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뉴베리 수상작인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스토리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다만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의 10대 아이들에게는 이질감이 있어서일까 아이들은 읽으면서 큰 감흥을 못 느껴하는 듯했다.

<고양이 낸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사고 싶다, 사고 싶다는 충동을 여러 번 찍어누르느라 힘들었던 책.

이번 달에 우치다 타츠루의 저작에 꽂혀 짬나는대로 많이 읽었다. 읽으면서 굉장히 광분(그래 바로 이건데!!!)했었는데, 그랬는데, 어찌된 게 누구한테 얘기할라치면 왜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냐... 아마 너무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가서 뇌까지 이사할 여력이 없었나보다,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공부머리 독서법 팟캐스트를 듣다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추천해봤는데 엄청난 대호평. 

오래전에 읽다 관뒀던 고전부 시리즈가 자주 다니던 지역 알라딘 중고매장에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게 대단한 가격에 진열돼 있길래 전부 구입해서 다시 읽어봤다. <여행의 이유>는 굳이 말 보탤 것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이 책의 훌륭함을 다들 극찬하셨으니 말을 아낀다. <레몬>은 솔직히 내게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안녕, 주정뱅이>는 정말로 너무나 좋았었는데. 친필사인본이어서 좀 아까웠지만, 그냥 정리했다. 

오은영 박사의 책은, 나는 되게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십대 중딩 큰아이는 다 읽어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뜻일까?


5월


       
       
       
       
       
       
       


<포노 사피엔스>는 많은 부모들을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을 것이다. 분명. 이 분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100% 동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책이다. 더이상 카더라에 의존하면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부담감을 부모들에게 실어줬다는 측면에서는 정말 훌륭하다!

<와일드 우드> 시리즈는, 중간 중간 좀 지나치지 않나싶게 늘어지는 부분만 좀 견디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은 한참 언어와 소통, 감정, 교류에 관해서 생각하던 때에 읽었다. 그저 생각이지만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해질텐데 그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싶다. 

<푸른눈, 갈색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험에 (일면 잔인하지만, 그래서 그 결과가 더 충격적인) 관한 이야기다. 뭐가 됐든 어렴풋하게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마음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르다.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속편은 쓰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

<뱀이 깨어나는 마을> 다락방님이 추천하셨어서 읽었다(이 분이 추천하신 책은 실패하지 않는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게 철학을 선물한다> 프랑스 교육이라든가 프랑스 부모의 육아라든가에 대해 다루는 책은 솔직히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그냥 읽어볼 만 했다. 그 정도. 

<아무튼, 양말> 세상엔 자기만의 취미분야를 심도있게 들이파는 재미있는, 흥미로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관광은 언제나 즐겁다. 


6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무슨 말을 더할 것도 없다. 별 오만개쯤 주고 싶다. 

김정운 작가(이제는 교수는 아니시고, 글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니...)의 책을 원래도 좋아한다. <에디톨로지>에 대단히 감명받았었는데,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책이 빽빽해지도록 플래그를 바르면서 읽었다. 그러나 감히 토를 달자면, 요즘은 화장대 없이 사는 여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좀 알려드리고 싶... 

<엄마의 책모임>은 리뷰 길게 쓰기 힘들어하는 내가 굳이 따로 적었을 정도.

<곰탕>은 다른 할 것도 많은데 책을 왜 읽어,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앞에 펼쳐줄 책. 

청소년 소설에 대한 오만한 선입관을 깨준 책이 바로 <아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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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월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건대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비교적 쉽게 입에 되살릴 수 있는 책은 다섯 권이 채 안 된다. 1월에 읽은 책 중에서 누구에게 추천해도 민망하지 않은 책은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인데, 최혜진 작가의 책은 정말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이딴 걸 왜 읽었지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책이 한 권 있는데... 전에도 얼핏 질겅댄 기억이 있으므로 그냥 넘어갈까. 싶지만 이 작가의 머리뚜껑을 진심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다시 한 번, <안녕 시모키타자와>. 그 옛날 내가 <키친>에서 받았던 그 좋은 느낌은 애저녁에 다 달아났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싶었었는데 한 번 깨진 연애는 다시 되살리기 어렵다는 진리에 작용하는 원리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더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이만 바이바이.


2월


       
       
       
       
       

<보통 사람들의 전쟁>은 딱 한 단어로 요약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보편적 기본소득. 미래에 대한 많은 진단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쉽고 흥미롭게, 그리고 소름끼치게 쓰여져서 읽기 좋은 책이지 싶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기준치에 충족되지 못하면 스스로 괴로워하는 기질(이라고들 생각하지만)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께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런 아이를 키우는 내게도 썩 도움되었던 책이다.

<일간 이슬아>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더랬다. 자기가 머무르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의 일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 그 자리를 조금씩 넓힐 수 있는 사람. 

<훈의 시대>도 내용이 심히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책. 정말 그 길지도 않은 몇 줄의 교훈 나부랭이에 은연중에 우리는 얼마나 세뇌당하고 있었던걸까? 

좋은 책을 꽤 많이 읽었던 2월이었다. 보람찼네.


3월


       
       
       
       
       


노지양 번역가의 에세이가 재미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은 역시 "왜 아빠도 우리 가족에서 탈퇴하려고?"와 down to earth 타이틀을 붙였던 글이다.

<설이>는 읽으면서 내내 미안했다. 그냥 미안했다. 설이와 시현이처럼 키우지 않는다는 걸로는 뭔가 부족한데, 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은유 작가의 책은 항상 좋다. 뭘 어떻게 다르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정도로 좋다.

