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글샘 > 교사들의 필독서
프레이리의 교사론 - 기꺼이 가르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 시절, 사범대 앞 비탈진 잔디밭에 붙여진 이름이 <페다고지>였다. 멋모르고 조금 높다고 -고지라고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파울로  프레이리의 책 이름이 페다고지였다. 실천적 교육을 일컫는 말.

교직을 선택한 친구들끼리 학습을 하면서 읽은 프레이리이 <페다고지>는 교육에 대한 눈을 번쩍 띄게 했다. 교육은 지배 권력의 재생산 구조에 포함된 것이어서, 은행 적금식 교육(한국의 문제 풀이식이 해당함)으로는 변혁에 앞장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 해결식 교육이 미래의 대안이라는 주장이었던 기억이 난다.

브라질의 선각자적인 교육학자 프레이리의 사후에 발간된 그의 마지막 저서다. 좀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교사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첫 부분은 교육자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네 가지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두번째 부분은 현장에서 가르칠 때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네 가지의 편지가 실렸고,
마지막 부분은 교육 현장에서 철학하기라는 이론적 글이 실려 있다.
앞의 여덟 개의 편지는 단속적으로 읽어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으며, 뒤의 두 편지는 철학적인 글이어서 비교적 딱딱한 글이다.

여느 사람들은 교사라고 한다면 교육 대학이나 사범 대학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마치고 나온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졸업식과 함께 발령을 받으면 바로 유능한 교사가 되기를 기대할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범대나 교대에서는 별로 유기적이지 못한 단편된 과목들을 배우느라 허덕이고, 요즘은 임용고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다 보니 교사가 되어 있더라는 식이다.
진실로 아동에 대한 고민도, 교육 제도에 대한 철학적 통찰도, 역사적 비판의 안목도, 교과에 대한 전문적 식견도, 학생 지도와 상담에 대한 노하우, 노웨어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교사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발령받고 나서 부쩍 자란다. 다행스럽게도 첫 발령지에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또래의 교사가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책을 건강하게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곤란한 상황에서 자아 존중감만 곤두박질한 채, 자책하면서 스스로의 무능을 한탄하면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브라질처럼 저개발국가의 교육 이론은 미제 교육 이론보다 촌스럽긴 하지만 우리 현실에 적합한 것 같다. 나의 가려운 점을 긁어준다는 것이다.

프레이리의 교육론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들을 적어 본다. 두고 두고 씹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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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과업은 진지함과 과학적, 육체적, 정서적, 감성적인 준비를 요구한다.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가르치는 일에 포함된 과정에 대한 사랑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관료화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방법을 꼭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모든 시도를 그만두는 것이 차라리 물질적으로 이득이 될지라도, 이 도전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밝히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것은 대상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며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를 깨닫는 것입니다. 도전하고 무릅쓰지 않으면 창조나 재창조를 할 수 없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교육 실천을 준비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저임금은 결국 가르치는 직업에 어느 누구도 매력을 못 느끼게 합니다. 많은 장관들은 별다른 적성이 없는 사람들이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해왔습니다.

진보적인 교사의 자질에 관하여 : 겸손(결코 자아 존중감의 결여나 체념, 혹은 비겁한 같은 의미를 함축하는 말이 아니고, 반대로 겸손은 용기, 자기 확신, 자기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한다.), 무장된 사랑이 없다면 교사 직업의 부정적인 면들을 견뎌낼 수 없다. 용기, 인내, 능력, 결단력, 인내와 조급함, 말을 절제하는 삶.

교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기록하라.

우리가 말하지 말아야할 주제나 가치란 없으며, 침묵해야 하는 영역도 없다.

