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놀자 > Masaki Shinozak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박 소위의 고민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방 ○○부대에
      부임한 박 소위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지휘하는 소대원의 모습이
      사관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박 소위가 보기에 소대원들은
      패기와 절도가 없고
      경례 자세도 불량하며
      시간 감각도 없어서 집합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기합을 줘서 분위기를 쇄신할 것인지,
      그냥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같이 어울릴 것인지
      고민하던 중 박 소위는 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 선배는 "소대장은 소대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핵심 인물이므로 군의 질서를 위해서라면
      소대원들에게 기합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네가 그렇게 하려는 '마음의 동기' 를
      생각해 봐야 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박 소위가 하려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중대장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는
      충고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행동이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는 확신이 서면
      기합을 줘도 부하들은 불평을 하지 않겠지만
      그 기합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시작됐다면 아무리 좋은 말로
      위장을 해도 부하들은 불평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마음의 동기' 가 중요함을 역설한
      선배의 충고는 박 소위의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 박 진 수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5-08-2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동인가.. 정말 중요한 "마음의 동기'이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내 마음의 동기를 들여다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냉정하게 마음 속을 더듬어보았더니 지각했을 때, 결석했을 때 아이들을 야단치던 내 마음에는 관리자들을 의식하는 마음이 분명 묻어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 어렵다. '100% 아이들을 위해서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고 교만일텐데... 그저 솔직하고 정직한 게 최선일 것 같다.
 

도보여행 마지막날 (2005. 8. 21. 일)

알람용 음악소리..^*&%&*)*& 7시 30분!! 오늘은 ㅈㅎ샘 핸드폰이 울었다.. 어제 밤엔 도보여행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켄터키 한 마리에 맥주 세 캔을 사서 잔치를 벌이고 늦게 잤다. (서로 별 말도 없이 타이슨 권투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먹기만 해서 1시간만에 다 먹어치우고 1시쯤엔 잠자리에.. ) 늘 그렇듯이 베개에 머리를 붙였다 싶으면 바로 아침이다.

핸드폰을 끄고 돌아봤더니 ㅇㅈ샘이 없다. 화장실 갔겠지..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좋아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나머지 한 동행은 쿨쿨~ 여전히 잘 주무신다.. (사실..나보다 더 잘 자는 사람들.. 처음 본다. - -;) 상쾌한 바람~ 가을이구나!! 30분정도 지난 것 같은데 ㅇㅈ샘이 안 오네. 목욕탕을 힘끗 들여다봤는데 없다! 흠.. 산책이라도? 나도 같이 갈껄..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온 ㅇㅈ샘.. 피씨방에서 내려갈 기차표 예매하고 왔단다. 부지런도 하여라~ 꼼꼼하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랑 여행하니까 정말 좋다.. 난 그냥 "이거 먹어요~ 저거 먹어요" 이런 말만 하면 되고..ㅋㅋㅋ 천안역에서 5시 24분. 출발 10분전에 표를 찾아야한단다.

오늘 아침엔 ㅈㅎ샘 잠이 보다 막강하다. 아마 일요일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지. 같이 청소년 성장드라마 반올림# 보고 9시쯤 일어나서 대충 씻고 정리하고.. 방 정리 할 동안 나랑 ㅇㅈ샘은 아침 거리를 준비해오란다. 뭐 별거 있나 농협마트 가서 빵이랑 우유 사서 아침 때웠다. 일요일이면 즐겨보는 프로, 퀴즈 대한민국!! 오늘 상금은 6천만원이 넘었는데 퀴즈왕 탄생은 또 실패다. 우리 모임의 브레인, ㅈㅎ샘이나 ㅈㅎ샘 (실수 아님.. 두 사람의 이니셜이 같다는 사실, 나도 지금 알았네.)이 나가면 성공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꼬셔봐야겠다. 혹시 고물이 좀 떨어질지도...

