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니든에서 하루에 네 곳의 책방을 아주 대충 훑었다.
첫 번째 간 곳은 University Book Shop. 대학 캠퍼스 근처라 구내서점인가? 했는데 나름 유명한 독립서점이라고 한다. 외관도 그럴듯해 보였는데 (사진 안 찍음)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내가 아는 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했던 책이 있어야 그 서점을 좋은 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내가 아는 작가, 내가 아는 책이 보이질 않으니 관심이 잘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찾던 책도 없었다. 그래서 사진 한 장도 안 찍고 금방 그 곳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문 앞에 있던 서점을 그린 그림을 찍었다.

그리고 두 번째 간 곳이 저번에 올렸던 The Ink Pot 이다. 거기선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책은 안 사고 (...) 귀여운 스티커를 사 왔다. 스티커, 예쁘긴 한데 그만큼 비싼 스티커... 아이랑 하나씩 찜 하고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사 왔다. (벌써 두 개 선물해버림)

세번째로 간 곳은 Paperplus라고, 문구 등 소품도 같이 파는 체인점이다. 다른 도시에서 아이 선물을 사러 자주 들렀던 곳이다. 큰 기대는 없었고 어떤 책을 찾다보니 아는 책들이 보여서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프리다 맥파든. (최근 <Housemaid>가 표절이란 말을 들었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어쨌든)
사라 제이 마스.
옆에 조조 모예스.
Fiona Mcintosh는 한국에 번역 안 된 것 같고, 이 사진에는 없는데 Ana Huang 이란 작가의 책도 꽤 많이 있었다. 이것도 한국에는 번역 안된 듯. <Twisted Love>가 대표작인 것 같았다.

서재 친구들이 좋아하는 조조 모예스에 좀더 다가가봤다.
리안 모리아티도 많네. 영화로 만들어졌던 <No Man's Land>도 보인다.

한쪽에는 오디세이와 관련 책을 모아뒀다. 곧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나와서 그런지도?
그러다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는 리 차일드, 잭 리처 시리즈가 보여서 찍음.


이쪽에도 많았다. (댄 브라운도...)
그러다가 어떤 젊은 여성이 책을 들고 고민하고 있길래 무슨 책인가 보니 샐리 루니.
그 여성은 <인터메조> 하드 커버를 들고 고민하다가 고이 꽂아두고 갔다.


제이디 스미스와 다니엘 스틸. (안 어울리는 조합)
(작가의 성에 따라 알파벳 순으로 배열해둠)
드디어 M에서 시작해서 S까지 왔습니다. 왜?

이 책이 있으면 사서 갈까 했던지라... 앞표지가 잘 보이게 배열한 건 서점에서 해둔 게 아니고 내가 사진 찍으려고 뽑아둔 것이다. 찍고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스트라우트가 뉴질랜드에선 그리 인기가 많지 않은지, University Book Shop에선 찾지 못했고, 여기에도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딱 두 권만 있었다. (아니면 이미 다 팔려버려서 없었나?)
한국에서 서재 친구들이 산 책과는 표지가 달랐는데, 펭귄 클래식이었고 이 표지도 나쁘진 않았지만 알라딘에서 똑같은 걸 살 수 있고 가격은 더 싸서, 그냥 놔두고 왔다. (뉴질랜드는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하고, 호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멀기 때문에 웬만한 건 다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한국이 이것저것 싼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여정의 중간에 눈에 띤 책이 있었으니 (K인데 왜 중간이지...? 처음에 알파벳 순인지 모르고 왔다갔다 했는가보다), 음? 한글? 그런데 저 표지는 뭐지... 나는 처음 들어보는 책인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평범한 표지였는데, 영어로 번역되더니 표지가 저렇게...
(그나저나 역시 찾아봐도 처음 보는 책이다) 2010년 2023년 두 번이나 나온 걸 보니 중간에 한 번 인기가 있었는가보다. 나만 몰랐던 건가... 여튼 다른 나라에서 한글책(이었던 책)을 만나 반가웠다는 이야기.
Paperplus 구경을 마치고, 이제 Whitcoulls 를 구경하러 갔다. 여기도 역시 체인이지만 Paperplus보다 좀더 본격적인 서점 느낌인데, 사실 더니든에서는 두 군데가 크게 다른 느낌은 아니었다. Whitcoulls가 조금 더 컸다.
커서 그런지 Top 100 이런 코너도 만들어두고... 대망의 1위는.... 두구두구두구

이거 나온지 좀 되지 않았나... 아직 1위라고?
그 다음이 사라 제이 마스, 크리스틴 해나... (알긴 하지만 모두 다 안 읽어봄)
그런데 의외로 4위가 <리틀 라이프>라 놀람.
어쨌든 Top 100 안에는 익숙한 책들이 꽤 있었고...

