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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직은 술잔이 남아 있기에 아무도 업는, 바람과 바쁜 차들의 거리에 그리움도 말라버린 낙엽의 가을에, 아직은 살아 있음이 우습다.
나는 출렁인다 눈 깊은 바람은 또 얼마나 나를 거부하고 헤매는 사람들끼리도 방해받고 싶지 않음으로 머리 속에는 늘 파도가, 거품으로 부서지는 하이얀 파도가 출렁이고, 나조차 살아 있음을 아무리 의식해도 나는 아프지도 않고 땅은 자꾸만 비틀거리며 술잔이 나를 보고 웃고 있는데 <지금>이 어디론가 가버린다.
지쳐 있는 나와 계절을 버려두고 가버려질 수만 있다면 언제일 수 없는 만남으로 인하여 낡은 추억 하릴없이 떠올리고 그냥 살아갈 수 있는, 그냥 적당히 죽어버릴 수 있다면 뭐든 붙들어야 하는 아직도 아쉬움에 살아 있지만 내 안타까운 이 삶 다 살고 난 마지막 날조차 이 아쉬움, 아쉽지 않을 자신도 없기에 바람 잘 지나가는 이 길에 더욱 흔들리는데 나무는 왜 저렇게 서서 이 눈빛 매서운 바람의 거리에서 나를 재초가지도 않는데, 해야 할 일 하나도 없이 나는 이렇게 추위를 느끼는데 나무는 또 저렇게 의연히 서 있나 나는 쓰러지려는 걸 억지로 부여잡고 있는데, 잠시 부는 바람에도 너무 잘 흔들리고 있는데 나무는 나를 지치게 한다.
무엇이든 말해야 하고 말하고 싶은데 어디를 향해야 할지도 없이 땅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내 속에 울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아, 웃고싶다. 살아 있음으로 하여 크게 웃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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