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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롤란토 > 그런데 레닌이 누구야?

"너무 재밌다...그런데 레닌이 누구야? 주인공은 알렉스잖아."
<굿바이 레닌>을 보고 나온 20대 초반 여성 관객의 멘트다.
지난해 FILM2.0에 실린 '말말말'중 단연 으뜸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레닌을 모른다고 탓할 수도 없지만,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뭔가 엄청난 문화적 재앙이 도래할 것만 같다.

- FILM2.0 162-163 합본호 <편집장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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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4-01-3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구나. 역시 film2.0의 편집장이니까 이 일화에서 '문화적 재앙'을 예감하는 구나, 싶어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 재앙으로 말하자면 어디 문화적 재앙 뿐이겠는가... 그보다도 대체 저 관객은 어떻게 [굿바이 레닌]을 볼 생각을 했던 건지... 뭐가 그리도 재미났는지가 불현듯 궁금해졌다. 흐흐흐...

▶◀소굼 2004-01-3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단순히 통일독일을 숨긴다는 것만으로 웃기다고 한걸지도;으음, 달력에 15일 굿바이레닌DVD출시라고 써놨었네요...그냥 지나쳤으면서;

땡구 2004-01-3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그래도 “문화적 재앙”운운은 좀 오바...인네...싶네요. 필름2.0 편집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렇게 겸손하지 못하게 말하면 안되죠. 저로 말할거 같으면 대학 3학년 영미비평 수업시간에 후배 여학생이 발표하면서 계속해서 ’미셀 포컬트(Michel Foucault)‘, ’미셀 포컬트‘ 할 때 이후로 그런 부분은 웃으면서 덮어주자!.... 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겠고, 가만 생각해 보니 저 역시 [푸코의 추]를 읽기 전까지는 움베르토 에코와 미셀 푸코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거 같기도 하고... -_-;;

여튼... 레닌..하니 91년도 겨울에 어찌 어찌해서 모스크바에 갔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삭풍이 불던 붉은 광장, 테트리스 성을 등지고 왼쪽의 레닌묘에 늘어선 관람객 만큼이나 오른쪽에 길게 줄지은 맥도날드 입장 행렬! 음식이 입에 안맞아서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레닌묘 입장 행렬의 맨 끝에서 찰칵 사진 한 장만 찍고 바로 맥도날드로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요. 햄버거 먹고 조금 더 돌아다니니...묘지 뒤켠에 멋드러진 레닌 동상이 있어서...이야 반갑다! 하면서... V 하면서 사진 찍고 그랬죠. 아...근데.. 오래된 객지 생활에 그 사진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찾고 싶은데....흠흠..

비로그인 2004-01-31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여름이었던가 러시아에 갔었는데... 그 때는 이미 레닌 동상은 고사하고 조그만 석고 흉상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레닌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방 찍고 기념품 하나 사가야지 했던 바램이 여지없이 무너지나 싶던 순간... 시장을 돌다 티셔츠 가계에 레닌 얼굴이 크게 찍힌 여름 반팔티를 발견하고는 막 달려갔죠.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레닌 머리 위로 노란색 아치가 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Mac Lennin"이라고 써 있더군요. 그 때야 황당하고 서글프고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자본주의의 포식성이 섬뜩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좀더 예의바르고 정갈한 자본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쩝...


▶◀소굼 2004-01-31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색 아치의 레닌은 깨는군요-_-;;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맥도날드인건가;;

starla 2004-01-3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c lennin 이라 ㅠ.ㅠ

실상 모든 문화적 체험의 생산자는 듣는 대상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거겠죠. [굿바이 레닌]을 그냥 본 저 관객은 나름대로 레닌에 대한 추억들까지(!) 간직한 위의 댓글러;;; 들과는 다른 대상이었고, 그 관객이 뭐라고 한다고 [굿바이 레닌]의 문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정말 '문화적 재앙'이란 표현은 좀 오버인지도 흐흐... 책에도 그런 책은 많아요. 정말 재미있는데, 이 유머의 코드는 스키마를 필요로 한다, 라고 판단될 때.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런건 내가 누군가의 스키마를 통째로 알지 못하는 이상 추천하기 어렵잖아요. 이럴 때는 마구잡이로 추천하고는 이해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문제겠죠...

아 횡설수설;;
 

새해 시작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으로 했다. 에구, 에구, 몇번 토하고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파서 시집도 못 가보고 죽기는 억울해 할 수 없이 간 것이다. 주사맞는 것도 끔찍히 싫어하고 아픈 것도 죽어라고 못 참고, 암튼 엄살이 무지 심한 사람이니까...

