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서는, 시험 전 20일 간 4, 시험 직후부터 3일간 12..... 일평균 0.2권에서 4권으로 효율이 20배 상승했다. 그리고 다시 의욕이 떡락하여 김태리 나오는 드라마나 몰아서 보고 있는 8월 첫날의 저녁이다. 평생 겪어본 8월 첫날의 저녁 가운데 가장 더운 8월 첫날의 미친 저녁이다. 친구는 그런 말을 하였다. 형은 한참 더운 여름은 기어이 대구에서 보내다가, 제일 추울 때 서울 올라오더라. 또 올해도 8월 되니까 내려가려고 하지. 왜 이렇게 사람이 극단적이야? 극단적으로 겨울이 추운 철원에서 함께 두 번의 겨울을 보낸 녀석의 말이었다. 그러게. syo의 인생은 왜 이런 것인가. 무더운 여름을 하루라도 대구에서 덜 보내기 위해 8월 첫 주를 서울에서 버티기로 하였거늘, 내가 버티는 동안만큼은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덥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이것은 하늘의 뜻이 아닐까. 왜 이렇게 하늘이 극단적이야?

 

201807 : 16권


1. 법 앞에서

- 카프카의 짧은 글 몇 개를 실어 놓은, 아유 요 작고 이쁘고 기특한 책.

- 표제작 <법 앞에서>도 물론 훌륭하지만, <만리장성을 축조할 때><굶는 광대>는 사실 <변신>만큼이나 훌륭하며 생각할 거리를 뭉텅이로 던지는 작품이다.

- 카프카를 꼼꼼한 눈으로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건데, 이 양반은 정말 모를 양반이다. 자기 이름에서 파생된 형용사 어휘까지 존재하는 대가에게 어울리지 않게끔, 이 역자 저 역자가 번역한 이 책 저 책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 비문이 눈에 띈다. syo의 눈에 걸렸다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찾아낸다고 보면 되는데. 주술호응 망하는 건 여사. 이제는 애당초 카프카가 독일어로 그렇게 썼나보다 싶기까지 하다.

- 그러나 그것이 뭣이 중헌디. 프란츠 카프카, 이 구역의 미친 알레고리 지배자. 세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게 다 내 이야기 같은가.

- 그리고 일단 여러분, 이 책이 이 가격에 나왔다면, 그건 덮어놓고 사야 한다는 말입니다.

 

2.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 받는 사람이 자꾸 변하는 듯하여 도대체 누구에게 쓴 건지 알 수 없는 편지 다발.

- 하나하나의 문장이 덜 소중하고 마음을 얕게 스친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혹시 다작에 있지는 않을까? 장석주보다 황현산에 더 진득이 머무르게 되고, 그만큼 더 크고 오래 요동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일까. 하면, 역시 다작인데도 강준만은 더 써주길 바라고 장석주는 덜 써주길 바라는 것은 또 왜일까? 가슴이 뇌만큼 용량이 크거나 관용적이지 못하고 빨리 지치기 때문일까? 이 사람은 코를 후비고 귀를 파도 다 책을 쓰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근거도 근본도 없는 오해, 편견, 확증편향 따위가 이 작가를 향한 내 오랜 사랑에 작은 파문을 띄우고 있다.

-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인의 사랑은 참말 아름답구나....

 

3.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책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최근 핫 피플 베스트 10을 뽑는다면 너끈히 안착할 글 쓰는 의사남궁인이 매일 읽고 매일 쓴 독서일기.

- 이런 꾸준함으로 읽고 쓰는 일은 일단 덮어놓고 칭송 받아도 모자람이 없다. 집에서 노는 syo같은 인간에게도 이 정도 두꺼운 책들을 11권씩 꼬박꼬박 읽어가며 독서일기까지 남기며 1년을 채우는 일은 녹록치 않다. 글 하나하나가 다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였겠으나, 비록 꽃이 수놓아지지 않아도 비단은 비단인 법.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저자에게 경탄의 감정을 보낸다.

