안은 습작할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겠다.
10.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 송숙희 : 135 ~ 303
: 중언부언. 하버드를 나오지 않았다고 하버드 글쓰기 비법을 알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하버드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과연 다른 문제다.
11.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 / 이진수 : 151 ~ 278
: 공무원으로 어떻게 살아볼까 싶어 빌렸으나 개인적 삶의 방향보다는 거대한 관료집단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에 가까워서 이제 막 스타트라인에 선 꼬꼬마 syo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건질 만한 것이 없었다.
--- 읽는 ---
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선 / 최재정 : ~ 122
세상을 알라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331 ~ 489
서울 선언 / 김시덕 :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