어제 계획한 대로 서산마애삼존불을 뵙고 천안으로 시외버스 타고 가서 기차로 이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부처님을 뵈러가는 길.. 초가을 같은 정말 쾌청한 날씨. 노래가 절로 나온다. 뒷 자리에 앉은 여중생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이 어찌나 경쾌한고 재미난지.. 기사 아저씨께서 야단치시는 바람에 아이들 소리가 쑥 들어가버렸지만.. 기사아저씨의 승객 배려에도 여중샘들의 재잘거림에도 미소가 절로.. ^^ 백제의 미소..ㅋ

저수지 발견!! 아마 부처님께서 근처에 계신듯하다. 내려서  1.7km  계곡을 낀 산을 조금만 올라가면 마애불이 계신다. 여전히 계신다. 천오백년 동안 여전히 그렇게 웃으며 서 계신다. 아둥바둥 거려봐도 사람의 목숨이란 얼마나 유한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조명이 없어 그 후덕한 미소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지만 아기 젖살처럼 통통한 부처님의 살맛은 여전하시다. 어허 버릇없게!! 

버스에서 같이 내려 화장실에서 말을 튼 음암중학교 여학생들!! 사회숙제로 온 거란다. 사진 찍고 감상문을 써야한다는데..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와서는 후다닥 사진 찍고 줄행랑이다.  "느끼셔야죠?" 배시시 웃으며 한마디 했지만 ㅇㅈ샘 말대로 아이들이 다 그렇지뭐~ 사실 마애불에 대한 설명이나 감상은 인터넷에 천지다. 보고 베끼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 방학숙제 한다고 여기까지 와준게 어디고.. 기특하고 기특하다. 내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이 아이들, 사온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그래그래.. ^^ 인사들도 잘하지~

입구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안 온다. ㅈㅎ샘이 히치를 하고는 딴짓하느라 바쁜 나를 불렀다. 00 교회 봉고차. 거의 드러누워서 하늘과 자연을 만끽했다. 너무 좋다~ 계속 갔으면 싶은데 버스정류소에 내리란다.. --; 아맛나, 바카스, 비타500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들어온 버스에 허겁지겁 올랐다.

다시 서산 시외버스터미널.. 1시 45분도착. 55분 차가 있다. 화장실 갔다가 간식거리도 사고.. 바쁘게 줄을 섰지만 자리 하나가, ㅈㅎ샘 앉을 자리 딱 하나가 부족해서 천안 가는 직행 버스를 포기해야했다. 바로 온 완행버스.. 설마 늦을까? ㅇㅈ샘은 간발의 차로 놓쳐버린 '배'의 악몽을 자꾸 떠올리는 눈치! 기사아저씨께 우리의 급한 사정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좌석에 앉아 대충 요기하고 각자 쿨쿨 잠이 들었다. 천안역에 도착한 시간이 4시 30분.. 넉넉한 시간이다. 기차표를 찾고 압구정 김밥에 가서 치즈, 김치, 참치 김밥을 먹었다. 오늘 처음 먹은 '밥'!!

커피 한 잔씩 하고 열차에 올랐다. 나는 무조건 창가자리.. (창가 자리 중독이 어딜 가겠나..) ㅇㅈ샘은 이번엔 혹시 미모의 여성이 앉을까 기대하며 따로 떨어져 앉겠단다. "그럼 나는 이미 미모의 여성 옆자리네"라고 말해준 ㅈㅎ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미모'의 내가 이런 접대성 멘트에 일일이 감사하고 그러면 안 되는데..  도도하게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나는 결정적인 순간엔 그게 안 된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아주 다양한 날씨를 즐겼다. 첫날은 구름이 조금 낀 듯 하긴 했지만 햇살이 따가왔고 둘째날은 엄청난 폭우도 맞아봤고 세째날은 가랑비와 살살 부는 가을 바람데 덤으로 만난 무지개.. 오늘은 쾌청 그 자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와서 기차를 타자마자 신발도 벗은 채 창쪽으로 돌아앉았다. 졸다가 눈을 떴을 때 갑자기 떠오른 주홍색 보름달이라니!! 다이나믹하고 버라이어티한 이번 여행.. 짧은 시간에 즐길 건 다 즐긴 것 같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세상, 시인의 말대로 '소풍 온 듯'이 아름답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그렇게 훌쩍 갔으면 좋겠다.