 

4.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에 사랑받는 일본 문학의 어떤 거장이 자신의 인생행로에서 만나고 또 헤어진 많은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토로하는 다정하고 쉽게 읽히는 유쾌한 글.

- 표지를 볼작시면, 시바견 한 마리가 여자 속옷을 입에 문 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모양새는 마치 심부름을 잘 마쳤으니 얼른 칭찬해달라는 듯하고, 그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는 이마까진 중년남(엔도 슈사쿠 선생으로 추정)의 당혹스런 표정에서 우리는 이런 시바.....이라는 말풍선을 발견할 듯하다. 과연. 이런 표지를 만났는데, 집어 들지 않는다고? syo는 그런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



5. 읽은 척하면 됩니다

6.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 책 많이 읽는 부부가 한 집에서 이 책 저 책 따로 또 같이 읽어가며 써내려 간 매일 매일의 독서일기.

- 왜 독서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그냥 일기'를 훔쳐보는 일보다 더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야 할까. '읽어 보다' 다섯 권의 저자들은 전부 독자로서, 기록자로서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긴 한데 별로 재미가 없다. 허용된 지면이 너무 협소하다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 근데 눈 비비고 다시 보니 지금 나도 이런 재미없는 글을 남기고 있다.....


7.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장석주/박연준 부부의 앙상블이 빛을 발한다. 왼쪽 페이지에서 장석주가 뿜는 찬바람에 등골이 서늘할 때쯤, 오른쪽 페이지에서 박연준이 많이 추웠죠? 하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같이 쓴 산문은 오히려 꿀에다 설탕을 뿌린 듯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었는데, 서평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질 줄이야.

- ’읽어 본다시리즈 5권 중 딱 한 권을 고른다면, 바로 이 책이겠다. 확실히 여덟 명의 저자 중 장석주가 가장 서평스러운 글을 쓴다. 그리고 박연준이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다.

 

8.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앞쪽 몇 페이지를 읽으며 어, , 하다가 직감했다. 이 사람도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한두 번쯤 해 본 일이 있을 거라고. ’내가 썼지만, 과연 이게 리뷴가?‘

- syo는 이제껏 요조라는 가수의 노래도 좋아하지 않고, 요조라는 작가의 글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 잡고 쓰지 않으면, 그냥 생긴 대로 쓰다보면, 내 이야기로 범벅되어 정체성이 희미한 리뷰가 나오는 사람의 구슬픈 운명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는 듯해서.....

 


9.

- 왔으되 미처 다 오지는 못한 온갖 것들의 영전에서 조용히 불러보는 희고 차며 슬픈 진혼곡

-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한글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한강. 안심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방식대로 써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연작과도 가깝고,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과도 멀지 않은 느낌.

- 지금까지도 한강의 한 권은 따라 나올 다음 한 권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어왔지만, 이번에 다시 다음 책을 기다리는 마음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으므로. 한강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 예측하는 시야의 무례함을 피해서.

 

10.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 ’글 쓴여자와 글 쓰는여자의 미묘한 차이를 생각했을 때,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말이 결코 공치사가 아닐 신여성 나혜석의 문장들, 10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빛이 나는 글들을 모아 놓은 책

-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혹은 여성이 아니라도, 업으로든 취미로든 글을 쓰고 남에게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는 이들 가운데 정말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널리 읽힌다. 같은 말을 해도 그들의 말만 크게 들린다. 글 쓰는 이의 99%는 널리 읽히지 않는 글을 쓰고 파급력 없는 말을 조용히 하며 산다. 만일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만 커지더라도, 그를 불편해 하는 누군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주의를 줄 것이다. 떠들지 마라. 네가 뭘 안다고. 너는 그런 말을 할 주제가 못 되니까 입을 다물어라. 네가 뭔데. 아마 나혜석이 그랬을 것이다. 지면은 있었으되 지탄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꿋꿋이 자신의 말을 적었고 적의 말을 버텼을 것이다. 99%의 글 쓰는 사람에게는 그게 필요하다. 맞서 버티는 힘. 솟아오르지 못하게 위에서 누르는 손아귀를 정수리로 밀어 올리는 힘. 아파도 가는 힘.

