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 2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처 고개도 들 수 없이
그 바람을 맞고만 있었다
아무도 나눠가질 수 없는
차가운 배경이 모래의 뒤편에서
바람에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아니었다, 쓰러지는 건.
전혀 낯선 얼굴로 나는 가버리고
소리도 없이 날아가는 그 배경
나의 어떤 외침에도
그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다
바람이 너무 깊이 파고든다
고 느낄 때는 이미
나의 전부가 노출되어 있다
누구의 죽음도
나도 감동시키지 못하고
시간은 그냥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데
바람이 부는데 내가 아픈 건
죽여 흐느끼는 내 속의 울음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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