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둘째 날 (2005. 8. 19)
아침 6시쯤 오른쪽 다리에 쥐...! 중학교 이후로 다리에 쥐가 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 한 10km걸었더니 다리가 놀랐나 보다. 후다닥 일어나 경련이 심해지기 전에 열심히 주물렀다. 두 동행은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더만.. 6시 반.. ㅇㅈ샘이 맞추어 놓은 알람이 깜찍하게 울었다. 끄고 누웠는데 10분 후에 또! 잠이 달아나버렸다. 집에서는 9시까지, 심하면 점심 때 쯤 일어나는데 여행오면 나는 잠이 안온다. 흠.. 7시쯤에 이 분들도 일어나겠지 싶어서 먼저 씻었다. 어라.. 이 분들 생각보다 길게 자네..
더 못참고 8시에 두사람을 깨웠다. 일기예보대로 밖에서는 여름비가 촐촐 내리고.. 모텔을 나선 시간이 8시 30분.. 비는 그쳐있었다. 아침은? 아침은 밥을 안먹는단다.. 실망이다 - -; 인절미와 감자떡으로 맛난 아침을 먹고 안면읍을 출발... 걷고 걸었다.
우리나라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총연맹 공원(공원이라하기에는 영 거시기한...!!)에서 안면도 관광 안내판을 봤더니 가는 길에 안면암과 뭔 浮橋가 있단다. 2.5km정도.. 멀다.. 들어갔다 나오면 한 두시간은 훌쩍 가겠는걸.. 히치 성공하면 가자! 길가에 죽치고 있는데... 소나타 한 대가 선다. 사실 안면암은 별로였다. 시멘트 건물에 오늘 뭔 법회가 있는지 신도들은 줄창 들어오고..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3층에 올라갔더니(암자에 왠 3층?? 궁금하신 분은 직접 가 보시라.. 이런 사찰 건물 대도시에는 간혹 있다. 구인사도 이런 건물인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뭐 그랬다. 단층은 있는데 나무건물은 아니다.) 꺄악~ 동공확장!! 아~ 요즘이 백중사리라더마.. 끝없이 펼쳐진 갯벌... ㅈㅎ샘은 '세상의 끝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멋있는 표현이다. 세상의 끝이 정말 이럴까? 갯벌 저 끝으로 아스라이 섬인지 뭔지가 보이고 날씨는 잔뜩 흐리고..
저쪽,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이될 그곳까지 부교가 연결되어 있다. 허술한.. 위험하니 건너지 말란다.. 그럴 수는 없지. ㅇㅈ샘과 건넜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넓은 갯벌 가득 생명들이 열심히 꼬물거리고 있었다. 게와 망둥어? 게가 두 다리나 한 다리로 열심히 갯벌의 흙은 주워먹는 모습은 실제로 처음 보았다. 신기하여라.. 망둥이는 또 어떻고.. 얘는 지느러미가 무슨 다리인 양 그걸 이용해서 팔딱팔딱 뛰어다니고 있었다. 관객을 의식하는지 우리가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도 가만히 몸에 비해 큰 눈만 멀뚱멀뚱...
섬에 닿았다.. 한 번 돌아봐야지.. 망망한 갯벌.. 그리고 바다.. 그리고 수평선도 없이 이어진 하늘.. 세상의 끝.. 죽음의 끝이 이럴까? 약간 서러워지려고 해서 얼른 추스르고 돌아왔다. 두 남정네를 잃어버렸는데.. 어느새 암자 3층에 나란히 앉아있다. 법회장 바로 옆이라 염불소리가 직빵으로 들렸다.. 그런데 이거 뭐라는 거지? 내 귀에는 "내장보살"로 들리던데 ㅇㅈ샘은 "냉장고쌀"로 들린다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ㅇㅈ샘은 이 염불을 외워댔다.. 그래서.. 결국...)