9시 40분.. 구포역에 떨어졌다. 대장이 사주는 삼겹살에 소주 두잔씩.. 된장찌게에 밥까지 푸짐하게 먹고 집! 이렇게 나의 첫 도보여행이 완전히 끝났다. 삼박사일... 다소 짧은 일정이 여전히 아쉽지만.. 나의 두 다리로 줄창 걷는다느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님을 알았고, 비에 흠뻑 젖어도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음을 알았고, 짜다라 높은 산이 아니라도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았다. 속도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 만큼 잃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고, 속도가 죽여버린 생명들이 도로 가에 그렇게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도 눈으로 보았다. 속도!! 과연 인간은 빨리 가는 것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이젠...백두대간 종주를 어떻게 하는 건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5-08-2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늘은 특히나, 더 훌륭한데요. 특히 마지막 문단이 제 마음에 쏙 들어요 ^^ 그래요, 너무 높은 곳이 아니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엔 충분한지도 모르지요. 거듭, 감사 ^^

해콩 2005-08-2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대장님... ㅋㅋ 근데 퇴고를 거치기 전의 다소 난삽한 글을 읽으신 듯 하니 다시 한 번 읽어주시옵소서.. 나흘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원수를 다음번에 꼭 갚도록하지요~

글샘 2005-08-2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다라... 높은 산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걸 깨닫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요...
고생들 하셨네요. 이제 넓어진 마음과 지친 몸 잘 달래시고, 개학 준비 잘 하시길...
 

도보여행 셋째날 (2005. 8. 20. 토)

요가로 열심히 다리와 발을 풀어준 덕분인지 쥐도 없이 깊이 잘 잤다. 어젯밤 1시쯤 머리를 베개에 박은 이후로 기억 없다. 7시 40분쯤 일어나 씻고 아직 조금 어두운 방에서 깨작깨작 낙서를 하고 있는데 ㅇㅈ샘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9시에 가까운 시간.. 흠 ..이제 일어나시려나들? 더 강한 잠꾸러기 ㅈㅎ샘이 남아있긴하지만.. 창을 열어 의도적으로 ㅈㅎ샘을 깨우고... 아침거리를 준비하러 함께 여관을 나선 시간이 9시 반쯤 되었었나? 너무너무 비싸지만 또 너무너무 맛있는, 제 철 만나 물오른, 섹쉬한 복숭아(요즘 알라디너들의 화두가 섹쉬함이던가? 요즘 나오는 복숭아, 진짜 섹쉬하다.. 철 지나기 전에 하나씩 꼭 맛보시기를. 꼭! 최상품으로 맛보시기를..) 3개 오천원. 그리고 뚜레쥬르에서 방금 구운 따끈따끈한 빵도 사고.. 어제 밤 의논한 대로 pc방 들러 태안마애삼존불과 서산마애삼존불에 대해 검색해보고.. 수퍼 들러 우유 사면서 태안마애삼존불 가는 길을 물어보고..  다시 반도모텔 301호로 돌아왔다.

백제의 태안마애삼존불은 2004년도에 국보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마애불이란다. 태안읍? 요것이 바로 이 동네 뒷산, 백화산에 꼭대기 조금 못 가면 있단다.. 어제 ㅈㅎ샘이 "등산이나 합시다" 했던 말이 씨가 되었는지 오늘.. 등산할 일이 생겨버렸다. 아침을 맛나게 먹고 모텔을 나선 시간이 11시.

태안초등학교 뒷문으로 산을 오르면 빠르다는 제보를 들었기에 우선 초등학교를 찾았다. 길목에 아주아주 쾌적한 읍사무소(면사무소였나?.. 아! 오늘 아침 일도 제대로 기억 못 한다... ㅜㅜ) 가 나왔다. 2층짜리, 환경친화적으로 지어진 목조건물... 근무하시는 분도 환경친화적으로 참 친절도 하시다. 토요일인데도 미원실 문을 열고 도움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캬~ 그곳에 배낭을 맡겨버리고 산에 올랐다. 도보여행 중에 등산이라... 헐~ ㅈㅎ샘 말대로 버라이어티 여행이다.

