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으로 했다. 에구, 에구, 몇번 토하고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파서 시집도 못 가보고 죽기는 억울해 할 수 없이 간 것이다. 주사맞는 것도 끔찍히 싫어하고 아픈 것도 죽어라고 못 참고, 암튼 엄살이 무지 심한 사람이니까...
일주일 내내 약을 먹어도 여전히 소화가 안 되서 오늘 병원서 수면내시경을 했다. 깨보니 옆에서 어떤 아저씨의 비명소리... "에구, 에구, 죽겠어요, 꺼~억, 꺼~억, 못 하겠어요. 끅!" ㅋㅋㅋ 의사가 나보고도 참을만하다며 그냥 내시경하라더니, 저 아저씨 수면내시경 안하고 그냥 하다가 병명도 알기 전에 죽겠네... 역시 세상은 둘 중 하나다 : 돈이 있건, 몸으로 때우건... 난 엄살이 심하니 돈 많이 벌어야하네... ^^
병명은 다행히 암도 아니고 위염도 위궤양도 아니었다. 위출혈이란다. 의사가 갸우뚱한다. 의사 : "왜 위에 출혈이 일어났지?" 나 : "전 알지요~~~." 의사 : "이유가 뭐죠?" 나 : (안갈켜주지, 맞추면 용치... 할려다가)"ㅋㅋ 작년 마지막 날 저녁에 친구랑 밥먹구 영화보구 나오면서 찬 쥬스를 다 마시고 쥬스에 들어있던 얼음까지 내것, 친구것, 다 깨물어 먹었거든요..." 의사 : "왜 얼음을 먹죠? 더운 여름도 아닌데..." 나 : (왜 안돼? 씨~이...) "얼음이 맛있어요. 정말 좋아하거든요." 의사 : "다른 음식은 또 뭘 좋아하죠?" 나 (신나서) :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수제비, 칼국수, 빵, 라면, 그리고요, 며칠 전부터 자장면이랑 탕수육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소화 안 될까봐 못 먹었어요. 글고 제일 제일 좋아하는 건 커피에요." 의사랑 간호원이랑 함박 웃음을 띠며 말없이 나를 본다. 의사 : "전형적인 나쁜 식습관이군요. 말도 안 듣겠지요?" 그리고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선포를 했다. "인스턴트 다 끊으시고요. 밀가루는 되도록이면 피하구요. 커피도 끊으세요." "네? 병 나을때까지만요?" "아뇨... 앞으로는 그런 것 절대로 드시면 안됩니다." "그런게 어딨어요? 말도 안돼요.." "특히 커피는 백해 무익합니다. 끊으세요." 그때부터 나와 의사의 말씨름이 시작됐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커피는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다. "백해무익 아니에요. 집중이 잘 되요." "그냥 집중해 보도록 하세요." "비타민 씨도 들어있어요." "비타민 씨는 아주 극소량입니다. 그리고 다른 영양소 다 파괴해요." "전 카페인 중독이라 못 끊어요." "일주일만 끊어보세요. 그러면 끊어집니다." "옛날에 3일 동안 못 마시고 죽을 뻔 했어요." "언제부터 마셨죠?" "고3때요." "거봐요. 그 전에 안먹고도 살던 겁니다. 끊으세요." "그럼 다른 마실 걸 일러주셔야죠." "물을 마시세요." "전 물 많이 마시면 토할 거 같아요."........ 어쩌구 저쩌구... 지금 생각하니 그 의사 선생님, 인내심이 많았던 것 같다. 마시건 말건 신경 안쓰면 됐을 텐데...
병원 나오면서 막 울었다. 첨엔 그저 눈물이 났는데 나중엔 억울해서 막 울어버렸다. 커피 없이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며 또 어떻게 사나... 무슨 낙으로 사나... 인스턴트는 그렇다 쳐도... 도저히 커피는 안 되는데... 하루종일 고민을 하다 낼 다시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해 볼 생각이다. "저기요, 하루에 한잔도 안 되나요?"라고 여쭤보고 안 된다고 하시면 독한 맘 먹구 끊어야지, 별수 있나... 된다면... 된다면 정말 하루에 딱, 딱 한잔만 마실건데... 요즘은 에스프레소랑 카페모카랑 번갈아가며 마셨었는데... ㅠ.ㅠ 친구한테 어리광 부렸더니 다른 음료들을 많이도 주절댄다... 웬 맛없는 쓸데없는 음료는 그리 많은지... 이 세상에 커피 하나면 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