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증 - 황인숙가끔탁자 위에 올려놓은손이 떨릴 때가 있다사람들 앞에서제멋대로 손은 떨고나는 확확 달아오르지 못하게얼굴을 굳힌다그리고 내 손이 생쥐나재떨이나 구름인 양 내려다본다한 번 떨기 시작하면제어할 수 없는 손얼굴도 아니고 어깨도 아니고가슴도 아니고 손이어리숙하게 보여준다피로나 두려움 때로는 긴장과 흥분달아나고 싶은 거다그래서 앞발이파들거리는 것이다.
그림:네이버글:황인숙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히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빚깔과 香氣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