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굉장히 포괄적인 제목인데, 실제로 다양한 주제의 글을 묶어놓았다.
주제도 다양한데 띄엄띄엄 읽었더니 더 서로 묶이지 않는 느낌. 이제는 앞 챕터 내용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고..
제1부 디지털 미디어, 몸, 정동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 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_ 김예란
불안에도 불구하고 _ 백지연
제2부 소셜 미디어와 젠더
ASMR, 디지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감각, 정동, 젠더/섹슈얼리티 _ 김수정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 그리고 서사와 여성 재현 _ 김은영
‘#맘스타그램’에서 읽어내는 SNS 시대의 모성 실천 풍경 _ 강혜원
픽토리얼 푸드: 먹스타그램 현상과 음식 이미지의 역사 _ 강보라
제3부 디지털 미디어 산업, 노동, 여성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_ 김애라
여성 게임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 _ 이종임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 싸우기: 불법 촬영물을 중심으로 _ 한희정
목차는 이렇다.
1부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하며 연대하는, 그 과정에서 만족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좀 어려웠지만 두 글이 다 좋았다. 특히 김예란의 글은 '정동' 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이미 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초반 진입이 어려웠다. 정동이론에 대해 대강 좀 찾아보고 감을 잡았고, 후반부는 사실 친절해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꼭 정동이론까지 가지고 왔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이들은 연구자니까.. (3부의 세번째 글에서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를 인용하는 것도 약간 그렇지만, 그 글에서는 자원봉사의 동기를 설명해주어서 조금 더 좋았다) 내가 정동이론에 대해 잘 몰라서 그 의미를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1부의 두 글이 좋았다. 힘들 때마다 다시 읽어보게 될 것 같다.
2부는 실제 사례를 들어 조금 더 친숙한 이야기들이다. ASMR 글은 꽤 좋았고 웹툰과 맘스타그램은 글쎄 시도는 좋은데 좀더 분석하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좀 미완성된 글을 실은 것 같은 느낌이다. 픽토리얼 푸드는? 이게 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에 실렸는지 잘 모르겠다. 실릴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를 어필하는데 미숙했다고 하겠다.
3부도 제목이 참 난감한데 앞의 두 꼭지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의 여성 노동을 다루고 있다면 세번째 꼭지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 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의 문제라서... 책을 내느라 억지로 줄을 맞춘 느낌이다. 뭐 이런 억지로 묶기는 학계라는 곳에서 익숙한 일이지만, 아쉽다. 학계에서야말로 지양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러나 세 꼭지 모두 좋았다. 세번째 꼭지를 넣기 위해서 이런 제목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이해가 된다. (앞에서는 지양해야 할 일이라더니) 불법 촬영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마지막 챕터를 보고서는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약간 분개한 상태를 잘 이어가며 10월의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전반적으로 희망적인 책이었다. 2018년에 나온 책이라 불법 촬영물 관련 법이나 제도 등이 현재 상황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면 있기를 바라는데) 그 부분을 일일이 대조해보려는 의욕은 나지 않아서, 다음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려고 한다.
10월도 5일째에 접어들었으니 이렇게 9월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를 얼렁뚱땅 마무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