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처 고개도 들 수 없이 그 바람을 맞고만 있었다 아무도 나눠가질 수 없는 차가운 배경이 모래의 뒤편에서 바람에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아니었다, 쓰러지는 건. 전혀 낯선 얼굴로 나는 가버리고 소리도 없이 날아가는 그 배경 나의 어떤 외침에도 그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다 바람이 너무 깊이 파고든다 고 느낄 때는 이미 나의 전부가 노출되어 있다 누구의 죽음도 나도 감동시키지 못하고 시간은 그냥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데 바람이 부는데 내가 아픈 건 죽여 흐느끼는 내 속의 울음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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