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도 않은 짧은 인생인데 너무 싸우지들 말고 서로서로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인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좋겠습니다. 보니것 슨세임의 말씀에 따르면, 우린 다 너무 칭찬이 고파서, 그렇게들 으르렁거리며 살고 있는가봐요. 까짓것, 돈도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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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딱서니 없는 시절 우리는 늘 타인에게 나의 이상을 드리운다. 내가 색안경을 줏어 쓴 줄도 모르고 보고 싶은 색으로 칠해진 세상과 사람들을 보며 일없는 환상에 젖어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닳을 만큼 닳아 색이 벗겨지기 시작한 안경으로 원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낸 내 옆의 엄연한 타인들을 보며 환멸에 빠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도 하고 모두의 잘못이기도 한 이런 상황은, 이 욕 나오는 상황은 더 욕 나오는 작금의 전염병이 확산되는 걸 막고자 취한 조치 때문에 더욱 악화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러모로 유익하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건강한 관계를 지속시키기도 한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보기 싫은 것도 좀 덜 보인다. 다만 위생상의 이유로 적극 권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떤 관계들에서는, 심각한 정신위생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도 통계로 증명된다.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적으로는 몹시 병들어가고 있는 요즘의 나날들이다. 하루의 반은 따로 갈라져 있는 게 디폴트였는데 왼종일 같은 공간 안에서 부딪히자니 몹쓸 병증이 온몸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함에 건강염려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이 시점에서 부자들이 몹시 부럽다. 각자의 공간에서 충분히 자가격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전염병이 지나가고 나면 글쎄다... 상담치료 다닐 마음의 병을 얻은 다른 종류의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 것 같은 이 기분 뭘까. 나도 그 중 한 자리 예약...  -_- ... 


도서관 폐관 전에 책은 진짜 수십 권을 빌려다 쌓아놨는데 (미국인들 재밌는 게 마트만 싹쓸이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 책도 싹쓸이해서 빌려가는 통에 서가가 다 텅 비었더라는) 전혀 책을 읽을 마음이 1도 안 생긴다. 그래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건 책밖에 없겠지. 적어도 얼굴을 책에 파뭍고 있으면 건드리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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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의 새 책이 나왔구나. 이 분의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 기발한 상상력에 입도 정신도 뻐끔뻐끔한 상태로 세 권을 연달아 읽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를 엮는 솜씨는 물론 서툴렀지만 이 사람이 쓰기를 좀 더 연마하면 어떻게 변할까 몹시 궁금하게 하는 작가였다. 연마하는 과정이 빛나는 원석을 조금은 훼손해서 '누구나 아는' 그런 형태의 보석이 됐을까, 아니면 본래의 기발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제나름의 개성있는 보석이 됐을까. 정말 알고싶다. 



제 손으로 제가 먹을 한 끼의 식사를 차려낼 줄 아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먹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한 끼의 밥은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늘 먹고 먹이는 일에 대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두고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라고, 어디가서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주의 휴교령이 내려진 이 사태 앞에서는 눈앞이 깜깜해진다. 특히 잘 먹는 일이 건강과 면역력과 직결되는 요즘에는, 장을 보러 나가도 뭘 제대로 사 오기가 쉽지 않은 요즘에는, 집에서 텃밭 가꾸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축도 길러야 하나, 세상이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 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 얘기하다가 엉뚱한 소리만 줄줄. 


이 책을 보는 순간 갑자기 떠오른 책 두 권. 




그의 책을 아주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다. 누구나 알 법한 바로 그 책 말이다. 나잇값 못 하게도 그 책을 읽은 뒤 대략 1-2개월 간을 악몽에 시달렸고 그 뒤로 호러를 소재로 삼은 책은 가급적 안 읽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는 목덜미가 차가워지는 책을 일부러 찾는다. 그래도, 그래도 지금 여기는 조금 낫지 않겠느냐고. 아, 무슨 이런 가학적인 자기위안이 다 있담.



한 때 필립 코틀러의 책을 끼고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신간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말을 뱉었다. 이 분 아직도 살아계셨어? 아, 나도 은연중에 내가 그때로부터 얼마나 나이를 더 먹었는지 자각은 하고 있었나보다. 옛날 생각하면서 끼워본다.



