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벼랑 밑의 syo

 

1

 

안녕, 9.

안녕, 10.

 

 

 

2

 

자꾸 생각하는 걸 보니 다시 뭐가 되고 싶은가 보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앞으로도 꿋꿋하게 아무것도 아니고 말테다 먹은 마음이 모두 진심이라면, 그저 오늘의 글을 마주하여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지만 생각할 것이다. 결코 글 밖에 서서 뒤적거리며 이 글의 정체가 무엇인지 감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은 곧바로 의미나 의의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고, 미끄러지듯이 가치를 향하게 된다. 길진 않았지만 살아보니, 가치 있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욕심이 항상 내 안에 높은 벼랑을 세웠다. 돌이켜보면 아무도 등 떠밀지 않았건만, 나는 스스로 그 절벽에 올라가 저 혼자 난리굿을 치다가, 결국 기대로부터 현실까지의 낙차가 얼마나 되는지 제 몸을 날려 실험하곤 했다. 몇 번이나!

 

자기를 명확하게 볼 줄 모르는 놈은 인생을 적잖이 탕진하고 나서도 기회만 생기면 또 춤을 추겠다고 벼랑을 오른다. 눈 두 개만 가지고는 도통 똑바로 볼 줄을 모르는 놈은 그래서, 신명이 나서 발이 절로 춤추기 전에 스스로 제 몸을 묶어놔야 한다. 그래야 산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것인지 저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어. 따지지 마. 묻지 마. 그냥 해. 하던 대로 해. 아무것도 될 필요가 없으므로 자유로운, 그냥 하던 그걸 계속 해. 벼랑 위는, 어울리는 이들에게 맡겨 둬. 그게 좋은 세상이야. 아름다움이야.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김은경 지음 / 오후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연이어 읽었다. 둘 중 어떤 애는 쓰레기에, 또 다른 애는 양서에 가깝다는 판단을 하였는데, 왜일까? 이 장르 맨날 욕하면서도 꾸역꾸역 찾아 읽고, 읽었으면서도 끝끝내 욕하는 알쏭달쏭한 내 마음. 그 마음속에 못 생기고 성질 드러운 두꺼비 한 마리가 사는 듯하다.

 


 


로지코믹스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재미있게 본 한 장면. 논리학에 미친 프레게와 논리학에 미치고 싶어 안달인 러셀이 프레게의 집 응접실에 앉아 다과를 나누며 대화중이다.

 

- 프레게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불(사람 이름입니다. fire 아님. Bool)까지, 논리학자들은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식의 삼단논법을 이용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수학 자체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려 한다면, 그런 삼단논법만으로는 안 됩니다.

- 러셀 : , 그럼... 또 뭐가 필요하죠?

- 프레게 : 변수를 도입해야 해요. “x는 남자다.”와 같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장은 예컨대 x러셀과 같을 때는 참이지만, x가 이 쿠키 세 개 중 하나와.... 이게 뭐야! 하여튼 여자란....!

- 러셀 : ?

- 프레게 : (부엌에 있는 부인을 향해) 내 쿠키 세 개 어디 있어요? 내가 차 마실 때 먹는 쿠키 세 개!

- 프레게 부인 : (방으로 오며) 당신이 벌써 먹었겠죠.

- 프레게 : 절대로 안 먹었어요! 나는 5시 정각 전에는 쿠키를 절대로 안 먹는데, 지금은 448분밖에 안 됐어요. 내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 프레게 부인 : 아뇨, 그게 아니라...

- 러셀 : ... 교수님...

- 프레게 : (러셀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럼 왜 그런 내포(논리학 용어입니다. 함축, 함의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를 지닌 말을 하는 거요?

- 러셀 : , 프레게 교수님...

- 프레게 : 이 여자는 나의 엄밀함에 대한 이해가 항상 부족하지요, 러셀 박사.

- 프레게 부인 : 하지만 고틀로프(프레게의 이름입니다), 나는 쿠키 세 개를 놨어요...

- 러셀 : 저기... ‘세 번째 쿠키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간단합니다. ... 내가 먹었거든요!

- 프레게 : (벙쪄서) ... 대단히 이례적이군! 지금껏 내 쿠키를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 프레게 부인 : 여기에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렇죠, 여보!

 

근본적으로 이렇게, 논리학자들의 정신병적 면모를 다루는 데 초점을 둔 만화책이다. 재미있다. 수학의 정석 제일 첫 번째 책, 맨 앞의 두 단원(집합과 명제)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대체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 / 스티븐 내들러 지음, 김호경 옮김 / 글항아리

 

 

미역다시마자연식품고섬유질

계절음식방울토마토채소 과일 종류

금식식품

밀가루술 고기-> 소화효소를 지키자

많이 씹는다.