<태도의 말들>은 내가 그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책이다. 고정적으로 목소리만 듣는 사람인데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방송이라는 매체의 성격 때문이겠지. 이런 사람들을 계속 책으로 만나고 이야기 듣고 싶다.

<공부머리 독서법>은 3월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실 이런 타이틀을 단 책은 별로 친근감이 안 가는데, 믿을 만한 분이 은근히 추천하시기에 읽었다. 독서교육이라는 말에 (살짝) 반감이 있지만, 어쨌거나 책 읽기를 일종의 습관들여야하는 교육처럼 바꿔버린 요 마당에 그런 감정은 잠시 접고 판단하자면 몹시 유용한 책이었다. 



한 번에 12개월치를 쓰는 건 완전히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ㅎㅎㅎ

나머지는 따로 이어서 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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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 눈뜨는 시간
라문숙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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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지 않아도 그의 단정한 살림을 짐작할 수 있는 깔끔한 문장. 질척거리지 않지만 들여다보고싶게 하는 일상의 묘사. 갖은 부정적인 묘사는 다 들러붙는 ‘우리‘ 집단에도 이렇게 산뜻한 글을 쓰고 감정을 차분히 갈무리하는 분이 있다는 것이, 어쩐지 나까지 으쓱해지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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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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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도 이야기하니까 외려 더 손이 안 갔던 책.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책. 주인공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바라보게 하면서, 그들의 가장 깊은 마음 가까이에 앉혀주는 문장들. 사소하게는 말줄임표에서 크게는 한 사람의 행동이 품을 수 있는 주름의 폭을 헤아려 보게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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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자기랑 놀아달라고 와 주저앉아서 하는 얘기가 너무 웃기면서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철학적이었다


엄마,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뭐.


타임머신이 왜 불가능할까? 지금보다 과학이 훨씬 발전하면, 그러면 그때는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혹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너무 당연한 현실이 될 수도 있잖아 과거에 지금 누리는 것들이 아예 불가능한 것 혹은 꿈꿔본 적도 없는 것들이었을텐데 지금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건데. 그것처럼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야 그건 아닐 것 같아.


왜?


왜냐하면 그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니까.

시간이라는 건 선형적으로 흐르는 건데(사실 이 말을 하면서 뭔가 내 얘기 자체가 오류가 있는 느낌이었지만 그냥 밀어붙임)

타임머신이라는 건 그 시간을 역행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거고. 그렇다면 시간은 흐른다는 대전제 자체가 뒤집히는 건데 그건 좀 불가능하지 않나. 시간여행이라는 논쟁 자체는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실제여야만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쯤되니 밑천이 바닥나서 더이상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기가 불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함...)


평행우주가 뭔데


아 그건. 쉽게 설명하면 이런 거. 지금 이 순간 졸려서 놀자는 너를 무시하고 자러가는 엄마가 있는 세계가 있고, 지금 여기서 네 말을 계속 경청하는 엄마가 있는 세계가 있고. 말하자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그 선택을 한 나와 하지않은 내가 존재하는 평행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거지.


그게 존재할 수도 있잖아?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그건 그냥 인간의 발상일 뿐이지



엄마 그럼 그건 그렇다고 해

근데 이런 생각도 해.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 세계가 진짜일까? 아주 정교하게 세팅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어떤 가상의 세계에 살고있는거 그니까 꿈 같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


현대판 장자라고 하고싶은 거냐 지금.


그게뭔데


아 어제 너랑 아빠랑 얘기했던 호접지몽. 그게 장자 얘기야.


아.


근데 엄마도 옛날에 그런 생각 했어. 매트릭스를 열심히 봐서 그런가.


무슨?


그러니까 이 현실은 사실 아주 잘 설계된 가상의 세계. 뇌속에서 시뮬레이션되고 있는 세계이고 의식만 그 세계속에서 떠다니고 있고 몸은 어딘가에 고정돼 있는데 마치 살아있고 내가 움직이고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거지. 그런 거 말야.


아 나도 알아. 그렇지만 지금 여기서 그걸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내가 있는 걸 보면 현실이구나 생각해.

근데 한편으론 이런 것 같기도 해. 이것마저도 내 자신이 아니라, 아까 엄마가 얘기한 것처럼 인간을 시뮬레이션 도구로 쓰면서 뭔가 실험하는 외계인들이, 인간의 머릿속을 프로그래밍하는거지, 어 얘네가 어째선지 우리의 낌새를 눈치챈것 같아. 그럼 이렇게 우리가 잠든 시간에 구리구리 통통통, 하면서 다시 세뇌를 시키는거지.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완전히 까먹도록. 아니면, 이 대화 자체가 걔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라~ 하면서 우리한테 이미 주입한 것일수도 있어!


그럴수도 있겠네.


엄마. 어쩜 이럴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 우주가 어떤 거대한 생물체의 뱃속이나 장기의 한 부분이고, 우리는 우주라고 믿고 있지만 어딘가에 들어있는 뭔가일수도 있잖아. 그런데 우린 그런 걸 모르고 나름 열심히 사는거지.


재밌는 발상이야. 그럴수도 있지.


아 그러면 반대로, 진짜, 우리 몸속의 적혈구나 백혈구들 말야(여기서 피는 부지런해 책을 언급) 걔들도 이렇게 사회를 이뤄서 꼬마 적혈구들을 학교에 보내고, 공부나 하라고 야단도 치고, 집도 짓고, 그렇게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지 않을까? 응?


그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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