 

11. 기발한 과학책

- ’털은 깎으면 진짜 굵어지나요같은 소소한 과학적 질문들을 소소한 그림과 함께 소소하게 설명하는 소소한 과학책.

- 유튜브에서 이 책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영상을 즐겨 봤다. 처음에는 쏼라말인지라 다 알아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발한 그림으로 청각적 허들을 대부분 걷어 주더라. 그러나 종이 위의 그림은 도통 움직일 줄 모르는지라 콘텐츠의 맛이 많이 덜어졌다,

- 애들 읽히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애가 없는 syo. 물론 남들은 그를 애 취급하지만.....

 

12. 서로의 나라에서

- syo보다 먼저 태어난 소설가 4명과 나중에 태어난 소설가 4명이 이별이라는 다소 범상한 주제를 가지고 범상치 않은 단편을 지어내보자는 취지로 뭉쳐 써낸 8편의 중단편짧은 평으로 끊어 치는 것이 작가의 노고에 저지르는 무례가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역량부족과 의욕부족 탓에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데 먼저 사죄의 말씀을 구하면서.

- 김유담의 <공설운동장>은 평범하지만 작가로서는 어쩌면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한다.

- 박사랑의 <방갈로, 1996>은 쿨하지만 작가로서는 어쩌면 이 글을 쓸 필요는 없었겠구나 생각한다.

- 박서련의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비록 이 소설집 전체에서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만일 이 여덟 사람 각자의 단편집이 새로 출간되고 그 중 딱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syo는 고민 없이 박서련의 책을 고를 것이다.

- 박소희의 <기록 _떨어지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그 말을 실어 나를 장르로써 소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그런 걸 다 차치하고서 일단 문장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다.

- 송지현의 <커튼 콜, 한 번 더 박수>syo의 관점에서 보면 괜찮은 글을 넘어섰어도 멋진 글인지 판단하기는 애매하지만, 이 글을 칭찬할 사람이 많을 거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예감할 수 있는, 그런 식으로 좋은 글이다. 그런 식으로 윤고은, 손보미의 승승장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그들과 오래 버성겼었다.

- 양동혁의 <안녕, 이별>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혹은 작품 전체가 발아하는 씨앗이 되었던 곳은 아마도 마지막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까지 가는 길에 배치된 이야기들과 문장들이 너무 성기고 전체적으로 모자람이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 한 문단만 좋다. ’이별이 별을 엮어서 풀어나가는 아이디어는 2017년 발매된 길구봉구의 이 별이라는 노래가 아직도 지니 차트 100위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다지 참신하다 할 상황도 아니다. syo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어디 가서 이런 말 절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스타일이 아닌데, 에잇, 말하자. 내가 써도 이만큼은 쓰겠다. 정말로.

- 우다영의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저 혼자 이 책 존재 가치의 5할 지분은 획득하고 있다. 일단 분량. 자기 앞 세 사람 박소희, 송지현, 양동혁이 쓴 글을 합친 것보다 두어 페이지 긴 분량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정성을 윽박지른다. 둘째로 밀도. 다른 사람들의 3배나 되는 분량의 긴 글 속에 녹아든 감정의 밀도는 빽빽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이다. 이 작품을 읽는 데에 <기록 _떨어지는 사람들>을 읽느라 소비한 시간의 9배는 든 것 같다. 셋째, 주제. ’이별이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있을 수 있겠다. 다른 작가들은 우리가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릴 유형의 이별을 피하고 소재 자체에서 참신함을 획득한 후 글을 펼쳐나가려 했다. 내 인생의 한 시절과의 이별, 인간 세상과의 이별, 이 별과의 이별, 신체 부위와의 이별..... 그러나 우다영은 우직하게도 그야말로 이별하면 떠오르는 그 이별, 연인과의 헤어짐을 주제로 하여 다른 모든 참신한이별들을 입 다물렸다. 마지막으로 문장. 부드럽게 연결되면서도 뭔가 다른 어휘들, 직접 가서 본 게 아니라면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은 묘사들. 너무 내 스타일이야..... 그러나 단점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실제 현실 세계의 인간들이라면 결코 입에 올릴 것 같지 않은, 글로 써도 한참을 썼다 지웠다 한 끝에야 만들어 낼 수 있을 듯한, 너무 정교하게 세공된 말들이 튀어나온다는 것. 과했다는 것. 그러니까 과하게 아름답다는 것, 그게 단점이다.

