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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부수어놓고
이제부터 부서집니다.
당신은 날 원망하며
집으로 가고
난 갈곳이 없습니다.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깃대를 꽂는일.
이다음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펄럭일
긴 깃대를 꽂는일.
자..
그때뵈요.

안녕...


[그림] 랜덤
[글]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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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세월은 길고 긴데

바쁜 사람은 저 혼자 재촉하고,

본래부터 천지는 넓은데

스스로 좁은 사람이 저 혼자 비좁다 하고,

본래부터 바람과 꽃, 눈과 달은 한가로운데

괴로운 사람이 저 혼자 바쁘다.




-한용운 <채근담> ‘바쁘게 살지 말라’ -
-그림.요시모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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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 - 황인숙

가끔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손이 떨릴 때가 있다
사람들 앞에서
제멋대로 손은 떨고
나는 확확 달아오르지 못하게
얼굴을 굳힌다

그리고 내 손이 생쥐나
재떨이나 구름인 양 내려다본다
한 번 떨기 시작하면
제어할 수 없는 손


얼굴도 아니고 어깨도 아니고
가슴도 아니고 손이
어리숙하게 보여준다
피로나 두려움 때로는 긴장과 흥분

달아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앞발이
파들거리는 것이다.


그림:네이버
글: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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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히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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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빚깔과 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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