그래도 내가 읽었던 책은 그리 많지 않고 베스트셀러의 경향도 한국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했던 책이 없으면 그 서점에 대한 인상이 별로인 게 맞다)
지난 목요일, 일단 일을 마치고 리포트는 아직 다 안 쓴 상태에서 약간 시간이 났다. 같이 일하는 친구 (대학원생)가 서점 구경 갈거라고 그랬더니 다음에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우리 지금 가자! 해서 다시 간 곳이 처음 갔었던 University Book Shop. 자기가 저번에 여기 왔을 때 가봤는데 큐레이션이 좋았다고 했다. 나 거기 가봤는데 그냥 그랬는데? 라고 했더니 자기는 좋았다며~ 가보자고 해서 다른 친구랑 셋이 갔다.
다시 가봐도 역시 내가 아는 책은 많지 않았는데, 아는 작가의 책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인기있는 책과 여기 있는 책은 좀 달랐다. 아마 같은 작가의 책이라도 그 나라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먼저 번역해서 들여오고 그게 제일 유명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개브리얼 제빈의 책도 한국에서는 <섬에 있는 서점>이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그 서점에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꽂혀 있었다. 한 권만. (물론 팔리고 남은 것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서점 가자고 했던 친구랑 서로 읽었던 책, 좋았던 책 얘기를 (짧은 시간 동안) 엄청 많이 했다. 이 친구는 네덜란드 출신인데 학부 때부터 뉴질랜드에 와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보니 뉴질랜드에서 인기 좋은 책을 많이 알고 있고, 이 서점에 자기가 아는 책이 많았던 것 같다. 알고보니 이 친구도 북클럽도 많이 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서로 막 이거 좋아 저거 좋아 그러고 있는데... 근데 얘기하다보니 내가 한글로 알고 있는 책 제목을 얘기하면 원서 제목이랑 달라.... 그래서 서로 같은 책 얘기하는데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얼른 알라딘 앱을 켜서 그 친구가 추천한 책들을 보관함에 담았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는데,
<우주를 듣는 소년> = <The Book of Form and Emptiness> (...) 이런 경우 서로 의사소통이 힘든 것이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랑 밤의 경비원은 같았지만.
그리고 <Flesh> 작가의 다른 책은 번역이 되어있는데 Flesh는 번역이 안 되어 있었다. 근데 작가 이름... 데이비드 솔로이... 솔로이.. Szalay를 솔로이라고 읽는거구나... 멍..
이것 말고도 뭔가 추천해줬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이 네덜란드 작가의 책인데, 보통 네덜란드 책을 영어로 번역한 걸 보면 자기는 별로였는데 이 책은 내용도 좋고 번역도 좋았다고 추천해줘서, 또 무겁지도 않고 책도 예뻐서 데려왔다. 표지에 2024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갔고, 2025 Women's Prize for Fiction 상을 받았다고 쓰여있다. 그리고 <햄넷>의 작가 매기 오패럴의 추천사도.
이 소설은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찾아보는 과정에서 몰라도 되는 내용을 알게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일단 지금까지 내가 읽은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에 관한 관점은 아니라는 것 정도만 밝혀두자. 많은 소설들이 홀로코스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소설은 홀로코스트 후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어떻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어차피 사려고 했었는데 픽션 30% 할인해줘서 더 신남!
30% 할인받은 금액이 알라딘 가격하고 비슷하거나 좀더 비쌌을 것 같다.

표지가 이중으로 되어 있다. 앞의 집 풍경을 열면 파란 무늬 벽지가 펼쳐지는데, 방문을 닫고 집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려고 이렇게 만든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사니까 추천한 친구가 약간 부담스러워했는데 (재미없어할까봐)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어땠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얼른 읽어야 할 것 같지만... 과연.... 그 친구를 당분간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이 책도 안 읽고 있으면 번역본이 나올지도....
옆에 있는 초록색 열매는 피조아 Feijoa 란 과일인데 이번에 처음 먹어보았다. 맛은 파인애플과 구아바를 합친 듯한 맛. 맛있었는데 철이 거의 지나가서 구하기 힘들었고 좀더 커야 달고 맛있는데 저건 작아서 시기만 했다.

12일 밤을 머물렀던 방.
짐싸기 전 가져왔던 책 두 권과 새로 산 한 권을 함께 찍어보았다. Stargirl은 그래도 읽었는데, 맨 아래에 있는 두꺼운 책은 펴보지도 못하고 결국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 겨우 조금 읽었다는 ㅠㅠ 가져가지 말 것을...

마지막날 오클랜드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 1시간 반 동안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더 오래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ㅠㅠ
나는 그 친구에게 <메두사의 웃음>을 선물했고, 뉴질랜드 새에 대한 그림책과 노트를 선물받았다.
힘든 출장이었지만,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University Book Shop이 이제 좀더 좋게 느껴진다. 내가 거기서 책을 사왔기 때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