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강아지 파랑새 그림책 36
난 그레고리 글, 론 라이트번 그림, 김세희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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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운증후군인 듯 보이는 신디가 오갈 데 없는 버려진 강아지를 만나 돌보기로 마음먹는다. 역시나 문제가 생기고 (함께 사는 정상인들은 신디의 오갈 데 없는 강아지로 하여 귀찮은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강아지를 뺏기는 신디.

하지만 호스피스로 일하고 있는 병동의, 죽어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신디는 어렵게 어렵게 강아지를 찾고 거기에서 기르는 것을 양해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유받는다. 신디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죽어가는, 스스로도 커다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다.

신디는, 이 세상에서는 마치 고적한 섬과 같다. 다른 정상인들 속에서 홀로임을 느끼게 하는 장애를 가진 신디와 아마도 버림받은 듯한 강아지의 만남. 신디는 마치 자신을 보듯 강아지를 보았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글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주는 그림. 거친 입자의 종이 위에 부드러운 색조의 색연필 그림은 시종 애잔한 느낌을 주는 글의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장애인, 버려진 강아지,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삶의 이런 면을 철저히 외면하고 살아가는 듯한 일상의 사람들.

대부분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한 다른 면을 외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 아련하게 마음을 휘저어놓는 그림까지, 책장을 덮고는 한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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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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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이야기>. 이 책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 중심으로 엮어나가는 듯한 시공사의 '세계의 걸작 그림책' 씨리즈 중에서 001번이다. 1943년에 버지니아 리 버튼이 이 그림책으로 위의 상을 받았다니, 오래 된 책이어서 001번인가?

잘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명실공히 어떤 그림책 씨리즈에서도 1번을 차지할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2002년 지금, 일러스트도 내용도 훨씬 다양해지고 세련된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고 또 나오고 있지만, 1943년 이전에 만들었을 이 그림책의 이야기 방식이나 그 변화무쌍하면서도 서정성을 간직한 그림이나, 또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있어서 이를 능가할 그림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이 책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처음 본 책이니만큼, 어린이였을 때 보았다면 어땠을까? 초등학교 때 보았다면 역시 이 책을 무지무지 좋아했을 것 같다. 그림책이지만, 여러가지를 놓치지 않고 즐기려면 초등학생쯤 되어야 할 것 같다.

버지니아 리 버튼은 자기의 그림책에 어떤 독특한 유형의 양식을 갖고 있다. 이 책에도 표지의 안쪽에 작은 집을 열 여덟번이나 그려 놓았다. 그 앞에는 말이 마차가 되고, 자전거가 다니고, 자동차가 되고, 전철이 되고...이렇게 변해가는 주변 환경과 그에 따라 변해가는 작은 집의 표정을 그려 놓았다. 일종의 예고편인 셈일까.

그리고 저 먼 시골에서 시작되는 행복한 작은 집의 모습. 창문과 정문과 현관과 지붕, 이런 것으로 이 작가는 작은 집을 인격화한 얼굴로 그리면서(물론 완벽한 작은 집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만든다. 낮, 밤, 봄, 여름, 가을, 겨울...더없이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작은 집에 변화가 나타난다.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작은 집을 둘러싼 모든 곳들은 점점 더 도시화하고,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바빠진다. 밤낮이 없어지고 계절이 없어진다. 높은 빌딩들로 하여 햇빛도 없어진다. 슬프게 변해가는 얼굴...유리창이 깨지면서 작은 집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찬다. 나도 따라 너무나 마음이 아파진다.
놀라울만큼 속도감 있는 그림으로 하여 이 변화에는 더 가속이 붙고 더 절망적인 심정이 된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행복한 반전! 작은 집은 통째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밤과 낮과 계절을 되찾고 작은 집을 사랑하는 주인에 의해 보살핌을 받는다. 상처입은 동물처럼 울고 있던 얼굴이 다시 행복의 미소를 되찾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안도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고 미소를 짓는다.

작가는 아마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이 그림책 하나로 다 얻었을 것이다. 도시화로 잃어버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로운 자연의 세상... 이렇게 거의 빨려들어가듯 이 책을 보았다. 시공사의 책을 보고나니 영어로 된 원래의 책이 보고싶어져서 구입해서 보았다. 그림책의 크기나 독특한 글씨의 배열, 속지라든가 색상 등 모든 것들이 원작의 맛을 잘 살리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93년이란 때를 생각하면, 이런 노력이야말로 아주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어떤 훼손이나 변질 없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이 출판사가 정말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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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놀이 사계절 그림책
김성은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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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수께끼.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뚜렷한 계절의 변화, 우리나라의 산과 들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들.
'언니 오빠야, 나도 같이 놀자.' '안돼, 너는 아직 어려서 재미없어' 이렇게 먼저 어린 소담이를 보여주고. 심심한 소담이에게 우리와 친근한 새인 까치가 날아와 수수께끼 놀이를 하자면서 문제를 낸다.

봄이 왔어요--문제--3월, 4월, 5월. 찾았다!
여름이 왔어요--문제--6월, 7월, 8월. 찾았다!
가을이 왔어요--문제--9월, 10월, 11월. 찾았다!
겨울이 왔어요--문제--12월, 1월, 2월. 찾았다!