일주일 내내 약을 먹어도 여전히 소화가 안 되서 오늘 병원서 수면내시경을 했다. 깨보니 옆에서 어떤 아저씨의 비명소리... "에구, 에구, 죽겠어요, 꺼~억, 꺼~억, 못 하겠어요. 끅!" ㅋㅋㅋ 의사가 나보고도 참을만하다며 그냥 내시경하라더니, 저 아저씨 수면내시경 안하고 그냥 하다가 병명도 알기 전에 죽겠네... 역시 세상은 둘 중 하나다 : 돈이 있건, 몸으로 때우건... 난 엄살이 심하니 돈 많이 벌어야하네... ^^

병명은 다행히 암도 아니고 위염도 위궤양도 아니었다. 위출혈이란다. 의사가 갸우뚱한다. 의사 : "왜 위에 출혈이 일어났지?" 나 : "전 알지요~~~." 의사 : "이유가 뭐죠?" 나 : (안갈켜주지, 맞추면 용치... 할려다가)"ㅋㅋ 작년 마지막 날 저녁에 친구랑 밥먹구 영화보구 나오면서 찬 쥬스를 다 마시고 쥬스에 들어있던 얼음까지 내것, 친구것, 다 깨물어 먹었거든요..." 의사 : "왜 얼음을 먹죠? 더운 여름도 아닌데..." 나 : (왜 안돼? 씨~이...) "얼음이 맛있어요. 정말 좋아하거든요." 의사 : "다른 음식은 또 뭘 좋아하죠?" 나 (신나서) :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수제비, 칼국수, 빵, 라면, 그리고요, 며칠 전부터 자장면이랑 탕수육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소화 안 될까봐 못 먹었어요. 글고 제일 제일 좋아하는 건 커피에요." 의사랑 간호원이랑 함박 웃음을 띠며 말없이 나를 본다. 의사 : "전형적인 나쁜 식습관이군요. 말도 안 듣겠지요?" 그리고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선포를 했다. "인스턴트 다 끊으시고요. 밀가루는 되도록이면 피하구요. 커피도 끊으세요." "네? 병 나을때까지만요?" "아뇨... 앞으로는 그런 것 절대로 드시면 안됩니다." "그런게 어딨어요? 말도 안돼요.." "특히 커피는 백해 무익합니다. 끊으세요." 그때부터 나와 의사의 말씨름이 시작됐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커피는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다. "백해무익 아니에요. 집중이 잘 되요." "그냥 집중해 보도록 하세요." "비타민 씨도 들어있어요." "비타민 씨는 아주 극소량입니다. 그리고 다른 영양소 다 파괴해요." "전 카페인 중독이라 못 끊어요." "일주일만 끊어보세요. 그러면 끊어집니다." "옛날에 3일 동안 못 마시고 죽을 뻔 했어요." "언제부터 마셨죠?" "고3때요." "거봐요. 그 전에 안먹고도 살던 겁니다. 끊으세요." "그럼 다른 마실 걸 일러주셔야죠." "물을 마시세요." "전 물 많이 마시면 토할 거 같아요."........ 어쩌구 저쩌구... 지금 생각하니 그 의사 선생님, 인내심이 많았던 것 같다. 마시건 말건 신경 안쓰면 됐을 텐데...

병원 나오면서 막 울었다. 첨엔 그저 눈물이 났는데 나중엔 억울해서 막 울어버렸다. 커피 없이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며 또 어떻게 사나... 무슨 낙으로 사나... 인스턴트는 그렇다 쳐도... 도저히 커피는 안 되는데... 하루종일 고민을 하다 낼 다시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해 볼 생각이다. "저기요, 하루에 한잔도 안 되나요?"라고 여쭤보고 안 된다고 하시면 독한 맘 먹구 끊어야지, 별수 있나... 된다면... 된다면 정말 하루에 딱, 딱 한잔만 마실건데... 요즘은 에스프레소랑 카페모카랑 번갈아가며 마셨었는데... ㅠ.ㅠ 친구한테 어리광 부렸더니 다른 음료들을 많이도 주절댄다... 웬 맛없는 쓸데없는 음료는 그리 많은지... 이 세상에 커피 하나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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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4-01-0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커피를 무진장 좋아한다. 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마셨는데, 생각해보니까 어머니가 무지하게 커피를 좋아하셨던 탓이 큰 것 같다. (새는 말이지만, 나의 어머니는 카페인 중독징후 - 커피를 안 마시면 아침에도 눈이 안 떠지고, 두통이 오고, 온 몸이 마취된 것처럼 흐느적거려 힘이 안 들어가는 등의 - 를 보여 병원에 다니신 적도 있다. -_-;)