젊은 부부의 코란도를 히치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옛날에 안면도는 島가 아니었단다. 쳔육백 몇 년에 뭔 필요로 물길을 뚫어 섬을 만들었다나..(정확한 연도와 이유는 집에 가서 다시 책찾아봐야한다. 오기 전에 책 읽고 왔는데 생각 안난다. - -;) 그리곤 1970년에 다시 다리를 만들었단다. 그 다리를 건넜다. 다리는 짧았다. 하긴 물길을 파서 섬을 만들었다니깐 뭐~ 흔적이 조금 보이기도 했다. 다리 건너면 점심 먹기로 했는데 아휴~ 밥집이 하나도 없다. 다리 건너기 전에는 그렇게 많던 것이.. 걷는 수 밖엔.. 왠 밥집 비스무리한게눈에 띄였는데 만원이나 한단다. 아이스크림으로 급한불부터 끄고 남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적당한 가격의 밥을 먹기로 했다.
길을 나서는데... 레미콘 기사분들이 파업을 하고 계셨다. 흠.. 어제 이 길을 지나올 때는 천막만 봤었는데.. 의논해서 1인당 만원씩 투쟁기금을 헌납하기로 했다. 힘드실텐데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드시라고.. 우리 셋다 부끄럼쟁이들이라 서로 미뤘다.. 앗! 그런데 저 아저씨들.. 우리를 부르신다. 돈없이 걸어다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ㅇㅈ샘 ㅈㅎ샘 배낭에 꽂힌 한반도기를 보셨는지.. 어쨌거나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제스춰였다. 하는 수 없이 셋이서 같이 가서 투쟁기금...아니 아이스크림값을 드리기로 했다. ㅇㅈ샘이 총대매고 얼른 드리고 수고하시라 인사하고 세 부끄럼쟁이들 도망치듯 돌아서는데 턱수염 더부룩한 아저씨께서 끝까지 쫓아오신다. 아이고 "이리들와봐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 파업 63일째.. 에구... 한 여름을 그렇게 뙤약볕에서 나시다니 힘드시겠다... 우리는 저 분들에 비하면.. 캔커피 하나씩 받아서 돌아오면서 '동지가"를 셋이서 불렀다.
남면도착!! 서재식당에서 ㅇㅈ샘과 나는 두부전골.. ㅈㅎ샘은 소머리국밥을 시킨 시간은 예상 시간대로 3시30분.. 밥 먹고 4시 30분까지 휴식시간이란다.. 식당 바로 앞 우체국으로 갔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친절하시다. 인터넷을 한다니깐 잠궜던 비번을 다 풀어주시고 대학생이냐며 (히힛~ ^^;) 수고한다고 커피까지 뽑아주셨다.
태안까지는 다시 10km! 고까짓거 우습지.. 하고 출발했는데 ㅇㅈ샘 염불 장난 때문에 부처님이 노하셨는지 갑자기 억수같은 (진짜 억수로 많은..) 장대비가 내리 꽂혔다. 10분도 못되는 시간에 홈빡 젖어버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비 긋기를 기다리며 같이 노래도 하고 ㅇㅈ샘은 종교-빈곤교-를 하나 창설하고 교리도 만들고.. 꽤 긴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가 잦아들었다. 6시 30분.. 태안 도착하면 거의 8시쯤? 다시 걷기로 했다.
조금 걷다가 입었던 우비도 벗어버렸다.. 셋이서 상쾌한 바람 맞으며 각자 다른 노래...흥얼흥얼... 두 분 동행은 어찌나 아는 노래도 많고 또 잘 부르는지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는 뉘엿뉘엿 떨어지고.. 7시 45분쯤, 드뎌 도착..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 여관 잡고 일단 씻고 9시 뉴스를 보다가 나와 깁밥 천국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의 두 달만에 맛보는 김밥, 반갑고 맛나다.
이렇게 도보여행 둘째날도 끝나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도 어찌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걷는다. 오늘은 총 32km, 내일은 일단 계획은 18km!! 나는 걷는 것이 체질인지 너무 잘 걷고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잔다.. 여행이 적성에 맞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도보여행도? ^^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