수수께끼를 모두 푸는 동안 한 해가 가고, 소담이는 훌쩍 자랐다. 까치는 다시 어린 누리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문제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것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것이고 도시의 어린이들이라면 이걸 보고 알게 될 수도 있겠다.

아이디어와 글의 내용, 입말투의 글들, 계절과 그 계절에 맞는 아이들의 놀이, 또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잘 드러내면서 아름다운 그림들. 그리 크지 않은 그림책이지만 양면을 활용해 펼쳐진 그림들이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일곱살난 작은 아이도 아주 재밌게 듣고 보았고, 초등학교 5학년인 큰 딸도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끼는지 열심히 보곤 한다. 바로 얼마전 들판에 지천인 민들레 씨를 호호 불어 날리며 깔깔대던 일이 생각난다. 사는 곳이 시골이어서 가을이면 밤을 따러 가기도 하고... 이리저리 꼼꼼하게 신경써서 잘 만든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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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아이교육
이상금 지음 / 사계절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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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그림책에 빠져든지 2년. 우리 집에서는 사실 아이보다 엄마가 더 빠져 들어 엄마인 나는 지금 그림책을 수집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린이 책 도서관을 열어도 될 것 같다. 마치 사라 스튜어트의 <도서관> 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쓰 브라운처럼..^^ 바로 그렇게 되는데 가장 정다운 지침서가 이 책이었다.

이 책을 나는 이상금씨가 번역한 마쯔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을 보고 난 뒤에 읽었는데, 그 두 권을 읽고 나니 어서 서점으로 혹은 도서관으로 가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책들이 보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책에 나오는 그림책들은 거의 다 봤지만 그림책의 세계야말로 작가들의 끊임없는 창작에 의해 무한한니까!

이상금 씨에게 큰 영향을 준 마쯔이 다디시의 책도 좋았고, 이상금씨가 그이를 통해 또 다른 여러가지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가면서 썼음직한 이 책은 우리 나라의 많은 독자들에게 더 자상하고, 책 군데군데마다 더 솔깃한 이야기로 가득한 것 같다. 앞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초판된 것이 90년이고 이상금씨의 이 책은 98년 초판이니 그 사이 지은이의 내공도 아주 깊어진 것 같다. 분명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는 실용적인 정보가 훨씬 풍부한 지침서가 생긴 셈이다.

게다가 여러 가지 선진적인 주장들도 눈에 띈다. 그림책에 대한 번역실명제를 주장한다든가, 만화에 대한 지은이의 견해라든가, 도깨비 이야기 등은 지금은 벌써 일반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일반화 시킨 사람이 바로 이 책을 쓴 이상금씨가 아닌가 한다. 예를 들어 도깨비에 대해서 보면, 우리가 지금도 그림책에서 쉽게 만나는 도깨비의 모습은 실제로 일본 도깨비 '오니'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뿔이 하나 혹은 둘 달린 모습, 부리부리한 눈매, 벌거숭이 몸에 걸친 삼각형 팬티, 즐겨 입는 등걸이 같은 옷 모양, 시뻘겋고 시퍼런 색의 강한 색조 등이 일본 오니의 특색이란다. 정말 우리가 우리나라의 도깨비라고 알고 있던 모습과 흡사하지 않는가!

지은이는 우리 나라 도깨비를 찾아 문헌을 뒤진다. 그리고 일본 도깨비와는 아주 다른 우리 전통의 자유로운 도깨비의 모습을 찾아낸다. 물론 아직도 정형화된 도깨비의 모습을 찾아낸 것은 아니고, 우리 나라 도깨비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옛날 책들에 등장한다는 것으로 보아 정형화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내가 알고 우리 아이들도 아는 도깨비가 일본의 오니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나 또한 거기에 관심이 생겼다. 요즘에 나오는 우리 책들 중에서는 도깨비를 오니와 다르게, 우리 나라의 도깨비를 원래대로 살려내려 애쓰며 그린 책들이 눈에 띈다.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이 그림책 전문가의 전문적인 견해를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이 외에도 여러가지 유익한 정보로도 가득차 있고, 아이와 엄마가 그림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해 준다는데서 이 책의 진가는 더없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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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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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이라는 시골에 사는 내가, 대전에서 <동화 읽는 어른>이라는 모임을 하다가 이곳으로 이사온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얼마나 내게 큰 행운이었던가. 그 친구를 통해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리고 그 행복했던 그림책과의 만남들!

물론 그 전에도 딸과 아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 주려고 노력했지만, 확실히 누군가 내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그 친구를 만난 뒤 이 책을 소개받아 읽었는데 그야말로 속이 시원했다. 아직 늦지 않은 때에 이만한 지침서를 만났으니, 이제 그림책의 세계에 주저없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다. 마쯔이 다다시의 안내를 받으며, 도서관과 서점을 통해 그림책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그림책 수집가가 된 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 자유롭게 자기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골라 볼 수 있고,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도 때로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즐기며,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또 새로운 그림책 탐험을 나선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로 말하자면, 매주 함께 모임을 하는 친구들에게 멋진 그림책을 소개하는 임무를 맡아 열심히 해나가는 중이다. 이 모든 일들이 그림책과의 즐거운 만남을 안내해 주었던 이 책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더 할 나위없이 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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