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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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syo는 항시 울 태세를 갖춘 녀석이었다. 뻑하면 울었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잘만 울었다. 옛날 옛날에, 떡을 파는 가난한 어머니와 오누이가 살았어요, 하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들은 왜 가난했을까요...... 그 중에서도 동요가 제일 버티기 어려웠다. 구슬픈 멜로디와 함께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기만 하면 울었다. 엄마, 굴 따러 가지 마...... 아기가 혼자 남잖아...... 심지어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 가시는 케이스에서는 멜로디도 신이 났지만 여지없이 울었다. 아빠는 나귀 탔는데 할머니는 왜 그냥 갔어...... 나 고추 먹기 싫어, 맴맴 싫어...... 물론 이것은 추측이다. 운 것이야 팩트지만, 그 이유를 추측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러던 그 눈물은 중2에 중2병에 걸리면서 사라진 듯했다. 그 시절 이 구역 눈물의 지배자는 동생이었다. 걔는 당시 초등학교에 들어갔는지 들어 갈랑 말랑 했는지 하여튼 그랬는데, 과연 syo의 동생답게 비범한 것이, 울 때면 항상 거울 앞으로 달려가 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울곤 했다. 그 모양을 보는 재미가 중독적이었다. 어느 날인가, 책상 위에 올라간 syo가 양 팔을 날개인양 퍼덕대며 구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 오빠는 하늘나라로 간다...... 잘 있어...... 아프지 마....... 책상보다 조금 컸던 동생은 그런 syo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오빠, 가지 마, 훌쩍, 가지 마, 윽윽윽....... 안됐지만 중2병에 걸리면 자비가 퇴화하는 법이다. 안 돼....... 가야 돼....... 안녕.......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일이 거기까지 진행되면 이제 동생은 으왁 울음을 터뜨리며 거울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syo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거울 앞의 동생을 내려다보다가, 걔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싶으면 재빨리 다시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다. 가야 돼..... 이젠 가야 돼...... 그럼 동생은 또 거울을 쳐다보면서 목이 째져라 울고, syo는 그 사이 재빨리 웃어뒀다가 동생이 돌아보면 또 가야 된다며 퍼덕거리고, 그쯤 되면 부엌에 있던 엄마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놈 새끼 또 이 짓이네, 하며 syo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그러면 syo도 어쩐지 눈물이 핑 돌며 10년 만에 다시 맴맴 싫어...... 엄마, 굴 따러 좀 가...... 요새 왜 안 가....... 뭐 그런 중학생이었다. 몸이 아파 봐야 겨우 우는. 그랬는데,
눈물이 되돌아왔다. 어린 동생의 눈물을 뽑아 먹은 업보가 쌓였던 건지, 요즘의 syo는 TV를 보다 돈 모아서 아빠 집 사줄 거라며 천 원짜리를 내미는 꼬마 아이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멍멍이를 보면 콱 하고 목이 멘다. 며칠 치 피로에 잠식당한 여자 친구가 낮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오면 눈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데, 나도- 하고 대답하고 나면 내 목소리가 마치 나처럼 보잘 것 없어서 마침내 눈물이 넘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울면 울고, 울까 봐 운다. 그 사람이 너무 행복하게 웃어도 울고, 그 행복이 도망칠까 봐 운다. 좋은 사람이 많아 울 일이 자꾸 는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몰라, 하고 오늘은 생각해 보았다.


그들처럼 고요한 사유의 시간을 서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는 그만의, 나는 나만의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눌 수 없는 삶의 몫이 있다. 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다만 등을 쓸어내려 주자. 어쩔 수 없는 마음의 구멍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나란히 걷자. 그렇게 태양을 향해 걷다가, 잠시 눈이 멀어 보자.
_ 신유진, 『열다섯 번의 낮』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명하고, 현명한 사람들은 평범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결정이 최선임을 알게 되었다.
_ 글로리아 스타이넘, 『길 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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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 귀엽다. 이 작가 귀엽다! 글도 귀엽고, 사는 것도 귀엽다! 남편도 귀여운 것 같다! 귀여운 게 제일 좋은데!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 나는 무인도에 『월든』을 가져가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월든』을 가져가는 사람과 『로빈슨 크루소』를 가져가는 사람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180도 다른 인간일 것이다. 당신과 나는 무인도에서 함께 살 수 있을 듯도 하고 없을 듯도 한, 아리까리한 인간들일 것이다.
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유독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역시 당신들은 고급지시네요. 전 펼치는 순간 잠들던데요.
-- 읽은 책들 --




박규리, 『아무튼 딱따구리』
프랑수아 아르마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리처드 H. 스미스, 『쌤통의 심리학』
조너선 울프, 『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 읽는 책들 --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라인하르트 램포트,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은실 외,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가브리엘 마르쿠스, 『나는 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