- 정영수가 이 책의 다른 작가들과는 사이즈가 다른, 이미 평단에서도 위명을 떨치고 있는 위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정영수의 <서로의 나라에서>는 좀 힘 빠지는 데가 있다. <밤의 징조와 연인들>에 뒤이어 배치되어서 더 그래 보이는지도.

- 기승전우다영이구만요.

 


13. 뒤르켐 & 베버 :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

- 청소년에게 철학/과학/이런학/저런학의 기초지식을 전해주기 위해 구성한 말랑말랑한 시리즈물 가운데 한 권.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그리 말랑말랑하지 않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에 비하면 싹싹한 맛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 사회학이라는 것에 기웃거려 볼까 하고.

- 왠지 모르겠지만, 청소년용 책인데도 저자의 야심이 느껴졌다. 뒤르켐과 베버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뒤르켐도 베버도 잘 모르다 보니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어려움 없이 술술 읽혔다. 사실은 그래서 더 불안하다. 그것 참 희한한 일이로세.

 

14.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 나는 그 작가는 잘 모르지만 이 번역가가 옮겼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는 거야, 하는 식의 다소 특이한 형태로 독서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소수의 번역자 가운데 한 명이, 남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옮겨 풀어낸 책. 평론과 에세이 가운데 어디쯤 있다.

- 정영목 선생님이 옮긴 수많은 책들, 그 안에서 아름다운 문장들을 무수히 만날 때마다, 이 번역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글의 색채가 궁금했다. 의외로 투명하고 소탈한 문장. 그는 만드는 문장은 채도가 옅다. 그래서 그 위로 다양한 작가들이 지닌 강렬한 색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15. 모든 것을 제자리에

- 허어, ’불안의 연금술사라니, 이거 너무 거창한 호칭 아냐? 하는 마음으로 펼쳤다가, , 꼴랑 연금술사가지고 되겠어? 뭐 더 크고 번쩍번쩍한 이름표 좀 갖다 주라고, 하는 마음으로 덮은 단편소설집.

-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트렌디하게 다시 쓰면 이렇게 되려나.

- 독자가 거의 자동적으로 가지다시피 하는 화자에 대한 신뢰를 서서히 무너뜨려나가는데, , 나한테 말을 거는 이 양반이 지금 미쳤구나 싶을 때는 이미 발밑이 무너져 있는 상태이므로, 독자는 속절없이 패닉 구덩이를 뒹군다.

- 눈 크게 부릅뜨고 봐도 소용없다. 소용없다기보다는 부질없다. 왜냐하면, 이 책 안의 모든 주인공들은 이미 첫 번째 활자가 우리 눈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미쳐있기 때문이다. 활자는 알려줄 뿐 미치게 하지는 않는다. 다들 미쳤다는 것이, 그리고 이들이 미쳤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챌 수 없다는 것이, 그렇다면 최종적으로는 내가 미쳤더라도 그것을 내가 바로 알아챌 수 없으리라는 것이,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

 