교육은 정치적 행동이다. 학습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이야기하게 해야 하며, 학습자들에게 귀기울이고, 그들이 귀기울이도록 하는 일. 이것은 의도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그것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의 비중립성:
교육자들이 교육을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진보적이고 민주적으로 일관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과거처럼 권위적이고 반동적이거나 무의식적이고 무비판적인 선택을 하며 살 것인가,
즉 그들이 스스로를 민주적인 인간으로 규정하든지 아니면 권위적인 인간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모든 것을 용인하는 허용성은 때로 '자유를 지향하는 학습'이란 인상을 주지만,
결국엔 자유와 상반되는 활동을 만들어 낸다.
허용성이 말들어내는 무법천지의 분위기, 방종의 분위기는 오히려 권위적인 입장을 강화한다.
그런 반면, 허용성은 권위주의자들이 원하는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사람을 만드는 <훈련>을 거부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그 투쟁을 통해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민주주의자가 되기 위한 훈련마저도 허용성은 거부한다.
허용적인 사람들은 자유에 의해서도 권위에 의해서도 일관되게 규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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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학급앨범 5분만에 만들기 
작성자: 임대봉,  등록일: 2006.02.08 01:59:00,  조회수: 61
무료로 포토앨범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것도 퀵서비스에 프리로^^
정다운 포토솔루션의 앨범만들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미리 제가 작업한 방법을 보시고 직접 방문하셔서 종업식 선물로 나눠주세요^^
먼저 무당벌레 오른쪽 날개에 있는 앨범CD를 클릭하시고 쭉 따라하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앨범 제목과 정보가 마음에 안든다. 왜? 회사 이름이 박혔으니까!
탐색기를 실행하면 C안에 정다운 포토앨범 폴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표시한 Album DAT파일을 찾아 클릭하면
메모장이 하나 뜹니다. 이미지에 표시해드린대로 제목을 바꾸시면 우리반 앨범 이름을 넣으실 수 있습니다.




앨범이름을 고치셨다면 확인을 해 봐야겠지요.
앨범실행은 폴더안에 있는 cdalbum(응용프로그램)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 폴더안에 있는 모든 내용을 CD-WRITER기로 굽기만 하시면 자동실행 CD앨범이 완성됩니다.^^

이제 학급포토앨범CD 고민하지 말고 5분안에 끝냅시다

배경디자인과 음악변경까지 좀 더 입맛에 맞는 포토앨범은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이 사이트에 물론 다 있습니다. 이번 종업식엔 아이들에게 학급앨범CD를^^
정다운 포토솔루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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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2-09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샘 글 보니까 반가워요. 저는 퀴즈넷이라는 사이트에서 학급앨범 만들고 있는데 이곳 사이트도 좋은것 같아요. 얼른 회원가입해서 구경해봐야 겠어요.^^;

해콩 2006-02-1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내일이 개학이예요..샘도 방학 잘 보내셨죠? 이 자료는 [즐거운 학교]에서 퍼온 거랍니다. 내년 이 맘때쯤 혹 제가 앨범만들게 되면 꼭 도와주세요~
 

제목 : 휴대폰도 멋진 학급경영도구 
작성자: 임대봉,  등록일: 2006.02.06 15:37:00,  조회수: 78
휴대폰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를 이어주는 효과적인 의사소통도구이자 학습매체입니다.^^
저에게 답문자를 보낸것들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사용하시는 휴대폰회사 서비스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무료문자메세지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월100건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답니다^^
요렇게 한명 혹은 다섯명까지

주소록을 만들어 놓으면 그룹을 등록해서 한꺼번에도

전송확인까지


요즘은 학교홈페이지와 연동해서 문자메세지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휴대폰회사는 30원인데 20-25원에 서비스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학교전체, 학년만, 학급만, 해당아이만 선택해서 문자를 보낼수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올해부터 학교에서 예산을 잡아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학교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에 10-20만원 정도 비용으로 학부모맘도 잡고 아이들 학습흥미도 높이고요)
(학교에서 안해주시면 선생님개인으로 신청하셔도 됩니다.-검색창에서 문자 서비스 혹은 전자알림장이라고 쳐 보세요^^)

학습퀴즈를 보내면 어떤 반응이 올지 예상이 되실 거고요^^
뒷이야기 하나 하자면
"선생님, 우리 아빠가 학교에서 뭐했는지 다 알고 계셨어요^^ 난 아빠가 우리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맞벌이 부부들도 학교일을 알고 싶고 아이들에게 학교일도 물어보고 싶지만 우리네 학교가 워낙 닫혀 있지 않습니까^^;;;
문자메세지로 가족간 화합도 다져주고 교사의 믿음도 되찾고 가끔씩 아이들 학습동기도 환기시키고!^^

지금 바로 선생님 휴대폰 서비스회사를 방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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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자천국'이란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학부모들 폰번호를 등록했어요.
폰번호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불러들이기를 하면 여러모로 편한 것 같아요.
학부모 이름을 '정** 어머'까지만 등록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자를 보낼 때는 '자동수신'이란 걸 이용하지요.
자동수신은 일일이 이름을 쓰지 않아도 받는 사람의 이름이 자동으로 붙는 거거든요.
문자 보내는 화면에 보면 '자동수신'메뉴가 있고, 그걸 클릭하면폰 화면에 괄호( )가 떠요. 그 괄호가 내가 등록한 사람 이름 들어가는 부분이거든요.