체질개선기간 100

주식 마늘양파고추

하루에 두끼

 

표지를 넘기자 뒤이어 나온 붉은색 내지 위에 쓰인 메모. 먼저 빌려 읽은 이가 급하게 남긴 듯하다. 스피노자는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어느 한 놈이 다른 놈을 지배해야 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논파하며 자신의 철학을 세웠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몸과 마음은 하나의 실체에서 나왔다. 그 실체가 각각 다른 양태로 발현되었을 뿐. 그러므로 따로 떼어 놓아 서로 싸움 붙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좋은 책이 몸에도 좋아야 하지 않을까? 먼저 읽은 이의 건강한 메모가, 스피노자 평전에 그야말로 스피노자의 사상을 구현하였다.

 



읽은 책들 

 

유시민, 역사의 역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로지코믹스

허용우 글, 박정은 그림, 대화편 :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박영규, 존재의 제자리 찾기

강대석, 루소와 볼테르

김범준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김은경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이진경국가를 생각하다




읽는 책들


스티븐 내들러, 스피노자

최민석,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나쓰메 소세키, 갱부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8-09-3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월이네요. 2018년도 25%밖에 남지 않았군요. syo님 9월처럼 알찬 10월 되세요!^^:)

syo 2018-09-30 19:58   좋아요 0 | URL
자꾸 날이 추워지네요. 겨울호랑이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ㅎㅎㅎ 10월은 겨울호랑이님께도 엄청 알찬 한 달이 될 것 같은 예감 ^-^

다락방 2018-09-3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로지코믹스 읽은 것 같은데 인용해주신 재미있는 부분 생각이 1도 안나서, 으음, 그렇다면 읽은 줄 알았지만 안읽은 걸까... 그걸 확인해볼 수 있겠지 싶어 장바구니에 넣고 결재하려고 했더니 제가 2012년에 이미 산 책이라고 나와요. 저는 읽은 게 맞습니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것도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아니 사놓고 안읽고 팔아버린걸까요? 흐음.... 아무 생각이가 안난다........(시무룩)

syo 2018-09-30 19:5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남기신 글도 있는데요?? ㅎㅎㅎㅎㅎ 어쩐지 귀여운 한줄평이요.

다락방 2018-09-30 19:57   좋아요 0 | URL
저 쇼님 댓글 읽고 뭐라고??? 내가?? 하고 찾아보고 왔네요.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머리가 팽팽 돌아서 아무 기억도 안나는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독서를 왜하는건지 부끄럽다......하아-

syo 2018-09-30 20:00   좋아요 0 | URL
그러나 여전히 그 법칙은 유효하네요.

˝빌려보기 전에 어떨까 싶어 알라딘에 검색해 보면, 다락방이 먼저 읽고 남긴 평이 반드시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9-30 20: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서 다락방님 한줄평 읽고 온 사람 하나 추가요~~~~~~~~~~

syo 2018-09-30 20:22   좋아요 0 | URL
읽고 또 읽어도 귀엽고 재미있는 한줄평이다

2018-09-3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30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9-30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시민과 여친과 치킨을 삼위일체로 섬기는 syo님이 <역사의 역사> 재미없게 읽은 이유는 안 나오네요.
뭐, 저는 리뷰도 입맛에 따라 재촉하는 알라디너는 아닙니다.
그걸 많이 기다렸다는 건 아니구요. 하지만 궁금해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그 얘기는 안 나오나....
하고 있었더랬죠.^^

syo 2018-09-30 20:21   좋아요 0 | URL
그게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왜지? 왤까요?? 그냥 재미가 없었어.....ㅠ
그나저나 은근부담 권법의 달인이시다. ^-^

북프리쿠키 2018-09-30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급적이면 ‘구어체‘제목의 에세이류는 피할까 싶어요.
그 시간에 쇼님 글 한번 더 읽는게 개이득~ㅋ

syo 2018-09-30 20:30   좋아요 1 | URL
커헉ㅎㅎㅎㅎ
그러하시다면, 쿠키님 시간낭비 되지 않도록 점점 더 짧은 글을 쓰다가 마침내 소멸시켜버려야겠다 ㅎㅎㅎ

책읽는나무 2018-09-3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지코믹스 인용한 부분 읽고 풉~~ 이거 좀 재밌는 책인걸?
했다가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고서 음????? 그래서 저도 찾아 들어가 심오한 100자평을 읽고서 감히 도전할 책이 아니군!!!!여겼습니다.쩝~~
라로님의 감상평 또한 공포감을 안겨 줬어요.근데 왜 syo님은 왜 자꾸 읽고 싶게 만드는 감상평을 쓰시는거죠???
아~~그리고 저도 유시민님의 ‘역사의 역사‘감상평이 없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사다 놓고 읽을까,말까 고민중이거든요.
저는 입맛에 따라 재촉하는 알라디넙니다.
기다릴테니 써주세요^^

syo 2018-09-30 20:49   좋아요 0 | URL
남들 다 재밌다는 책 재미없다 하고 재미 없다는 책 재미 있다고 하면서
제가 또 알라딘 마을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군요 ㅎㅎㅎㅎ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아마 <역사의 역사>는 읽으면 좋아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걱정 하지 마시고 한 번 읽어보시지요.

저는 팔려고 빼놨습니다만....;;

2018-09-30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30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3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