산!! 참 이뻤다. 별로 높지도 않아 해발 280m정도..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태을사 근처에 삼존불이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만 자원봉사로 삼존불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는 할아버님께 30분 정도 길고긴 설명을 들으며 착한 학생들처럼 고개를 끄덕끄덕... 아이들이 우리처럼만 수업 들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도 자원봉사 할아버지처럼 존재가치를 팍팍 느끼며 행복해할텐데... 슬픈 꿈이다.. 접자!! --

정상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100m 정도 올라가니 백화산 정상이 나왔는데 작년 한라산 올랐을 때의 쾌청한 날씨가 생각날만큼 좋았다. 어제 비가 내린 덕분에 가시거리가 장난 아니다. 저쪽 끝.. 바다까지 가물가물 다 보였다. 사방 360도,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두 동행은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ㅇㅈ샘은 빳데리가, ㅈㅎ샘은 메모리가.... --; 부처님을 능욕한 댓가가 오늘까지 따라붙나보다. 대충 찍고 내려왔다.

2시경 하산.. 계속 면사무소에서 삐대기로 했다. 친절한 직원님께 자장면을 시켜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왠 아이가 인터넷을 하고 있다. 우리끼리 "00샘~"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내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쓸말큼 눈치가 빠른 이 아이는 별 기리낌 없이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김해에서 전학을 왔고 그래서 지금은 이곳에 친구가 없고..개학하면 태안초등학교 5학년이 될거란다. 놀라운 이야기는 그 후에 계속되었다. 어제밤.. 학습지를 한바닥 못해서 "어머니"에게 집에서 쫒겨났단다. 어젯밤 디게 추웠는데.. 한데서 밤을 지샌 아름이는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을 아직 못 먹었다 했다. 너무너무나 친절한 자장면 아저씨의 요구로 너무너무나 친절한 면사무소 직원님이 열어주신 사무실에서 아름이와 우리는 점심을 나눠먹었다. 좀 무섭겠지만 어차피 들어가야하는데 빨리 집에 들어가서 씻고 밥도 먹고 하라니까  이모와 이모부가 때린다면서 멍든 팔을 보여주었다. 엄마도 때리느냐고는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갑갑한 건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이 막막하다는 거였다. 어디에,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맡겨야하나... 나도 어릴 때 부모님게 야단 안 맞아 본 것도 아니고 수차례 매도 맞아봤듯이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직업병이 발동하는지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이 아이가 계속 걱정되고 안쓰러웠다. 음료수 하나 뽑아주고 우리도 7시면 여관 찾아들어갈거니까 너도 꼭 집에 들어가라고... 씩씩해야한다고 말해주고 떠나왔다. 지금쯤 아름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어머니"가 집 근처에도 얼쩡거리지 말라고 했다면서 애써 눈물 참던 그 아이.. 지금처럼 순한 눈빛으로 계속 잘 자라야할텐데.. 세상의 어른들은 무책임하다.

18km만 걸으면 서산이다. 바람도 살랑살랑.. 적당한 구름에 해도 가리워져 걸어다니기에 정말 좋은 날씨. 10km정도 떨어진 지점부터 가늘고 가벼운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까이꺼.. 맞아주지뭐.. 중간에 쉬며 강냉이도 먹고 복숭아도 사먹고.. 오늘 배운 노래는 '철의 노동자' !!  카수 ㅇㅈ샘이 음정 틀리는 거 처음 본다. (아니 듣는다 ㅋㅋ) 어제보다 쉬엄쉬엄... 서산에 들어와 모텔을 잡은 시간은 어제와 비슷하다. 내일이면 돌아가니 빨래를 할 필요도 없다. 나와서 아주 맛난 곱창 전골로 저녁을 먹었다. 닭 한 마리 잡고 맥주 한 병 나누면서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다...