결론적으로,
문자를 쓸 때는
( )님!
오늘 아이편에...... 등으로 쓰지요.
그럼 받는 학부모님 폰에는
정** 어머님!
오늘 아이편에.....로 찍히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나는 '대량전송'에서 한 통의 문자만 보내도 폰번호 선택한 만큼 한꺼번에 각기 다른 이름이 찍힌 문자를 보내게 되는 거지요.
받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나한테 개별적으로 보낸 것 같아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지요?
 

 

[050000] 전교조의 정체성에 대해서..

조중동과 한나라당등 수구세력의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상당히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가장 밑바닥부터 흔들어버릴 강력한 힘을 전교조가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현대사중 교육부문만 정리하여 보았으며, 이를 전교조의 출현까지 이어 보았습니다.

.................

 

해방후

 

1). 양심적 교사들에 의한 '조선교육자협회' 결성(1946.2.17)

 

해방과 동시에 조선인 교육자들은 45년 8월말 서울 초등교원들이 초등교육건설회를 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9월 15일에는 중등교육자대회를 개최하며 민족교육의 부활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1946년 2월17일..
일제의 총칼앞에 굴복했던 교사들은 오욕의 과거를 반성하고 올바른 민족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1946년 2월 17일 '조선교육자협회'를 결성하게 됩니다.

이들은 지난날 일제에 굴복했던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민족자주교육을 실현함으로써 새로 태어난 조국의 새교육을 열어갈것을 결의 하였습니다.


2). 미군정에 의한 '조선교육자협회' 강제해산과 '조선교육연합회' 결성

 

그러나 해방후 미군의 지원하에 정치/경제/군경의 모든 기득권을 사실상 장악한 친일기득권 세력은 미군정의 계획적인 지원아래 민족교육의 태동을 제거할 준비를 합니다.
미군정은 앞서 양심적 교사들이 결성한 '조선교육자협회'를 강제해산 투옥시킵니다.
그리고 6명의 악질친일교장출신의 친일기득권교육관료들을 주축으로 세워 1947년 11월 '조선교육연합회'를 결성합니다.


이들은 산하에 10개의 분과위원회를 결성하고 모든 분과에 대위급으로 편성된 미군장교를 책임자로 앉혀놓고 친미교육을 통한 미국식 가치관을 심기위한 교육정책을 펴게 됩니다.
이 단체는 미군정으로 부터 독자적인 건물까지 지원받으며 미군정의 정책을 지지하고 미군장성들을 찬양하는 발언들을 통한 친미의 전위대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이들은 자유당시절에는 자유당을 찬양하고, 박정희독재정권때는 유신체제를 찬양하는등 반민주적/반민족적 매국매족활동에 앞장서게 됩니다.

또한 이들은 그 유명했던 방학책과 모든학교에 지급되는 새교육이라는 교육잡지의 독점권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재정적 뒷받침까지 누리며 더욱더 조직을 확대해가며 그 기득권을 향상 시켜 왔습니다.

 

이 단체는 해방이후 대대적으로 자신들의 인맥을 미국으로 유학보내, 미국식가치관을 우리민족에게 주입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강자에게 굴종하며 알량한 사익만을 추구하던 매족세력은 절대강자가 바뀌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후에 대한교육연합회로 이름을 바꾼 후에, 87년 전교조가 결성되었을 당시 전교조를 견제할 목적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들이 바로 한나라당 이군현의원이 회장으로 있었던 "교총"입니다.

