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맛도 없도 먹고 싶은 게 없다가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남편을 졸라 버거킹에 갔다. 옆동네라 차를 타고 나갔는데 칼바람에 몸이 오소소 떨렸다. 햄버거를 먹으니 속이 든든해서 벼르고 있던 아이 머리카락도 자르고 집 앞에서 내려 남편과 아이는 집으로 돌려 보내고 나는 간만에 카페에 왔다.

얼마만의 여유인지! 오늘은 리뷰를 쓰려고 무거운 노트북까지 챙겨왔다. 리뷰 쓰고 시간이 되면 책도 좀 읽다 가야지! 아이랑 헤어질때 아이가 좀 찡찡대서 맘에 걸리지만 심하게 찡찡대면 남편이 전화하겠지 뭐^^

둘째 낳으면 이런 여유는 더 갖기 힘드니 실컷 즐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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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을 다 읽고 <산소리>를 읽을까 <쓰가루>를 읽을까 고민하다 한 권을 빨리 끝내고 다른 책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 싶어 <쓰가루>를 펼쳤다. 200페이지만 읽으면 되기에 이 책을 먼저 읽고 <산소리>를 읽는 게 집중이 더 잘 될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도 남아 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가 있으니 번갈아 가면서 한 권씩 읽으면 될 것 같다. 그 책들도 다 읽으면 문동세문에서 일본문학을 꺼내서 읽을 생각이다. 일본 고전문학에 대한 열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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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일본 문학을 잘 안 읽을 정도로 독서 편식이 심한 편이에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도 아직 안 읽어봤어요. 반짝님을 보면서 저도 일본 고전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본 문학에 적응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녕반짝 2014-12-1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 현대문학만 읽다가 질려버렸는데 그래도 틈틈이 읽다가 고전에 손을 댔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라 계속 손이 가요^^책도 시기가 있어서 관심 없다가도 읽게 되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약 일 년여 만에 하루키 에세이를 다시 읽었다. 터키의 옛 노래처럼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리듯, 어느 날 문득 ‘하루키 에세이를 읽어야겠다.’란 생각이 떠올라 에세이를 집어든 것이다. 그렇게 하루만에『해 뜨는 나라의 공장』을 읽고 작년 3월에 읽다 만『먼 북소리』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다시 하루키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밌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책을 읽고 있었고 아이는 막 잠이 들락말락한 몽롱한 상태였다. 그때 읽고 있던 부분이 ‘로마의 주차 사정’ 부분이었는데 앞뒤로 외제차를 세 번이나 쾅쾅쾅 박고도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지는 사람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지면서 차분하게(?) 그 상황을 전하는 하루키의 글이 너무 웃겼다. 그래서 막 잠들려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채 최대한 소리를 죽여가며 웃었는데도 내 몸이 흔들거렸다. 덩달아 아이도 젖을 먹다 꼭꼭 참아내는 내 웃음의 몸 떨림에 함께 흔들렸고 아이가 깨겠다는 걱정 때문에 웃음을 누르느라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아이는 깨지 않고 잠이 들었지만 태연자약한 로마시민의 태도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황당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였대도 그 운전자는 사지가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사진보다 글이 더 많은 여행서, 너는 일상에 찌들어 있지만 나는 멀리 여행을 왔다는 감상이 뒤범벅대지 않은 여행서, 그리고 지금 읽기엔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는 1980년 중후반이 배경인 여행서를 이렇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까? 하루키 에세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뭔가 내 마음을 위로해줄 여행서를 찾아서 이 책을 펼쳤다면 실망하거나 쉽게 지루해할 수도 있다.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지만 나 역시 이 책을 꺼내들 당시에 하루키 에세이를 연달아 4권이나 읽고 난 뒤라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읽었던 이유가 컸다. 그래서 초반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책 제목도 너무 추상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세세하고 시시콜콜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판본이 조금 작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을 쥐고 있으니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것이다.

 

  그렇게 절반도 읽지 못한 채 일 년을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앞부분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어렴풋이 흐름 정도만 떠올라 그냥 꾸역꾸역 이어 붙여서 읽어나갔다. 그런데 웬걸? 읽으면 읽을수록 착착 달라붙는 문체가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여행의 동선도, 지금은 이 도시의 모습이 그대로인지, 사람들의 성향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누를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다. 약 3년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옮겨놔서 그런지 단기 여행의 급함은 없었다. 오히려 짧은 여행의 이도저도 아닌 맛보기가 아닌, 장기체류(?)해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신선했다고 해야 하나? 낯선 곳에서의 여행, 소설쓰기와 번역을 병행하며 타국에 머무르는 상황들이 묘하게 잘 얽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눈으로 본 것처럼 쓴다. 이것이 기본저인 자세이다. 자신이 느낀 것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다.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화된 논점에서 벗어나, 되도록 간단하고 사실적으로 쓸 것. 다양하게 변해 가는 정경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든 계속 상대화할 것. (21쪽)

 