걷는 동안 잊고 있었는데 아름이를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어두워진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일본 영화를 봤을 때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하소연할 곳이 없다. 아름이는 우리들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낸 듯 한데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점심 먹이고 어른스러운, 그래서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충고 몇마디 해주고.. 대한민국은 어른들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파출소.. 경찰서.. 정부 산하 지역 단체들.. 생각해보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회의만 들 뿐이었다. 학교? 지금이 방학이고 아름이가 전학을 준비하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학기 중이라 하더라도, 또 아름이에게 담임교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가슴이 갑갑하다... 부모가 된다는 거.. 모든 일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뜻이지 싶다. 교사가 된다는 거.. 역시..  가끔 부모가 되는 일도 교사노릇을 하는 일도 피해버리고 싶다.

오늘 걸은 길은 어제보다 짧은 거리이기도 했지만 피곤도 덜하고 시간도 잘가고 가깝게 느껴졌다. ㅇㅈ샘이 한 말처럼(실은 김재동이 모 쇼프로에서 한 말이라지만..) 가장 빠른 길은 차를 타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 "친구와 함께 걷는 길"임을 실감했다. 친구들.. 세월과 함께 무르익어갈 그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아! 서산에 도착했을 때, 무지개가 떴다. 것도 두번씩이나... ㅇㅈ샘이 찍었는데.. 올려주시려나? 대신 ㅇㅈ샘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무지개.. ^^ 이것도 아주 예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5-08-2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벌써 제 서재 다녀가신 것, 알아요.. 조회수를 보면 알지요!! ㅋ 여행하면서..고맙고 든든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은데 얼굴보면서 직접 한다는 건 불가능이예요. 샘들 덕분에 너무너무 행복한 사흘, 아니 내일까지 그럴거니까 나흘이네요. 감사해요. 그리고 담번에 또 걸어다닐 일 있으시면 끼워주세요. 그땐 뭐든 제 몫의 책임을 하려고 노력할께요.. 나이 많은 노처녀라고 구박하지 마시고.. 꼭이예요!! 오늘 보셨다시피 저 디게 씩씩하게 잘 걷잖아요. 흠이 있다면... 너무 먹는 걸밝힌다는 것 정도? 이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죠?

whtim 2005-08-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직 안 다녀갔었는데...
음정이 틀리는 이유는 굳이 변명을 하자면 편곡이라고 이해하시오.

2005-08-2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상이최고야 2005-08-2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너무 좋았겠어요^^ 지금쯤 기차타고 내려오고 계시겠지요? 집에 가서 푸욱 쉬세요~~

해콩 2005-08-2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도 무지개의 저편엔 닿을 수 없다고 한다. 그저 바라보면서 걸을 뿐.. 인간의 삶이 그러게 아닌가 싶다. 아름이.. 지금쯤 집에서 편안한 잠을 자고 있을까? 그 아이에게도 저런 무지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잡을 수는 없더라도 바라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꿈이!
 

도보여행 둘째 날 (2005. 8. 19)

아침 6시쯤 오른쪽 다리에 쥐...! 중학교 이후로 다리에 쥐가 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 한 10km걸었더니 다리가 놀랐나 보다. 후다닥 일어나 경련이 심해지기 전에 열심히 주물렀다. 두 동행은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더만.. 6시 반.. ㅇㅈ샘이 맞추어 놓은 알람이 깜찍하게 울었다. 끄고 누웠는데 10분 후에 또! 잠이 달아나버렸다. 집에서는 9시까지, 심하면 점심 때 쯤 일어나는데 여행오면 나는 잠이 안온다. 흠..  7시쯤에 이 분들도 일어나겠지 싶어서 먼저 씻었다. 어라.. 이 분들 생각보다 길게 자네..

더 못참고 8시에 두사람을 깨웠다. 일기예보대로 밖에서는 여름비가 촐촐 내리고.. 모텔을 나선 시간이 8시 30분.. 비는 그쳐있었다. 아침은? 아침은 밥을 안먹는단다.. 실망이다 - -; 인절미와 감자떡으로 맛난 아침을 먹고 안면읍을 출발... 걷고 걸었다.