 

3). 4.19 교원노조의 등장과 박정희 군부독재의 탄압

 

자유당독재정권이 민중의 심판을 받아 물러난 후, 미군정과 친일기득권에 의해 해산당하고 말았던 조선교육자협회는 4.19교원노조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후 일본군 장교출신인 박정희의 군사반란으로 인해 4.19교원노조로 살아난 민족교육의 불씨는 참담하게 유린당하고 맙니다.


4). 89년 전교조 결성

 

그러나 꺼져가던 민족교육의 불씨는 89년 전교조의 결성으로 다시 피어 오릅니다. 1300명이 해직당하고 기나긴 수배생활까지 하면서까지 10년간의 끈질기고 기나긴 투쟁을 거듭한 끝에 1999년 합법화를 이루어 낸것입니다.

즉, 지금의 전교조는 해방후 양심적 민족교육자들이 결성했다가 미군정과 친일파들에게 강제해산당했던 '조선교육자협회'에 그 역사적 뿌리가 있는 것입니다.

...

 

그러나 친일파에 그 더러운 뿌리를 담그고 있는 조중동,한나라당,교총, 그리고 수많은 우익집단들은 지금도 전교조를 빨갱이라며 사사건건 음해하고 탄압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들이 왜 그럴수 밖에 없을까요...

 

그 정답은 바로 역사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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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1-2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중동처럼 권력의 근처에 있는 개들은 본능적으로 적을 알지요...
그것의 정체는 잘 모르면서, 무조건 빨갱이로 보이는 색맹이라지요.
자기들의 뿌리가 썩어빠진 그것이므로 전교조같은 조직이 두려울 수밖에요...
전교조는 정말 위험한 조직이지요.
마약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짜기만 해서 상처에 쓰라림을 주는...
그렇지만 결국 치유법은 그것밖에 없는... 그런 정체입니다.
 

연수 받으시나요? 겨울에 받으신 걸 축하드려요. 여름에 받으면 죽음입니다. 쉬지도 못하고 2학기로 들어가니까요.
저는 일정연수를 점수 따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연수 받으러 가면서 친한 교사들에게 내가 90점 넘으면 점당 만원어치 술 살 테니 90점 못 맞으면 반대로 점당 만원어치 술사야한다고 했어요. 2학기 들어 정문 바로 옆 등나무 아래서 2만원어치 삼겹살과 소주 파티했어요. 지나가는 선생님들 다 모셨지요. 그 때는 그 정도 돈이면 다섯 근은 샀으니까 ㅎㅎ.

연수 받을 때 저는 교과서를 가지고 다녔어요. 당시에는 교수들 강의가 대부분이라 자칫 지루하기 십상이지만 교과서를 갖고 가서 어느 교수의 어떤 이론을 어떻게 이 교과서에 적용할 수 있을까 연구하니까 그런데로 건질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수업 잘 못하는 교수 있으면 왜 저 분은 저렇게 못 가르칠까 분석했고요. 잘 가르치는 이들의 장점도 꼼꼼히 적어 제 것으로 했지요.

제가 일정연수를 받을 때 교양강좌 "청소년폭력의 실태와 대책"이라는 주제로 강지원변호사께서 강의를 하러 오셨습니다. 당시에는 부장검사로 소년원 관계 일을 보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점심을 먹고난 오후 첫 시간이었지요. 강의실로 들어와서 하시는 말씀이 "덥고 졸리우시죠? 이거 시험에도 안 나오는 건데 그냥 편아~안히 신문 보실 분 보시고 주무실 분 주무세요," 하시며 예의 그 웃음을 날리시는 겁니다.
일순간에 긴장이 풀어졌지요.
그러더니 그 분이 현직 검사가 본 학생들의 비행원인을 풀어나가시는데 어찌나 실감나고 재미있는지 100분 강의 동안 조는 교사가 제눈 에는 거의 안 보이더군요.
강의가 끝나고 제가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 2학기되면 "나도 자는 애들 절대 깨우지말자. 오죽 재미 없으면 자겠나? 애들 자는 것은 내 책임이지 애들 책임 아니다"라고 굳게 다짐 했습니다.