  저자는 새삼스레 유럽 여행기 어쩌고 하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해 계몽적인 요소도 거의 없고 유익한 비교문화론 같은 것도 없는 글을 썼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써질 수도 있고 안 써질 수도 있다는 염려도 덧붙였지만 저자의 의도된 목적을 따지기 전에 새삼스런 유럽 여행기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약 3년 동안 유럽을 이리저리 떠돈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나중에 고백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그것이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상하게 이 여행이 마냥 부럽지 않은 차분함을 가져다주었다. 타인의 글을 통해 금세 사라져버릴 흥분과 충동이 일지 않는 것. 20대 때는 그런 여행서만 찾아서 읽었지만 30대가 되어보니 오히려 이런 글이 더 마음을 자극하고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여행서를 읽으면서 킥킥댈 수 있어 오랜만에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고 저자의 다짐처럼 스스로 본 것을 본 것처럼 썼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더 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유로운(?)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 소설을 읽으면 뭔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조급함이 인다. 창작물이라는 틀 안에서 하루키의 내면을 읽을 수 없으니(등장인물로 읽어내는 추상적인 것 말고) 그럴 수밖에. 한동안 하루키 에세이에 빠져 지내겠지만 언젠가 소설로 돌아가야 함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해준 지인이 하루키 에세이와 소설을 번갈아가며 읽어야 쉽게 질리지 않고 글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지인의 말을 따라 순차적으로 보려는 노력은 하겠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에세이만 몰아서 읽고 그 다음에 소설만 몰아서 읽을 것 같은 느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자. 이러나저러나 다 하루키 글들 아닌가. 괜히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하루키보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하루키가 마냥 부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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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 시리즈 09 : 사납고 못된 토끼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9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에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늘 교훈이 담겨 있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 것, 말썽을 피우지 말 것, 버릇없이 굴지 말 것 등등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 뒤엔 늘 이런 교훈이 따라온다. 그렇다고 그런 교훈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먼저 빠지게 해 준 뒤 그냥 툭 한마디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구성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는다.

 

  『사납고 못된 토끼 이야기』는 한 줄의 메시지는 없지만 못되게 굴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의자 위에 있는 빨간 당근과 하얀 털뭉치를 보여주면서 관심을 유도한다. 그리고 사나운 토끼의 모습을 보여준다. 빳빳한 수염과 뾰족한 발톱을 가진 토끼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림으로 봐서는 그렇게 못된 토끼같이 보이지 않아서 탈이지만.

 

  의자에는 착한 토끼가 앉아 있었다. 엄마 주신 당근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사납고 못된 토끼가 와서 달라고도 아닌 ‘이리 내!’ 하면서 빼앗아 버린다. 그리고 착한 토끼를 세게 밀쳐 버린다. 착한 토끼는 무서워서 굴 속에 숨어 버리고 그때 사냥꾼이 총을 들고 나타난다. 당근을 먹고 있는 못된 토끼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겼다며 의아해한다. 사냥꾼은 살금살금 다가와 못된 토끼를 향해 총을 쏜다. 하지만 의자 위에 남은 건 빨간 당근과 하얀 털뭉치 뿐이다.

 

  만약 착한 토끼가 그 자리에서 계속 당근을 먹고 있었다면 그 일을 대신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근을 빼앗아 먹고 있던 못된 토끼는 사냥꾼의 눈에 띄어 꼬리가 떨어지고 만다. 당근을 빼앗아 먹은 토끼가 나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냥꾼의 시야에 들어온 걸 당연하다고 해야 하는지 불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선뜻 판단이 서질 않는다. 착한 토끼와 사납고 못된 토끼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가 모순이 느껴지지만 이야기를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약아버렸을까?

 

  여튼 꼬리가 떨어진 토끼는 우앙우앙 울며 도망을 갔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땐 좀 달라는 부탁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 태도를 보이라는 메시지로 이야기를 맺고 있다. 꼭 교훈을 깨닫기 위해 이 책을 읽기보다 그림이 좋아 베아트릭스 포터의 컬렉션을 읽는 이유가 크다. 그렇다보니 어떤 이야기는 유려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어떤 이야기는 조금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던가 약간의 억지가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글씨도 크고 이야기도 짧아 후자에 속한 편인데 어렸을 때 누구나 타인의 물건을 빼앗아보고 욕심을 부려본 적이 있기에 사납고 못된 토끼에게 무조건적인 잘못을 물어야하는지 조금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저자가 부러웠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의문을 갖는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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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고나서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달라요. 가끔 이야기에서 벌을 받거나 부정적으로 묘사된 인물에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죠. 예를 들면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게으른 베짱이처럼요.
 

새벽까지 책을 읽다 졸려서 자려다 지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려고 책과 컴퓨터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무슨 책을 줄까 책을 찾다가 괜히 어지러운 책장 몇 칸을 정리하고 스노우 캣의 <지우개>를 꺼내들었다.

난 분명 잠들기 전에 잠깐 책장에 들른거였는데 책을 펼쳐들자마자 배가 고팠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각. 임신중이 아니었다면 고민했겠지만 배고프면 더 잠이 안와서 시레기국에 밥을 말아 퍼먹으면서 스노우 캣의 책을 봤다. 밥 먹으면서 편히 볼 수 있는 책이라 더 부담없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덜 피곤했다면 리뷰까지 쓰고 싶었으나 너무 늦게 자면 오전을 또 잠으로 보낼 것 같아 책을 다 보고 잠이 들었다.

읽기에 탄력을 받으면 한참 책을 읽다가 리뷰에 탄력을 받으면 리뷰를 또 몰아서 쓰기도 한다. 지금은 읽을 시기다. 그런 기복이 올 것을 알기에 지금은 그냥 읽히는대로 책을 읽고 있다. 이런 집중력이 꾸준히 가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책장에 쌓아둔 장편소설들을 호로록 읽어버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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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4-12-18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집중력... 저에게도 정말 필요합니다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