우리나라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총연맹 공원(공원이라하기에는 영 거시기한...!!)에서 안면도 관광 안내판을 봤더니 가는 길에 안면암과 뭔 浮橋가 있단다. 2.5km정도.. 멀다.. 들어갔다 나오면 한 두시간은 훌쩍 가겠는걸.. 히치 성공하면 가자! 길가에 죽치고 있는데... 소나타 한 대가 선다. 사실 안면암은 별로였다. 시멘트 건물에 오늘 뭔 법회가 있는지 신도들은 줄창 들어오고..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3층에 올라갔더니(암자에 왠 3층?? 궁금하신 분은 직접 가 보시라.. 이런 사찰 건물 대도시에는 간혹 있다. 구인사도 이런 건물인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뭐 그랬다. 단층은 있는데 나무건물은 아니다.) 꺄악~ 동공확장!! 아~ 요즘이 백중사리라더마.. 끝없이 펼쳐진 갯벌... ㅈㅎ샘은 '세상의 끝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멋있는 표현이다. 세상의 끝이 정말 이럴까? 갯벌 저 끝으로 아스라이 섬인지 뭔지가 보이고 날씨는 잔뜩 흐리고..

저쪽,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이될 그곳까지 부교가 연결되어 있다. 허술한.. 위험하니 건너지 말란다.. 그럴 수는 없지. ㅇㅈ샘과 건넜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넓은 갯벌 가득 생명들이 열심히 꼬물거리고 있었다. 게와 망둥어? 게가 두 다리나 한 다리로 열심히 갯벌의 흙은 주워먹는 모습은 실제로 처음 보았다. 신기하여라.. 망둥이는 또 어떻고.. 얘는 지느러미가 무슨 다리인 양 그걸 이용해서 팔딱팔딱 뛰어다니고 있었다. 관객을 의식하는지 우리가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도 가만히 몸에 비해 큰 눈만 멀뚱멀뚱...

섬에 닿았다.. 한 번 돌아봐야지.. 망망한 갯벌.. 그리고 바다.. 그리고 수평선도 없이 이어진 하늘.. 세상의 끝.. 죽음의 끝이 이럴까? 약간 서러워지려고 해서 얼른 추스르고 돌아왔다. 두 남정네를 잃어버렸는데.. 어느새 암자 3층에 나란히 앉아있다. 법회장 바로 옆이라 염불소리가 직빵으로 들렸다.. 그런데 이거 뭐라는 거지? 내 귀에는 "내장보살"로 들리던데 ㅇㅈ샘은 "냉장고쌀"로 들린다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ㅇㅈ샘은 이 염불을 외워댔다.. 그래서.. 결국...)

젊은 부부의 코란도를 히치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옛날에 안면도는 島가 아니었단다. 쳔육백 몇 년에 뭔 필요로 물길을 뚫어 섬을 만들었다나..(정확한 연도와 이유는 집에 가서 다시 책찾아봐야한다. 오기 전에 책 읽고 왔는데 생각 안난다. - -;) 그리곤 1970년에 다시 다리를 만들었단다. 그 다리를 건넜다. 다리는 짧았다. 하긴 물길을 파서 섬을 만들었다니깐 뭐~ 흔적이 조금 보이기도 했다. 다리 건너면 점심 먹기로 했는데 아휴~ 밥집이 하나도 없다. 다리 건너기 전에는 그렇게 많던 것이.. 걷는 수 밖엔.. 왠 밥집 비스무리한게눈에 띄였는데 만원이나 한단다. 아이스크림으로 급한불부터 끄고 남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적당한 가격의 밥을 먹기로 했다.

길을 나서는데... 레미콘 기사분들이 파업을 하고 계셨다. 흠.. 어제 이 길을 지나올 때는 천막만 봤었는데.. 의논해서 1인당 만원씩 투쟁기금을 헌납하기로 했다. 힘드실텐데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드시라고.. 우리 셋다 부끄럼쟁이들이라 서로 미뤘다.. 앗! 그런데 저 아저씨들.. 우리를 부르신다. 돈없이 걸어다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ㅇㅈ샘 ㅈㅎ샘 배낭에 꽂힌 한반도기를 보셨는지.. 어쨌거나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제스춰였다. 하는 수 없이 셋이서 같이 가서 투쟁기금...아니 아이스크림값을 드리기로 했다. ㅇㅈ샘이 총대매고 얼른 드리고 수고하시라 인사하고 세 부끄럼쟁이들 도망치듯 돌아서는데 턱수염 더부룩한 아저씨께서 끝까지 쫓아오신다. 아이고 "이리들와봐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 파업 63일째.. 에구... 한 여름을 그렇게 뙤약볕에서 나시다니 힘드시겠다... 우리는 저 분들에 비하면.. 캔커피 하나씩 받아서 돌아오면서 '동지가"를 셋이서 불렀다. 

