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벼랑 밑의 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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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9월.
안녕,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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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생각하는 걸 보니 다시 뭐가 되고 싶은가 보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앞으로도 꿋꿋하게 아무것도 아니고 말테다 먹은 마음이 모두 진심이라면, 그저 오늘의 글을 마주하여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지만 생각할 것이다. 결코 글 밖에 서서 뒤적거리며 이 글의 정체가 무엇인지 감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은 곧바로 의미나 의의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고, 미끄러지듯이 ‘가치’를 향하게 된다. 길진 않았지만 살아보니, 가치 있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욕심이 항상 내 안에 높은 벼랑을 세웠다. 돌이켜보면 아무도 등 떠밀지 않았건만, 나는 스스로 그 절벽에 올라가 저 혼자 난리굿을 치다가, 결국 기대로부터 현실까지의 낙차가 얼마나 되는지 제 몸을 날려 실험하곤 했다. 몇 번이나!
자기를 명확하게 볼 줄 모르는 놈은 인생을 적잖이 탕진하고 나서도 기회만 생기면 또 춤을 추겠다고 벼랑을 오른다. 눈 두 개만 가지고는 도통 똑바로 볼 줄을 모르는 놈은 그래서, 신명이 나서 발이 절로 춤추기 전에 스스로 제 몸을 묶어놔야 한다. 그래야 산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것인지 저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어. 따지지 마. 묻지 마. 그냥 해. 하던 대로 해. 아무것도 될 필요가 없으므로 자유로운, 그냥 하던 그걸 계속 해. 벼랑 위는, 어울리는 이들에게 맡겨 둬. 그게 좋은 세상이야. 아름다움이야.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김은경 지음 / 오후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연이어 읽었다. 둘 중 어떤 애는 쓰레기에, 또 다른 애는 양서에 가깝다는 판단을 하였는데, 왜일까? 이 장르 맨날 욕하면서도 꾸역꾸역 찾아 읽고, 읽었으면서도 끝끝내 욕하는 알쏭달쏭한 내 마음. 그 마음속에 못 생기고 성질 드러운 두꺼비 한 마리가 사는 듯하다.
로지코믹스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재미있게 본 한 장면. 논리학에 미친 프레게와 논리학에 미치고 싶어 안달인 러셀이 프레게의 집 응접실에 앉아 다과를 나누며 대화중이다.
- 프레게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불(사람 이름입니다. fire 아님. Bool임)까지, 논리학자들은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식의 삼단논법을 이용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수학 자체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려 한다면, 그런 삼단논법만으로는 안 됩니다.
- 러셀 : 음, 그럼... 또 뭐가 필요하죠?
- 프레게 : 변수를 도입해야 해요. “x는 남자다.”와 같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장은 예컨대 x가 ‘러셀’과 같을 때는 참이지만, x가 이 쿠키 세 개 중 하나와.... 이게 뭐야! 하여튼 여자란....!
- 러셀 : ?
- 프레게 : (부엌에 있는 부인을 향해) 내 쿠키 세 개 어디 있어요? 내가 차 마실 때 먹는 쿠키 세 개!
- 프레게 부인 : (방으로 오며) 당신이 벌써 먹었겠죠.
- 프레게 : 절대로 안 먹었어요! 나는 5시 정각 전에는 쿠키를 절대로 안 먹는데, 지금은 4시 48분밖에 안 됐어요. 내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 프레게 부인 : 아뇨, 그게 아니라...
- 러셀 : 저... 교수님...
- 프레게 : (러셀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럼 왜 그런 내포(논리학 용어입니다. 함축, 함의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를 지닌 말을 하는 거요?
- 러셀 : 저, 프레게 교수님...
- 프레게 : 이 여자는 나의 엄밀함에 대한 이해가 항상 부족하지요, 러셀 박사.
- 프레게 부인 : 하지만 고틀로프(프레게의 이름입니다), 나는 쿠키 세 개를 놨어요...
- 러셀 : 저기... ‘세 번째 쿠키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간단합니다. 에... 내가 먹었거든요!
- 프레게 : (벙쪄서) ... 대단히 이례적이군! 지금껏 내 쿠키를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 프레게 부인 : 여기에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렇죠, 여보!
근본적으로 이렇게, 논리학자들의 정신병적 면모를 다루는 데 초점을 둔 만화책이다. 재미있다. 수학의 정석 제일 첫 번째 책, 맨 앞의 두 단원(집합과 명제)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대체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 / 스티븐 내들러 지음, 김호경 옮김 / 글항아리
미역, 다시마, 자연식품, 고섬유질
계절음식, 방울토마토, 채소 과일 종류
금식식품
밀가루, 술 , 고기-> 소화효소를 지키자
많이 씹는다.
체질개선기간 100일
주식 : 마늘, 양파, 고추
하루에 두끼
표지를 넘기자 뒤이어 나온 붉은색 내지 위에 쓰인 메모. 먼저 빌려 읽은 이가 급하게 남긴 듯하다. 스피노자는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어느 한 놈이 다른 놈을 지배해야 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논파하며 자신의 철학을 세웠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몸과 마음은 하나의 ‘실체’에서 나왔다. 그 실체가 각각 다른 ‘양태’로 발현되었을 뿐. 그러므로 따로 떼어 놓아 서로 싸움 붙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좋은 책이 몸에도 좋아야 하지 않을까? 먼저 읽은 이의 건강한 메모가, 스피노자 평전에 그야말로 스피노자의 사상을 구현하였다.
읽은 책들








유시민, 『역사의 역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로지코믹스』
허용우 글, 박정은 그림, 『대화편 :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박영규, 『존재의 제자리 찾기』
강대석, 『루소와 볼테르』
김범준,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이진경, 『국가를 생각하다』
읽는 책들



스티븐 내들러, 『스피노자』
최민석,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나쓰메 소세키, 『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