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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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전부터도, 다 읽고 난 지금도 왜 이 책이 그렇게 화제의 책인지 (정말 화제의 책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는 많고 많지 않나. 지금 지구촌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지구 전체가 평화로운 때가 얼마나 있었던가?


어쨌든, 밝고 다정하고 희망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 이야기를 지난 몇십 년간 이미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므로 굳이 읽으려 하는 편은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이유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시가 마냥 어려운 사람이다. 시랑 친해져보겠다고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도 읽어보았고,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시인의 시를 읽어보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가까이하기 힘들다. 작년 언젠가 한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올해 여름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라는 것에 조금 마음을 열게 됐다. 그 시인이 시를 평이한 언어로 좀 풀어서 쓰는 편이고, 내가 그 시인이 어떤 걸 말하고 싶어하고 어떤 방식으로 쓴다는 걸 이미 좀 알고 있어서인지 이번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의 로버트와 덜시가 로미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좀더 로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처럼, 나도 시를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저 시 몇 개를 같이 묶어서 내는게 아니라 여러 시들을 관통하는 정서나 키워드가 있기에 시 한 편을 그냥 읽는 것과 시집을 읽는 것은 무척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조금 이해하고 많이 오해한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내가 그 시인을 직접 만나 시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시에 마음을 조금 열게 된 시기에 읽은 책이라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 (정말 그렇게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묘사는 아름다웠다) 묘사와, 다정한 이야기들도 충분히 읽을 만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시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이래놓고 또 금방, 아냐 시는 어려워- 하면서 멀리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그렇다. 




"학교에서 배운 부분은 지루했어요. 전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외국어 같았어요."


"그랬다면 학교에서 잘못 읽힌 거야. 잘못된 작품을 고른 거지. 정말이지 비극이 아닐 수 없구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시인데."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아이고, 얘야. 당연히 있어. 당연히 있다고. 네가 지금까지 느낀 모든 감정은 너보다 앞선 다른 누군가가 느꼈던 거란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야. 그게 바로 시란다. 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시의 존재 이유지.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캄캄한 밤을 홀로 항해하는 뱃고동에서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처럼, 시는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일 오후까지 수 세기를 이어주는 사다리가 바로 시란다. 네 문제는 진정한 시인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거야. ...."


138-139쪽




+ 왜 원제는 The Offing (앞바다 - 소설에 나오는 시집의 제목)인데, 번역된 제목은 수평선 너머인가.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거나 암시하고자 하는 듯한 한국 번역서 제목은 나랑 취향이 영 안 맞는다. 

네가 지금까지 느낀 모든 감정은 너보다 앞선 다른 누군가가 느꼈던 거란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야. 그게 바로 시란다. 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시의 존재 이유지.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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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28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를 잊은 그대 시건망증 건수하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감성은 수평선 너머보다 앞바다! ㅋㅋㅋㅋㅋㅋㅋ

4별 주셨기에 좋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건수하 2026-07-28 17:1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 제목으로 스포일러 하면 안된다는! ㅋㅋ

그래도 5별은 못 주겠더라고요.. 이거 쓰고 이제 알라딘에 팔 지도 몰라요 ㅋㅋ

잠자냥 2026-07-28 17:19   좋아요 1 | URL
사람 참…. 시건망지네 ㅋㅋㅋ

(전 바로 팔았다능 ㅋㅋㅋ)

건수하 2026-07-28 17: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거 꼭 써보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7-28 17:43   좋아요 1 | URL
🙆🏻‍♀️😹😹😹

독서괭 2026-07-28 23:31   좋아요 0 | URL
시건망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7-2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이야기가 저도 궁금해지네요. 그냥 다정한 이야기는 딱히 땡기진 않지만요!
저도 시가 어려워요. 한때 갬성 풍부할 때는 외우는 시도 좀 있었건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