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격적으로 알라딘 서재를 시작한 건 올해 5월 13일부터였다. 그 전에도 알라딘 서재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책 둘러보러 들르는 사이사이 가끔 다른 분들 서재를 기웃거려 보기도 했었지만 나 자신 서재를 꾸미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글 쓰는 거 굉장히 싫어하고 자신 없으니까.. 그런데, 정신없이 바쁘게 2달은 보내고 난 후, 요즘 하는 일에 반드시 필요한 게 글솜씨인데 그게 너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그래서 뭔가 좋은 글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공간, 낙서라도 끄적이면서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뭘 해야 할까. 싸이를 할까 네이버 블로그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은 곳, 올라오는 글 수준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야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될 듯해서 결국 알라딘 서재를 택했고, 쭈삣거리며 글도 몇 개 쓰고 다른 서재에 코멘트도 한두 개 남기고 하면서 서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5월 13일 이전에 알라딘에서 공개적으로 한 일은 딱 한 편의 리뷰를 올린 일밖에 없다. (히든 페이퍼에 몇 개의 개인적인 글, 일기 같은 것을 쓴 적은 있지만) 예전 알라딘에서 리뷰 10개를 쓰면 5000원의 적립금을 주던 시절, 중학교 2학년 이후 제대로 된 글 같은 건 써본 적도 없고 독후감 같은 건 더더욱이나 질색이었지만 그래도 돈을 준다는데 어떻게든 리뷰를 써볼까 하고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나의 귀차니즘이 돈에 대한 유혹을 가뿐히 이겨버렸고 그걸로 고민 끝.
그렇다면 저 한 편의 리뷰는? 저건 5000원에 이끌려 시작했다가 나머지 9개를 채우지 못한 잔재인가?? 음, 그건 아니다. 난 사실 아직도 어른을 위한 소설보다는 동화책을 더 좋아하는데, 당시 너무너무 좋아하던 동화책 완결편을 읽고 난 후 그 가슴 벅찬 감격과 감동을 참지 못해 겁도 없이 리뷰라는 걸 갈겨쓰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책을 왜 다른 사람들은 몰라줄까,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기에 '이것 좀 읽어보시라고요' 하고 소개하고프기도 했고.. 그러나 내 소개 따위에 누가 눈이나 돌리겠는가. 그 책들은 결국 별로 팔리지 못하고 그냥저냥 묻혀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리뷰를 썼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알라딘에 내 서재라는 걸 갖게 되자 그 리뷰 기억이 떠올랐다. 책 제목도 잘 기억이 안 나서 겨우겨우 검색해보니 리뷰는 다행히 살아 있었지만 당시 쓰던 메일계정이 바뀌는 바람에 내 걸로 등록할 수가 없었다. 조금 안타깝지만 할 수 없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지기님 서재에 갔다가 옛 리뷰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해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옛날 메일계정 기억해내 버벅대며 담당자께 메일을 드렸더니 어제 그 고리짝에 쓴 리뷰를 starry sky 계정으로 넣어주셨다. 이런 고마울 데가..
음, 근데 내가 이 얘기를 왜 주저리.. 아참참, 맞다. (요새 정신이 오락가락.. 이러니 엄마한테 맨날 혼나지.. ㅠㅠ) 그 리뷰를 다시 살펴보니 작성 날짜가 2002년 5월 17일이었다. 그리고 서재를 시작한 후에 명색이 서재인데 리뷰 한 편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에 억지로 억지로 하나 짜내서 올렸던 날짜가 2004년 5월 17일. 꼭 2년의 시간차. 그렇게 쓰기 싫어하는 리뷰를 왜 하필 똑같은 날짜에 썼을까? 그날이 내게 무슨 의미라도 있는 날인가? 이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독후감을 써야 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온 기억이라도?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누구 생일이거나 기념일도 아니고, 내 개인사에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별 거 아니지만 아까 2년 간격을 둔 2개의 리뷰 작성 날짜가 똑같은 걸 보고는 조금 놀랐다. 오호, 이런 일이..
난 굉장히 미신적인 인간이고, 직접 점을 보러 간 적은 없지만 별점, 카드점, 하다못해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 같은 것도 잘 믿기 때문에 이런 우연의 일치를 보면 마냥 신기하다. 나랑 틀림없이 뭔가 인연이 있는 날일 거야.. 하는 생각. 지금 당장은 아무 의미 없는 날짜지만 언젠가의 그날에는 정말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지도 몰라.. 하는 기대감.
알라딘에서 연결된 두 개의 시간, 하나의 날짜.
혹시 모르지. 그날이 내가 사랑하는 알라디너 중 한 분의 생일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