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철이었다.
강인함을 뽐내는 무뚝뚝한 강철이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조그만 새에게
여름은 본래 덥다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며 돌려보냈다.
추위에 떨며 날아온 가냘픈 새에게
겨울은 본래 춥다며 깃털을 세우고 보온에 힘쓰라며 일러 줄 뿐이었다.
외로움에 떨며 날아온 쓸쓸한 새에게
새는 본래 외로운 존재라며 외로움에 익숙해 져야 한다고 강요할 뿐이었다.
새는 젖은 눈으로, 차가운 나에게, 기대며
내 머리에 게양된 꿈을 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의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틀자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순간, 핏발선 나의 눈빛에 놀라,
가여운 새는 멀리 멀리 따뜻한 남쪽으로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추운 겨울이 가고, 더운 여름이 와도
이제 새는 날아오지 않는다.
새의 온기를 느꼈던 자리에, 새가 떨구었던 눈물자리에
갈색 반점이 남았을 뿐이다.
반점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갈색은 더욱더 짙어만 간다.
... ...
왜 이제야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일까?
새는 나에게 외로움을 가르치고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