가장 낮은 시선에서 가장 멀리까지 파고드는 질문을 던지는 요시타케 신스케. 이 어려운 이름을, 여덟 살 난 막내도 잘 외운다. 어찌 그 긴 이름을 외우냐고 물어보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아저씨인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분이 쓰신 책 중에서 나를 실망시켰던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무릎꿇고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 그 어느 쪽이든 반드시 업그레이드가 된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함께' 사는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널리 읽혀야 한다. 다만 소개글만 보고 내 인상을 추려 쓰는 것이라 실제 책의 내용도 진짜 그런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신간에 관한 짤막한 몇 문장을 쓰면서도 늘 불안하다(예전에 책 소개만 보고 그렇게 적었다가 후에 직접 읽어보고 속았다는 사실에 분개한 기억이 있다).



교육에 대해 나오는 책들은 가급적 읽자 주의다. 일단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뭐라고 떠드는지, 무슨 생각들을 하고 메인스트림은 뭔지, 또 대안들은 뭔지를 알아야 나도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할 수가 있으니까. 적어도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이야기를 떠드는 것만 아니면 된다(사실 그런 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를 이렇게 푸는 것은 얼마나 생산적이고 건전한지! 쓰는 것은 정말 좋다. 일단 한 번 거르게 된다. 내가 아무리 광분하건 슬픔에 절어있건 기쁨에 춤을 추건, 세상만사 심드렁하건... 조금은 내가 빠져있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와 자기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렇게 쓰면서, 나와 내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관조하면서 돌이켜볼 수 있는 쓰기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말하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읽고 쓰는 것도 그만큼 일반적인 것이 된다면 덜 화내고, 덜 분개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좀 더 차분해지지 않을까, 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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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다. [형용사]

1. 정도에 알맞다.
2.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언급할 때 적당하다는 말을 한다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표현하는거다. 어떤 경우엔 대충, 부정확하게, 너무 깊이 따지고 들지말고 얼버무리기 위해 쓰기도 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엔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쓰는 용법이고.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알맞게! 가 맞는 것이겠다. 


코로나가 처음 국내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넌 거기 가 있어서 좋겠다'고들 했다. 그땐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게 그렇지가 않답니다. 라고 굳이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그렇지 뭐 하고 말았는데 갈수록 심상치가 않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말하자면 '안일하게 대처할 일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공포에 젖지는 맙시다' 주의인데, 이곳 사람들은 갈수록 패닉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확진자와 접촉했던 학생 두 명이 자가격리중에 있다. 그 외에는 아직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사람들은 거의 이성을 잃어가려는 것 같다. 마트에 가 보면 휴지나 생수 같은 것을 취급하는 매대는 썰렁하고, 학교는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지만 정부도 교육구도 불신하는 부모들은 자체적으로 홈스쿨링을 선언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이러니 등교를 하고는 있어도 아이들도 수업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 인구의 절대다수가 이민자로 구성돼 있는 지역 특성상, 개별행동이 많아질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일인지 좀... 아리송하다. 확진자수가 엄청난 우리나라 분위기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숨이 막힌다.


실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도 전에 이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고 의심하는 분위기 속에서 질식해버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란... -_- ... 도대체가 그러면 예방차원에서 마스크를 쓰자고 하는 게 당연한데도 마스크를 굳이 쓸 건 없다, 의료진이나 쓰면 된다, 이런 소리만 계속하고 뭘 어쩌라는 건지 감을 못 잡겠는 이 나라 정부 정말 알 수 없어... 이런 상황이 닥치고 보니 여기가 정말 선진국이 맞나 선진국이라고 해도 되나 그런 의심만 자꾸 불거진다. 


아오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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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잘 쓰고 말도 잘 하는 사람조차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이런 반가움이 마음 바닥을 들쑤셔 친근감을 찾아 일으켜 세운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한 번 인용했듯이, C.S.Lewis의 말을 빌자면, 이런 것이다.


 "Friendship... is born at the moment when one man says to another, 'What! You too?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그런거라면 세상엔 아직도 내가 만나지 못한 만날 수 있는 친구도 책도 셀 수 없이 많다는 거나 마찬가지지. 아직 국내엔 앤 보걸의 책이 한 권도 번역돼 나오지 않은 걸 확인했다. 이럴수가... 가벼운 기분전환용 읽기로 책과 책 읽는 일과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큼 적절한 것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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