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ap Aladino 4

상품가 : 146,000 won | product code: 404510-010241
원산지 : Italy | 제조(공급)사 : Caffe_Museo | 재료 : Ceramic + Stainless | 사이즈 : 4인용 - 밑바닥 x 높이 : 10 x 17.5 (cm)

내가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발견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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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휙휙 2004-01-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프레소 메이커가 아니라 우리 회사 마스코트 아닌가요? ㅋㅋ

sunnyside 2004-01-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알라디노~~

▶◀소굼 2004-01-2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비비면 상품권 나오나요?;;

starla 2004-01-2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 sa1t님 저도 저걸 비비면 뭔가가 나왔으면 합니다. 돈이나 -_-;; 책이나 ---;;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 만이 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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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구 2004-01-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알파벳 I, 애정의 첫번째 대상"..어느 책에선가(못된 버릇처럼 '어느..', 이런 식이지만, 그래봤자 '앰브로스 비어스 [악마의 사전]' -_-;;) 잘 찔러준 적이 있죠.

"그럴 때가 있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감격이나 환희나 새 생명의 빛이 아니라 기분 나쁘게 버얼건 짐승의 혓바닥처럼 보이는 시기가 있다. 숨쉬고 배 채우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그 자체가 마냥 귀찮고 무겁고 버겁기만 할 때가 있다. 책도 읽기 싫고, 음악도 듣기 싫고, 사색다운 사색은 아예 시작해 보려고도 하지 않는 때가 있다.

그 시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그게 바로 늙는 것이리라. 엊그제 읽은 책의 내용도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고, 마음먹고 영화 한 편을 보다가도 딴 생각을 하고, 남의 얘기가 5분만 이어져도 한 귀로 흘려 듣는다. 나이 먹어 꼬장꼬장 자기 고집만 내세운다는 말이 슬며시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그 소리 같고, 결국은 내가 대충 옳은 것만 같다."

......라고 어디에선가(..그래봤자 여전히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만들던 웹진 -_-;;) 짧은 산문을 읽었던 적이 있죠?

지금은..게을러지고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다 보면... 히히...버티지 못하고 반성,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 모름지기...사내라면 아내를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자신을 책망할 줄도 알아야지.." 하면서요.

지금은 절판된 만화 [좋은사람]에서 기타노 유지가 말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주변에 좌우되지 않고 해나간다는 거... 그런 사람들이 볼 때, 나나 보통의 샐러리맨들은 바보들 같겠지. 아무 꿈도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같을 테니까. 하지만. 주변에 좌우된다는 건 사람 속에 살아간다는 증거 아니겠나? 사람들 속과 주변에서 적으나마 자신이나 누군가가 즐거워한다면. 그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람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 편이 몇 배는 더... 괜찮은 일 아닐까?"

늦었지만..요참에 새해 다짐 비스무리한 거..그런거 해 봅니다. 그냥 뭐.. 좀 더(겨울 추위에 굳어 버린 아랫입술의 각질만큼..) 열심히 살자구요. 보란듯한 사내, 남편처럼... 나를 위해, 은살살을 위해, 코순이를 위해... 말이에여. -_-;; V

▶◀소굼 2004-01-1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어 버린 입술의 각질이 갈라지고 터지기 전에 발라줍시다;[광고가 될까봐 상표명은 그만두기로;][[터친 경험이 있는 소굼;;펑~ 펑;]

'남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와 '사람들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뭐 꼭 반대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어차피 생각의 차이니까,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면 되겠지요. 주체는 '나'니까...대신 살아줄 삶도 아니니까^^;
[꼭 자기만 아는 것처럼 말하죠; 다 아는 걸 말이에요;]
 

알라딘 마을이 생긴 후로는 전혀 모르던 분들의 서재를 우연히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모처럼 짬이 나서 원없이 서재 순방을 한 뒤 새삼 다시 느끼는 점은, 서재를 꾸린 분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그 서재에 담긴 책들도 그만큼 다양하며, 누구든 적어도 어느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정도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냥 독자였다면, 그  사실이 반갑고 감동적이라 만족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편집자로서 나는 그렇게 편하고 말 수만은 없어 문제다.