대학합격통지를 받은 겨울, 인생 최초의 돈벌기 - 과외 아르바이트 - 를 해서 받은 금쪽같은 급료로 처음 달려가 산 것도, 아버지 어머니의 내의가 아닌, 브라운 커피 메이커였다. 어찌나 좋았던지!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라떼류, 라떼류의 극단 다방커피 - 모든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지만, 최근엔 건강을 생각해서 가급적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타입의 블랙커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도 하루에 아마 6잔은 마실 걸? ㅠ.ㅠ

커피는 다 좋은데 - 소화가 안된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무시하고 있다 - 이빨에 누런 착색을 일으킨다는 게 유일하게 미운 점이다. 역시 어머니를 고대로 빼닮아 이가 얇고 약한 나로서는 수년 내에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의 찌꺼기를 이빨에서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한 십년 지나면 의학이 발달할 거니까 상관없어 -_-

Smila 2004-01-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임신중이라 커피를 못 마시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죽을 지경입니다.

비로그인 2004-01-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여름만 되면 냉면사발에 냉커피를 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국자로 퍼먹는 버릇이 생겨버렸어요. 온(?)커피도 무지하게 좋아하는(단, 저는 한가한 시간에만 온커피를 마십니다) 저도 좀 걱정이 되네요. 서랍에 굴러다니는 클라렌 샘플을?!

Laika 2004-01-0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마시며 위에 글 읽다가 놀랐습니다. 어쩜, 내가 좋아하는건 다 있네, 인스턴트, 모든 종류의 밀가루 음식, 특히, 커피!
그나저나 정말 저 의사분 괜찮으시네요.. 대체로 의사들 저렇게 성실하게 답을 해주지 않던데요...

▶◀소굼 2004-01-1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먹으면 졸려서;; 요샌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잊고 싶은 것을 정말 잘 잊어먹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고. 실재로 나는 나에게 실연을 안겨준 19명의 여자들 중에 불과 7,8명 밖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이름과 학교, 얼굴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4명 정도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19라는 숫자뿐이다. 이 숫자는 처절하지 않다. 적당히 낭만적이고 적당히 아름다운 추억의 파노라마만이 그 속에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나는 또한 대학시절 머리 싸매고 읽었던 자본론의 어느 공식 하나도, 정경비서설의 어느 문구하나도, 포이에르바하의 테제 중 단 하나도, 공선언의 그 놀라운 명문 중의 하나도 전혀 기억치 못한다. 더 솔직히 말해, 나는 맑스가 무엇을 증명했고 레닌이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시켰는지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꽤나 열심히 고민했고 적어도 몇 년간은 그 세계에서 살았다는 추억의 덩어리 뿐이다.

나는 지나치게 현실과 환경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다. 이건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라는 규정과는 차원이 틀린 이야기다. ‘주의’라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지만 애초에 나는 현실의 다른 선택 대상인 과거나 미래에 대한 기억과 관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르페디엠”은 나에게 어쩔 수 없음이다.

어쨌든 나는 당장에 무의미한 것들은 거의 잊어먹는다. 그렇다고 기억할 것들을 기록하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해마다 다이어리를 새로 사면서 지난 다이어리 주소록에 기록된 사람들의 절반은 늘 옮겨 적지 않았다. 무의미한 것들의 수명을 기록으로 연장시키는 것은 현실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살면서 크게 2번 정도 기억을 포맷했다. 아니 하고자 해서 한 것이 아니니 포맷되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내 생활의 환경이 바뀌면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첫번째 시절의 것들 중에 아직 기억되고 있는 것은 3명의 가족과 1명의 친구 밖에 아무것도 없다.

모든 망각은 자연스럽고 또 그래서 편안하다. 세상에는 억지로 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억지는 기억을 강화할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늘 자연스럽게 변해오고 자연스럽게 적응해 왔다. 내 인생에는 단 한 번의 억지스러움도 없었다.