이후부터 애들이 수업시간에 자는 것은 물론이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전부 내 탓으로 돌려 왔습니다. 정말 수업이 안 되어 소리치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도 이건 나의 준비 부족 탓이다. "재미있으면 100분도 열심히 듣지 않더냐"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작년에 고등학교로 15년만에 되돌아 와 참혹한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수업은 2/3가 업드려 자서 대여섯명과 눈을 마주치며 간신히 수업하기도 했지요.
그럴 수록 수업연구에 집중했지요. 어휘학습하나도 7,8종의 수업자료를 만들어 나눠주고 어떤 것이 가장 반응이 좋은가 살펴보고. 시험 때도 밖에 나가지 않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자제하고 오로지 수업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지요.
수업, 담임, 학교행정의 세 과녁이 있지만 혼신의 준비로 수업의 과녁이 뻥 뚫리면 나머지는 저절로 뚫린다는 저의 신념을 더욱 날세우지요.

아직 단 한 번도 깨우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았습니다.
애써 준비한 효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신기하리만치 교사가 준비한 만큼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네요.

"애들아. 피곤하냐? 그럼 언제든지 자라!"


요즘도 제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가 가끔 있기는 하지요.
대개 마음의 병이 있는 세상 만사가 귀찮은 아이들이지요.

얘기가 옆으로 샜군요 ㅋㅋ.
하지만 점당 만원 내기를 했으니 저에게도 시험이란 것이 약간 부담이 되었겠지요. 저는 강의 시간 도중에 다 외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왜냐하면 큰 놈 네 살, 작은 애 한 살 때 였던가 되어 아내가 가장 힘들어 할 때였으니까 주말에 재택연수라는 것을 끼어 2박3일로 동해안이고 어디고 닥치는 대로 가야했으니까요.
(그 시간에 해치우는 것은 이후 학급운영시 애들에게 학습 방법으로 아주 강조하는 바가 되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수업 도중에 퍽 집중했지요. 질문도 열심히 하고.
연수 끝나는 날 어느 선생님이 "어쩌면 그렇게 진지하게 연수를 받으시냐고 하시더군요."
사실은 놀기 위해서 그런건데..
저의 주된 촛점은 다른 교사들을 만나는 데에 촛점을 두었어요. 적어도 이 동네 장사(?) 5년 이상해 오셨다면 책 한권이상의 비기는 다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못 버티거든요.
해서 분임토의에 상당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공유의 문화"를 나누려고 애썼어요. 분임 토론시 나온 모든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고 모았지요.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분임보고서 본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부록으로 달아 보고서를 냈지요.
그래서 1등은 저희 분임에서 나왔지요. 일찌감치 회화 잘하는 여선생님을 퀸으로 모시기로 분임 선생님들과 말씀 나누고 애썼고 상금 받으면 한 턱 쏘기로 했지요. (퀸메이커 ㅋㅋ)
팀워크가 되니 당연히 일등 먹었구요. 해서 수료식날 20만원인가 받아 인사동 가서 낮술 실컷 마셨습니다...

그런데 참 잊지 못할 일이 개학날 벌어졌어요. 마침 비가 오더군요. 잠실에 살던 제가 신설동에 있는 숭인중에 가려면 성수동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거든요. 갈아타고 보니 아뿔싸 한 달 연수 동안 공들여 만든 보고서와 디스켓을 담아둔 서류봉투를 선반위에 그냥 놓고 내린 거에요..
그 소중한 보따리가 2호선 타고 빙글빙글 돌았겠지요..
한 달간의 귀중한 재산이..
그 때는 컴퓨터가 많지 않던 시절이어 저희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고 디스켓만 달랑 한 장 얻은 것이었거든요.
오죽 아쉬웠으면 시청역 유실물 센터에 두 번이나 갔으니..

그 일 이후로 저는 학교 컴퓨터에 제가 만든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에듀넷 등 PC통신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어요. 공유시키거나 올려두면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단번에 다운 받아 쓸 수 있으므로..
제가 인터넷에 자료 올리는 것은 이기적 이타랍니다^*^
언제 어디서나 다운로드, 업로드가 가능하니 디스켓 가지고 다닐 필요 없어 좋고 분실 염려 없으니 더욱 좋고..

참 잃어버리는 것의 소중함..
우리 인생이 다 그런 거려니- - -. 때로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해야 떠날 때 덜 힘들까해서^*^;;

일정연수는 이처럼 네트워킹의 소중한 기회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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