16. 그녀 이름은

- ’김지영은 없다고, 김지영이 겪은 일들을 낱개로 겪은 사람들이야 실재할 수 있지만 그걸 통째로 다 겪은 인간은 없으니까 결국 그 소설은 과장된 설정으로 남자를 공격할 의도가 있다고, 없는 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물으니까 내 주변에 없다, 그 속에 든 일을 다 똑같이 겪지는 않았으나 일부는 더 심한 일을 겪은 사람, 양태가 조금 다르긴 해도 실체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들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내 말에, 그럼 데리고 와 보라고, 어차피 그것도 네 주변아니냐고 말하던 친구야. 오빠가 이 책 속의 남자들 같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책이 여자들의 현실과 그 현실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흉터들을 잘 보여주어서, 내가 너무 공감해서 한번 권한 것뿐이라고, 오해하지 말라며 되레 미안해하던 여자친구에게, 그러면 더욱 이런 걸 추천하면 안 되지! 하고 불편한 소리를 내던 친구야. 이제 네가 말하던, 낱개의 경험이 낱개의 증언이 되고, 그 증언이 다시 낱개의 이야기가 된 책이 나왔구나. 낱개가 되면 뭐가 많이 달라진 걸까? 이제 더 사실에 부합하고, 그게 널 덜 불편하게 하는 걸까? 아니면 너는, 이제 식상하다-는 가장 식상한 반응을 보일까?

- 식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아픔은 아무리 오래가도 식상해지지 않는다. 참고 견디는 기술이 늘 뿐이다.

 



너무 짧게 한줄 띡 쓰고 마는 것이 어쩌면 나한테나 저자한테나 다른 독자한테나 골고루 무례한 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읽어 본다>시리즈 다섯 권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다른 때보다 좀 더 길게 써 보았는데, 그저 짧은 쓰레기가 긴 쓰레기가 된 건 아닌지.

 

더울 때는 도서관이 답이라, 8월의 기온은 8월의 독서량과 비례하는 것이 백수의 경험칙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읽어낸 스스로를 치하해야 하나 물 곤장이라도 패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읽긴 읽었네.

 

syosyo의 서재친구님들이 모두 8월의 독서를 뻑적지근하면서도 알차게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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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08-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늘 존경의 마음을 담아~ 8월에도 행복하게 읽어요:)

syo 2018-08-01 23:04   좋아요 0 | URL
툐툐님도 더위보다 더 뜨거운 독서로 기억되는 8월을 보내시길^-^

라로 2018-08-02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궁인 씨의 책은 토비님 때문에! 보관함에 담았지만 예전부터 저 난다 출판사의 표지 맘에 안 들어하고 있는 일인.

syo 2018-08-02 02:20   좋아요 0 | URL
사실 그다지 추천하고 다니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요.
표지는 사람들이 죄다 싫어하네요. 저런 패착을 두다니....

단발머리 2018-08-0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 앞에서, 부터 그녀 이름은, 까지 모두 다 읽고 싶은 책이네요.
이렇게 더운데 syo님은 부지런하셔라~~
앞으로 더더 많이 읽으실테니 나는 syo님 글을 읽으며 피서를 해야겠다, 생각해요 ㅎㅎㅎㅎㅎㅎㅎ
전 마냥 딩가딩가.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방학이예요. 하하하^^

syo 2018-08-02 09:58   좋아요 0 | URL
방학에는 단발머리님, 폭풍 읽는 거죠.

딩가딩가가 아니라 리딩리딩.
......
하하하하하 재미없다.

단발님도 불독8월 되시기를.^-^

단발머리 2018-08-02 10:02   좋아요 0 | URL
와우!
이 유머 나 좀 써먹어도 되나요?

딩가딩가 웬말이냐 리딩리딩 읽어보자!

유머로 한 번 써먹기는 아깝네요.
다음 페이퍼 제목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

syo 2018-08-02 10:04   좋아요 0 | URL
그거야 상관없지만 욕 먹어요 ㅋㅋㅋㅋㅋ 리딩리딩이라니 ㅋㅋㅋ

단발머리 2018-08-02 10:08   좋아요 0 | URL
아.... 모르시나본데요.
저, 인기 알라디너 아니예요.
제목 저렇게 해도 욕할 사람이 없어요.
읽는 사람이 별로 없...ㅠㅠ
갑자기 눈물... 더운데 눈물...

syo 2018-08-02 10:21   좋아요 0 | URL
지금 말씀은 리딩리딩보다 다섯 배는 더 욕을 먹을 말씀이네요. 단발님처럼 사랑받는 알라디너께서......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좀 재수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ㅋㅋㅋ

심지어 재수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재수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8-02 10:30   좋아요 1 | URL
제가 syo님 좋아하니까 하는 말이예요.
오늘 방문자 22세요. 서운해 하지 마시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오늘 방문자 8이예요.