올드보이는 이런 내게 말한다. “기억해 내라. 네가 준 상처와 네 과거의 잘못을…” 도대체 왜? 기억해 내야 하는 것인가? 답은 뻔하다. 복수하기 위해서다. 유지태는 복수를 위해 스스로를 기억 속에 가두어 버렸고 최민식은 복수를 위해 기억을 파헤쳐 열 몇 권의 노트 기록을 남기고 5일간의 생지랄 끝에 결국 기억에 도달한다. (영화 똑바로 봐라. 알아내는 게 아니다. 미용실에 들어오는 여자 아이를 보고 기억해 내는 것이다.)

모든 복수는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기억은 섬뜩하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통은 상상력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그러나 그 말은 틀렸다. 고통은 기억에서 온다. 생이빨이 뽑히는 고통은 상상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 날, 젖니를 뽑던 유년의 고통이 증폭되어 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의 끝은 참혹하다. 기억에 매달려 기억 속에서 살았던 유지태는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자마자 자살한다. 끝내 기억에 다다른 최민식은 다시 망각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면을 택한다. 기억은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절대 원하는 것만 끄집어 낼 수 없다. 하물며 사진과 같은 기록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기억과 기록의 끝에 있는 것! 그것은 죽거나 혹은 망각하기 위해 발악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래서 사진 같은 건 절대 금물이다. 가족사진이라니… 죽고 싶어 환장한 짓이다.)

어쨌든 당연히도 최민식의 최면은 실패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망각은 절대 억지로 되지 않는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이다. 오로지 선택받은 유전자만이 망각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망각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축복받은 존재다. 내가 유지태였다면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합천댐에 빠져죽은 누이는 그냥 사춘기 시절의 아름답고 슬픈 레파토리일 뿐이다. 살아가며 여자 꼬실 때 분위기 조성용으로 몇 번 써먹다가 아마 곧 잊어먹었으리라… 내가 최민식이었다면 나는 주1회 VTR 상영과 김치찌개 배식을 위해 단식 투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굶어 죽으면 죽는거고… 유지태가 5일 안에 답을 알아내면 자신이 죽어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아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겠지 뭐..."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곱게 자살해 줬을 것이다.

이것이 축복받은 자의 삶의 방식이며 이것이 기억에 매달린 자들에게 진정으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들이여! 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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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찌리릿 > 꿈의 고등학교?

내가 자주 가는 헌책 동호회에서 퍼왔다. 한참을 킥킥대다.

 

꿈의 고등학교-_-a 교직원 명단

명예교장: 고 이오덕

교장: 리영희

부교장: 조정래

교무주임: 강준만

서무주임: 한완상

관리주임: 강정구

국어: 황석영

영어1: 백낙청, Walden Belo

영어2: Bruce Cummings, Selig Harrison

일어: 카라타니 코오진, 오오에 켄자부로오

독어: Juergen Habermas

불어: Jacques Derrida

문학: 김정란

정치: 최장집

경제: 김수행

서양철학: 송두율

동양철학: 신영복

미술: 진중권

국사: 박노자

학보 편집: 오연호

교지 편집: 김규항

문예 특활: 고종석

회화 특활: 김태권

음악 특활: 신중현

영화 특활: 박찬욱

연극 특활: 김민기

봉사 특활: 박원순

여기에 나를 비롯한 이런저런사람들의 추가의견이 실렸다. 대강 보자면...

1.(익명처리) 이런, 가장 중요한 양호 교사가 없군요..  

2.(역시 익명처리) 사서담당: 도정일, 스페인어: Garcia Marquez, 아랍어: 정수일, 종교(선택과목): 고 안병무, 이제민, 법정, 정수일, 만화 특활: 박재동  

3.(나) 물리 정재승, 화학 고종숙, 생물 최재천, 지구과학 조경철(이양반은 좀-_-;;)... 어떨까요?  

 당연히 저 명단에도 뭔가 아닌데 싶은 구석이 많다. 박재동 선생은 당연히 미술선생으로 복직시켜야 하고, 진중권씨는 미술보다는 선택과목 논리 선생이 맞지 않을까? 가끔 독어과목 하버마스도 거들어주고. 데리다만 불어선생 시키면 얘들이 못알아먹을꺼 뻔하니 김정란씨가 힘들어도 두과목 뛰면서 좀 거들어주고. 욕심 좀 더 부리면 이세욱씨가 수고 좀 해줬으면 한다. 동/서양 철학으로 구분되지 않고 윤리로 가르치는 판에 욕심을 좀 더 부려서 강유원 선생을 추가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영어에는 욕심 쫌 더 부려 자뻑족 안정효 선생과 겸손하고 부지런한 이윤기 선생도 추가시켰음 좋겠고. 국어 과목도 고종석 선생(난 다음 세상에 국어선생과 제자의 관계로 그를 만나고싶다. 왜냐고? 자유의 무늬를 읽어보면 안다)이 좀 거들어 주면서 장정일씨를 기용한다면 학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누릴 게 틀림없다(유감스럽게도, 장정일씨 본인은 대구에 학교를 짓지 않는 한 절대로 교직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단, 여학교를 설립해 매점아저씨로 기용한다면 그의 영입 성공률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경제는 홍기빈씨가 은사님과 함께 한다면 훌륭하리라.

