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시 3

가끔은 슬픈 얼굴이라도
좋다, 맑은 하늘 아래라면,
어쩌다가 눈물이 굴러떨어질지라도
가슴의 따스함만이라도
전해질 수 있다, 진실은.

늘 웃음을 보이며
웃음보다 더 큰 슬픔이
내 속에 자랄지라도
<웃음>만을 보이며 그대를 대하자.

하늘도 나의 것이 아니고
강물조차 저 혼자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나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 삶의 전부를
한 개 점으로 나타내야지

지나가는 바람에도 손잡을 수 있는
영혼의 진실을 지니고
이제는 그대를 맞을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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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

죽음조차 열차 위를 지나는 바람인 것을
좀더 용기 없이 허물어져버린
이 밤을, 비는 적시고 있다.
까만 기억 속의 밤
잃어버린 그 흔적은 되찾을 수 없고
그것을 알지라도
헤매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빗속에 씻고 있다

비가 내린다
우리가 살아 있듯이 비가 내린다
그 밤은 내가 아니다
되돌아볼 수도 없는 자신의 황혼
그 눈물의 침묵속에서
그러나 내리는 건
굳게 닫혀진 인간의 절벽들
스스로 초라함만 던지고 있다

빗속에서 영혼의 소리가 살아난다
- 허무속에서 자신을 사랑하여라
  절망하면서
  더욱 자신을 지켜야 한다.
도저히 숨을 수 없는 그 소리에
몸서리치며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비에도 씻겨지지 않는 이마의 표식에 도전하며
가끔은 밤이 낯설듯
살아 있음이 생소할지라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나에게는 용서할 아무것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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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람 2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처 고개도 들 수 없이
그 바람을 맞고만 있었다
아무도 나눠가질 수 없는
차가운 배경이 모래의 뒤편에서
바람에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아니었다, 쓰러지는 건.
전혀 낯선 얼굴로 나는 가버리고
소리도 없이 날아가는 그 배경
나의 어떤 외침에도
그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다
바람이 너무 깊이 파고든다
고 느낄 때는 이미
나의 전부가 노출되어 있다
누구의 죽음도
나도 감동시키지 못하고
시간은 그냥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데
바람이 부는데 내가 아픈 건
죽여 흐느끼는 내 속의 울음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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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람 1

추웠다
그 겨울에서 가장 추운 바람이
우리의 아픈 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서하고 싶었다
아무도 그의 허락 없인
울지 못해도, 우리들은
빈틈없이 그 겨울을 채우고 있었다.

바람이 아팠다
나는 모래처럼
그 바람에 무너지고 있었다
흔들어버리고 싶은 하늘
도저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하늘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바로 그 소리였다
방금 헤어진 소리로 나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용서할 수 있는 건
바람뿐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살아 있었다
아직 사랑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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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별빛 차가운 얼굴을 하고 
내 의식의 낡은 창에 
나보다 가난한 의미를 심는다 
가로등을 켜듯, 확실한 생이 아님을 
빈 손 마디마디 시리게 깨달으며 
다시 어쩔 수도 없이 
홀로 거기서 타오른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내 양심의 낡은 창가에서 
더욱 초라한 모습으로 서성이는 
이처럼 헛된 짓을 나는 
밤마다 거울을 깨듯 놀라고 있다 
손에 만져지는 아픔이 
슬픔으로 창에 비치면 
아직 부끄러운 표정으로 
흩어진 언어에 불을 지르고 
쓰러진 내 그림자와 함께 
검고 자그마한 화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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