사실 제대로 된 서평을 쓰자면, 한국에 한두명 있을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들고 가야 할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편집자가 논평이나 분석이나 연구나 수필을 쓸 필요는, 물론, 전혀 없다. 편집자는 알라딘에 오는 분들의 눈을 대신 달고 책을 딱 한 발만 먼저 보는 사람이다. 그 눈의 소유자는 두렵게도 너무나 다양한 사람일 수 있으므로, 누구의 눈을 달아야 할 것인가 또 문제다. 전에 다니던 신문사에서라면, 명쾌한 답이 있었다 - 중학교 3학년생의 눈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중학생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3학년인지는 잘 모르겠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차는 중1에서 고3까지 어마어마한데?) 알라딘 편집자는 그 눈을 알기 위해 판매통계에 기댄다. 그 분야에 있어서 가장 평균적인 연령의, 가장 평균적인 독서를 하는 분의 눈을 다는 것이 가장 공평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좀더 짱구를 굴리면 그 책을 클릭해서 볼 사람으로 대상을 좁힌 다음 프로파일을 추론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어줍잖은 예측은 대부분은 대충 들어맞고, 가끔은 말도 안되게 빗나가고, 많은 경우 제대로 알 수도 없다. 책이 누군가의 눈에 띄는 데에는 단순한 진열(즉 알라딘의 의도)이나 미끼(가격이나 이벤트)나 충격요법(미디어추천 등)을 넘어서는 무언가 매지컬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눈으로 보기엔 딱 2% 부족한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내 눈으로 보기엔 딱 2% 넘치는 책이 대중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결국 인터넷 서점 편집자의 작업은 목적이 비교적 명확한 것이지만, 한계 또한 명확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하진 않는다. 한계가 있는 일이라 재미가 없다거나, 한계가 있어서 못해먹겠다, 는 건 싫어하는 일을 할 때 자주 동원되는 변명이지, 진정 깊숙하게 마음쓰는 일에 대해서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그 한계가 유발하는 어쩔 수 없는 울타리를 이렇게 저렇게 뛰어넘고, 뛰어넘다가 울타리를 조금 무너뜨려 울기도 하고, 울타리를 무너뜨렸다고 사람들한테 혼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다시 울타리를 따라서 가면서 교묘하게 그 바깥까지 넘나드는 비밀구멍을 발견하기도 하고, 남들이 그 비밀구멍을 알아채버리면 좀 실망하지만 누가 먼저 발견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거라고 고쳐 생각한 후 즐거워지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모자라 찾아내지 못한 책이나, 알았지만 내게 주어진 한계 탓에 오래 마음쓸 수 없었던 책들에 대해 무수한 서재의 무수한 조용한 독서가들이 정곡을 찔러 말해주고 있다는 것은 고마워할 일이다 - 이것이 사실 애초부터 찾기 쉬운 곳에 이미 놓여있던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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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0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해 시작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으로 했다. 에구, 에구, 몇번 토하고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파서 시집도 못 가보고 죽기는 억울해 할 수 없이 간 것이다. 주사맞는 것도 끔찍히 싫어하고 아픈 것도 죽어라고 못 참고, 암튼 엄살이 무지 심한 사람이니까...

일주일 내내 약을 먹어도 여전히 소화가 안 되서 오늘 병원서 수면내시경을 했다. 깨보니 옆에서 어떤 아저씨의 비명소리... "에구, 에구, 죽겠어요, 꺼~억, 꺼~억, 못 하겠어요. 끅!" ㅋㅋㅋ 의사가 나보고도 참을만하다며 그냥 내시경하라더니, 저 아저씨 수면내시경 안하고 그냥 하다가 병명도 알기 전에 죽겠네... 역시 세상은 둘 중 하나다 : 돈이 있건, 몸으로 때우건... 난 엄살이 심하니 돈 많이 벌어야하네... ^^