꿈이다. 꿈일 뿐이다. 우라질, 돈 먹는 하마인 사립고등학교를 시험쳐 들어간 내가 마주한 한심한 선생들을 생각하면 저소리만 나온다. 유도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가 물리선생으로 전향한 인간(제물포와 물개가 당연히 그인간의 별명이었다. 제물포는 다들 아실거고, 물개란 물리 개XX), 이사장 빽으로 들어온 사회 부적응자(애들패다 관두고 끝내 어느 여학교로 전근간 이 인간은 제자 여고생과 동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건너건너 전해주어 나와 내 친구들을 경악시켰다), 독일어 리트 가사를 못외운다는 이유로,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시청각실에서 보고 듣다 잔다는 이유로 인간쓰레기라 우리를 불렀던 음악선생-지금은 카르미나 부라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박정희 전기를 수업시간에 읽어주던 교련 선생, 그를 비롯한 "인간병기 3인방", 미적분 개념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조건 외우라고 나를 윽박지른 수학선생, 모르면 외워라, 그럼 해결된다를 외치던 문학선생, 자신의 수업시간에 소설책-다른책도 아니고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1권-을 교과서 밑에 넣고 읽었다고 그자리에서 태백산맥을 네동강내고 미친듯이 그 친구의 머리를 갈겨댔던, 자그만치 국어 선생, 패닉 2집의 '벌레'때문에 패닉 2집을 듣는 녀석은 워크맨까지 뺃어버린다 강변하던 교장인가 교감 선생... 평준화되어 뺑뺑이 돌려 간 학교도 아니고 시험쳐서 들어간 학교에서 이런 인간들을 선생이라 모셨으니 젠장. 저건 그야말로 꿈일 뿐이다.

 

정릉에서 manne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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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1-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여기서까지 이 글을 마주할 줄이야. 이런저런 서재 돌아다니면서 제 서재에 있던 글 발견하는것도 재미있네요. ㅋㅋ...맨 마지막 문단의 주인공이 키득거리며 끄적여봅니다.^_^o-

starla 2004-01-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너무 재미있어서 퍼왔는데, 뭐라고 댓글을 달 말이 없더라구요;;;
너무 완벽한 교직원 목록이라 +_+ (어떤 분이 코멘트로 다신 다이내믹한 학교생활을 위한 교련선생 조갑제씨도 -_-;;;) 그리고 참, 여학교 장정일 매점 아저씨는 좀 두려워요 ㅠ.ㅠ

99 2004-01-0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도부 조유식 학생이 빠졌네요.(아! 이 학생은 참, 교직원이 아니시구나...)
교련선생님은 게바라씨도 잘 하실 듯...
양호선생님은 베쑨 선생 초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종교선생님이 교목을 겸임하시나요? 아니시면 문익환 선생님 추천....
국민윤리는 제가 가르쳐보겠습니다.
 
 전출처 : 루크스타 > 이도공간

사십이 넘도록 젊음을 유지한 것은 너무 빠른 죽음에 대한 현세에서의 보상이었던가 싶다.
지난 사랑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채 시작한 새로운 사랑은 공포가 된다.
이도공간... 하나처럼 보이지만 정신 세계에서만큼은 과거와 현실이 혼재하는 공간...
장국영에게도 잊어버리지 못할 과거의 추억이 있었을까?
이 영화를 통해 잊었던 과거가 되살아난 걸까?
그는 왜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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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2-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이 11시니까, 회사에서 버스 3정거장 떨어진 종각에서는 벌써 잔뜩 모여든 사람들이 어깨를 스치며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고보니 올해 장국영이 죽었다. 매염방까지. 그 뿐인가, 미국의 이라크전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죽었다. 너무 절박하여 여차하면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말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란의 소도시는 지진으로 초토화되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즐겁다고는 할 수 없는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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