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기 2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하지만, 
언제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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