재수없어 보일까, 하는 고민은 제게는 너무 사치스러워요.
더운데... 더워서, 더우니까, 덥도록 사치스럽습니다.
저는 다음 페이퍼 무조건 이렇게 갑니다.

딩가딩가 웬말이냐 리딩리딩 읽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8-08-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오시면 매주 월요일 스몰토크에 방문하셔도 됩니다. 이번 달 25일에 정희진 님 강연하기로 확정됐어요. 레드스타킹 인스타에 들어가면 신청 링크 있어요. 강연 날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syo 2018-08-02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사이러스님의 열정이 날씨보다 더 뜨겁군요.

stella.K 2018-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실은 cyrus한테 얼마 전 좋은 일이 생겼어요.
로쟈님이 심사하신 리뷰대회에서 2등을 했거든요.
응모 때 제가 농담삼아 1등 하면 한턱 쏴 했더니
2등을 했는데도 한턱 쏘겠다네요.
사실 1등 같은 2등이죠. 안 그렇습니까?ㅋㅋ

그래서 말씀인데 스요님, 만약에 스요님이 저한테 책을 한 권 권한다면
저 목록 중에 어떤 책을 권해주시겠습니까?
조만간 cyrus한테 책 한 권 찜해서 알려줘야 하거든요.
물론 스요님이 추천한다고 해서 제가 그 책을 읽을 거란 보장은 못하지만 ㅋ
그래도 스요님은 북소믈리에가 되셔도 충분히 잘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권 부탁드려 보는 거예요.

시험 결과가 어찌 나올지 모르겠지만
혹시 뜻대로 안 되신다면 알라딘 MD 도전 한 번 해 보시죠.
잘하실 것 같아요.
알라딘이 인재등용을 잘 해야할텐데...ㅋㅋ

syo 2018-08-03 12:31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리뷰기계 사이러스님을 이겨먹은 리뷰의 달인이 누구일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ㅎㅎ 세상 참 넓고 고수는 널렸군요.

제가 스텔라님의 독서성향을 잘 몰라서 함부로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추천했다가 성공했던 적이 정말 한 번도 없거든요 ㅋㅋㅋㅋ 북소믈리에는 안녕..... 그저 저한테 추천을 요청하신 것만으로도 영광이네요. 것참 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어제 <출판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MD는 저 같은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냥 칭찬말씀으로 듣고 기분이나 좋겠습니다ㅎㅎㅎㅎㅎ


stella.K 2018-08-04 19:33   좋아요 0 | URL
췟! 원래 와인 소물리에도 그 사람을 알아서 권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죠.
그냥 읽어 본 중에 가장 괜찮아서 슬쩍 건네보는데
다행히도 입질이 걸려오면 그게 북소믈리에로서 성공하는 거죠.
고객의 입장에서 너무 취향저격이면 흥미가 오히려 반감이어요.
몰랐는데 엇, 이런 책도 있었어...?
그게 더 흥미를 끄는 법이죠.
뭐든 나면서 그 일을 하도록 되어 있는 사람은 없어요.
처음부터 이것저것 찔려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관록이 쌓이고,
소위 말하는 무림의 고수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syo 2018-08-05 10:17   좋아요 0 | URL
추천은 그래도 어려운 법이지요 ㅎㅎㅎ 스텔라님도 그런 경험 있으시지 않으세요?? 추천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ㅎㅎㅎㅎ

아니 독서머신 책머신 사이러스님이 버젓이 계시고, 심지어 선물자도 사이러스님인데 왜 저 같은 필부에게 추천을 받으려고 하세요 ㅎㅎㅎㅎ 소 잡는데는 소 잡는 칼을 쓰셔야죠. 커터칼로 잡으려 하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