병명은 다행히 암도 아니고 위염도 위궤양도 아니었다. 위출혈이란다. 의사가 갸우뚱한다. 의사 : "왜 위에 출혈이 일어났지?" 나 : "전 알지요~~~." 의사 : "이유가 뭐죠?" 나 : (안갈켜주지, 맞추면 용치... 할려다가)"ㅋㅋ 작년 마지막 날 저녁에 친구랑 밥먹구 영화보구 나오면서 찬 쥬스를 다 마시고 쥬스에 들어있던 얼음까지 내것, 친구것, 다 깨물어 먹었거든요..." 의사 : "왜 얼음을 먹죠? 더운 여름도 아닌데..." 나 : (왜 안돼? 씨~이...) "얼음이 맛있어요. 정말 좋아하거든요." 의사 : "다른 음식은 또 뭘 좋아하죠?" 나 (신나서) :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수제비, 칼국수, 빵, 라면, 그리고요, 며칠 전부터 자장면이랑 탕수육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소화 안 될까봐 못 먹었어요. 글고 제일 제일 좋아하는 건 커피에요." 의사랑 간호원이랑 함박 웃음을 띠며 말없이 나를 본다. 의사 : "전형적인 나쁜 식습관이군요. 말도 안 듣겠지요?" 그리고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선포를 했다. "인스턴트 다 끊으시고요. 밀가루는 되도록이면 피하구요. 커피도 끊으세요." "네? 병 나을때까지만요?" "아뇨... 앞으로는 그런 것 절대로 드시면 안됩니다." "그런게 어딨어요? 말도 안돼요.." "특히 커피는 백해 무익합니다. 끊으세요." 그때부터 나와 의사의 말씨름이 시작됐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커피는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다. "백해무익 아니에요. 집중이 잘 되요." "그냥 집중해 보도록 하세요." "비타민 씨도 들어있어요." "비타민 씨는 아주 극소량입니다. 그리고 다른 영양소 다 파괴해요." "전 카페인 중독이라 못 끊어요." "일주일만 끊어보세요. 그러면 끊어집니다." "옛날에 3일 동안 못 마시고 죽을 뻔 했어요." "언제부터 마셨죠?" "고3때요." "거봐요. 그 전에 안먹고도 살던 겁니다. 끊으세요." "그럼 다른 마실 걸 일러주셔야죠." "물을 마시세요." "전 물 많이 마시면 토할 거 같아요."........ 어쩌구 저쩌구... 지금 생각하니 그 의사 선생님, 인내심이 많았던 것 같다. 마시건 말건 신경 안쓰면 됐을 텐데...

병원 나오면서 막 울었다. 첨엔 그저 눈물이 났는데 나중엔 억울해서 막 울어버렸다. 커피 없이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며 또 어떻게 사나... 무슨 낙으로 사나... 인스턴트는 그렇다 쳐도... 도저히 커피는 안 되는데... 하루종일 고민을 하다 낼 다시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해 볼 생각이다. "저기요, 하루에 한잔도 안 되나요?"라고 여쭤보고 안 된다고 하시면 독한 맘 먹구 끊어야지, 별수 있나... 된다면... 된다면 정말 하루에 딱, 딱 한잔만 마실건데... 요즘은 에스프레소랑 카페모카랑 번갈아가며 마셨었는데... ㅠ.ㅠ 친구한테 어리광 부렸더니 다른 음료들을 많이도 주절댄다... 웬 맛없는 쓸데없는 음료는 그리 많은지... 이 세상에 커피 하나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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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4-01-0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커피를 무진장 좋아한다. 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마셨는데, 생각해보니까 어머니가 무지하게 커피를 좋아하셨던 탓이 큰 것 같다. (새는 말이지만, 나의 어머니는 카페인 중독징후 - 커피를 안 마시면 아침에도 눈이 안 떠지고, 두통이 오고, 온 몸이 마취된 것처럼 흐느적거려 힘이 안 들어가는 등의 - 를 보여 병원에 다니신 적도 있다. -_-;)

대학합격통지를 받은 겨울, 인생 최초의 돈벌기 - 과외 아르바이트 - 를 해서 받은 금쪽같은 급료로 처음 달려가 산 것도, 아버지 어머니의 내의가 아닌, 브라운 커피 메이커였다. 어찌나 좋았던지!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라떼류, 라떼류의 극단 다방커피 - 모든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지만, 최근엔 건강을 생각해서 가급적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타입의 블랙커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도 하루에 아마 6잔은 마실 걸? ㅠ.ㅠ

커피는 다 좋은데 - 소화가 안된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무시하고 있다 - 이빨에 누런 착색을 일으킨다는 게 유일하게 미운 점이다. 역시 어머니를 고대로 빼닮아 이가 얇고 약한 나로서는 수년 내에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의 찌꺼기를 이빨에서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한 십년 지나면 의학이 발달할 거니까 상관없어 -_-

Smila 2004-01-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임신중이라 커피를 못 마시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죽을 지경입니다.

비로그인 2004-01-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여름만 되면 냉면사발에 냉커피를 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국자로 퍼먹는 버릇이 생겨버렸어요. 온(?)커피도 무지하게 좋아하는(단, 저는 한가한 시간에만 온커피를 마십니다) 저도 좀 걱정이 되네요. 서랍에 굴러다니는 클라렌 샘플을?!

Laika 2004-01-0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마시며 위에 글 읽다가 놀랐습니다. 어쩜, 내가 좋아하는건 다 있네, 인스턴트, 모든 종류의 밀가루 음식, 특히, 커피!
그나저나 정말 저 의사분 괜찮으시네요.. 대체로 의사들 저렇게 성실하게 답을 해주지 않던데요...