남면도착!! 서재식당에서 ㅇㅈ샘과 나는 두부전골.. ㅈㅎ샘은 소머리국밥을 시킨 시간은 예상 시간대로 3시30분.. 밥 먹고 4시 30분까지 휴식시간이란다.. 식당 바로 앞 우체국으로 갔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친절하시다. 인터넷을 한다니깐 잠궜던 비번을 다 풀어주시고 대학생이냐며 (히힛~ ^^;) 수고한다고 커피까지 뽑아주셨다.

태안까지는 다시 10km!  고까짓거 우습지.. 하고 출발했는데 ㅇㅈ샘 염불 장난 때문에 부처님이 노하셨는지 갑자기 억수같은 (진짜 억수로 많은..) 장대비가 내리 꽂혔다. 10분도 못되는 시간에 홈빡 젖어버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비 긋기를 기다리며 같이 노래도 하고 ㅇㅈ샘은 종교-빈곤교-를 하나 창설하고 교리도 만들고.. 꽤 긴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가 잦아들었다. 6시 30분.. 태안 도착하면 거의 8시쯤? 다시 걷기로 했다.

조금 걷다가 입었던 우비도 벗어버렸다.. 셋이서 상쾌한 바람 맞으며 각자 다른 노래...흥얼흥얼... 두 분 동행은 어찌나 아는 노래도 많고 또 잘 부르는지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는 뉘엿뉘엿 떨어지고.. 7시 45분쯤, 드뎌 도착..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 여관 잡고 일단 씻고 9시 뉴스를 보다가 나와 깁밥 천국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의 두 달만에 맛보는 김밥, 반갑고 맛나다.

이렇게 도보여행 둘째날도 끝나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도 어찌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걷는다. 오늘은 총 32km, 내일은 일단 계획은 18km!! 나는 걷는 것이 체질인지 너무 잘 걷고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잔다..  여행이 적성에 맞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도보여행도? ^^ 즐거운 하루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울 2005-08-2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무이상 없으신가보죠. 행여 물집이 잡히거나, 신발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대단들 하십니다. 무더위에...지금쯤 열심히 걷고 계시겠군요. 멀리서나마 힘!!!을 전합니다. 맛사지도 해주시구, 얼음찜질도 해주시면 한결 수월하겠지요. 그리고 알맞게 드시구요. .... 장대비가 화려한 추억거리로 등장하겠는데요. 당장은 힘들겠지만...정말 부럽습니다요. 건투를 빕니다. 아자~ 아자~ 해콩님 히이 힘!!!!!

해콩 2005-08-2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끄럽습니다.. 여울님 ^^; 실은 총 나흘로 이 도보여행이 끝나거든요, 집에서 뒹굴지 말고 진작 합류할 걸 그랬어요. 한 일주일 만이라도 줄창 걸어볼껄...
"재미있다' 고 했더니 제 동행들이 저 혼자 집까지 걸어오라네요. --; 치~
담번엔 꼭 혼자서도 함 걸어볼랍니다. 마음 열고.. 머리 비우고.. ^^
그럼 지금부터 사흘째 도보여행기 쓰러 갑니다... ^^v

해콩 2005-08-2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ㅈ샘 질문 "원래 섬이 아니었다면서 안면도를 왜 섬으로 만들었데요?"
"원래는 태안반도 남쪽 끝에 있는 태안곶이었는데, 조선 인조 1638년에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조세물을 한양으로 옮길 때에 거리도 줄이고 왜구의 약탈로부터도 보호하려고 현재의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를 끊어서 물길을 만듦으로써 섬이 되었다. 그러다 330년 뒤인 1970년 태안과 안면도를 잇는 다리가 가설되어 다시 뭍과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4 충남1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