▶◀소굼 2004-01-1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먹으면 졸려서;; 요샌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잊고 싶은 것을 정말 잘 잊어먹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고. 실재로 나는 나에게 실연을 안겨준 19명의 여자들 중에 불과 7,8명 밖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이름과 학교, 얼굴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4명 정도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19라는 숫자뿐이다. 이 숫자는 처절하지 않다. 적당히 낭만적이고 적당히 아름다운 추억의 파노라마만이 그 속에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나는 또한 대학시절 머리 싸매고 읽었던 자본론의 어느 공식 하나도, 정경비서설의 어느 문구하나도, 포이에르바하의 테제 중 단 하나도, 공선언의 그 놀라운 명문 중의 하나도 전혀 기억치 못한다. 더 솔직히 말해, 나는 맑스가 무엇을 증명했고 레닌이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시켰는지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꽤나 열심히 고민했고 적어도 몇 년간은 그 세계에서 살았다는 추억의 덩어리 뿐이다.

나는 지나치게 현실과 환경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다. 이건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라는 규정과는 차원이 틀린 이야기다. ‘주의’라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지만 애초에 나는 현실의 다른 선택 대상인 과거나 미래에 대한 기억과 관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르페디엠”은 나에게 어쩔 수 없음이다.

어쨌든 나는 당장에 무의미한 것들은 거의 잊어먹는다. 그렇다고 기억할 것들을 기록하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해마다 다이어리를 새로 사면서 지난 다이어리 주소록에 기록된 사람들의 절반은 늘 옮겨 적지 않았다. 무의미한 것들의 수명을 기록으로 연장시키는 것은 현실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살면서 크게 2번 정도 기억을 포맷했다. 아니 하고자 해서 한 것이 아니니 포맷되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내 생활의 환경이 바뀌면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첫번째 시절의 것들 중에 아직 기억되고 있는 것은 3명의 가족과 1명의 친구 밖에 아무것도 없다.

모든 망각은 자연스럽고 또 그래서 편안하다. 세상에는 억지로 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억지는 기억을 강화할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늘 자연스럽게 변해오고 자연스럽게 적응해 왔다. 내 인생에는 단 한 번의 억지스러움도 없었다.

올드보이는 이런 내게 말한다. “기억해 내라. 네가 준 상처와 네 과거의 잘못을…” 도대체 왜? 기억해 내야 하는 것인가? 답은 뻔하다. 복수하기 위해서다. 유지태는 복수를 위해 스스로를 기억 속에 가두어 버렸고 최민식은 복수를 위해 기억을 파헤쳐 열 몇 권의 노트 기록을 남기고 5일간의 생지랄 끝에 결국 기억에 도달한다. (영화 똑바로 봐라. 알아내는 게 아니다. 미용실에 들어오는 여자 아이를 보고 기억해 내는 것이다.)

모든 복수는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기억은 섬뜩하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통은 상상력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그러나 그 말은 틀렸다. 고통은 기억에서 온다. 생이빨이 뽑히는 고통은 상상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 날, 젖니를 뽑던 유년의 고통이 증폭되어 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의 끝은 참혹하다. 기억에 매달려 기억 속에서 살았던 유지태는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자마자 자살한다. 끝내 기억에 다다른 최민식은 다시 망각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면을 택한다. 기억은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절대 원하는 것만 끄집어 낼 수 없다. 하물며 사진과 같은 기록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기억과 기록의 끝에 있는 것! 그것은 죽거나 혹은 망각하기 위해 발악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래서 사진 같은 건 절대 금물이다. 가족사진이라니… 죽고 싶어 환장한 짓이다.)

어쨌든 당연히도 최민식의 최면은 실패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망각은 절대 억지로 되지 않는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이다. 오로지 선택받은 유전자만이 망각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망각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축복받은 존재다. 내가 유지태였다면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합천댐에 빠져죽은 누이는 그냥 사춘기 시절의 아름답고 슬픈 레파토리일 뿐이다. 살아가며 여자 꼬실 때 분위기 조성용으로 몇 번 써먹다가 아마 곧 잊어먹었으리라… 내가 최민식이었다면 나는 주1회 VTR 상영과 김치찌개 배식을 위해 단식 투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굶어 죽으면 죽는거고… 유지태가 5일 안에 답을 알아내면 자신이 죽어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아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겠지 뭐..."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곱게 자살해 줬을 것이다.

이것이 축복받은 자의 삶의 방식이며 이것이 기억에 매달린 자들에게 진정으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들이여! 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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