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집 이야기>. 이 책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 중심으로 엮어나가는 듯한 시공사의 '세계의 걸작 그림책' 씨리즈 중에서 001번이다. 1943년에 버지니아 리 버튼이 이 그림책으로 위의 상을 받았다니, 오래 된 책이어서 001번인가?

잘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명실공히 어떤 그림책 씨리즈에서도 1번을 차지할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2002년 지금, 일러스트도 내용도 훨씬 다양해지고 세련된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고 또 나오고 있지만, 1943년 이전에 만들었을 이 그림책의 이야기 방식이나 그 변화무쌍하면서도 서정성을 간직한 그림이나, 또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있어서 이를 능가할 그림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이 책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처음 본 책이니만큼, 어린이였을 때 보았다면 어땠을까? 초등학교 때 보았다면 역시 이 책을 무지무지 좋아했을 것 같다. 그림책이지만, 여러가지를 놓치지 않고 즐기려면 초등학생쯤 되어야 할 것 같다.

버지니아 리 버튼은 자기의 그림책에 어떤 독특한 유형의 양식을 갖고 있다. 이 책에도 표지의 안쪽에 작은 집을 열 여덟번이나 그려 놓았다. 그 앞에는 말이 마차가 되고, 자전거가 다니고, 자동차가 되고, 전철이 되고...이렇게 변해가는 주변 환경과 그에 따라 변해가는 작은 집의 표정을 그려 놓았다. 일종의 예고편인 셈일까.

그리고 저 먼 시골에서 시작되는 행복한 작은 집의 모습. 창문과 정문과 현관과 지붕, 이런 것으로 이 작가는 작은 집을 인격화한 얼굴로 그리면서(물론 완벽한 작은 집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만든다. 낮, 밤, 봄, 여름, 가을, 겨울...더없이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작은 집에 변화가 나타난다.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작은 집을 둘러싼 모든 곳들은 점점 더 도시화하고,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바빠진다. 밤낮이 없어지고 계절이 없어진다. 높은 빌딩들로 하여 햇빛도 없어진다. 슬프게 변해가는 얼굴...유리창이 깨지면서 작은 집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찬다. 나도 따라 너무나 마음이 아파진다.
놀라울만큼 속도감 있는 그림으로 하여 이 변화에는 더 가속이 붙고 더 절망적인 심정이 된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행복한 반전! 작은 집은 통째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밤과 낮과 계절을 되찾고 작은 집을 사랑하는 주인에 의해 보살핌을 받는다. 상처입은 동물처럼 울고 있던 얼굴이 다시 행복의 미소를 되찾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안도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고 미소를 짓는다.

작가는 아마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이 그림책 하나로 다 얻었을 것이다. 도시화로 잃어버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로운 자연의 세상... 이렇게 거의 빨려들어가듯 이 책을 보았다. 시공사의 책을 보고나니 영어로 된 원래의 책이 보고싶어져서 구입해서 보았다. 그림책의 크기나 독특한 글씨의 배열, 속지라든가 색상 등 모든 것들이 원작의 맛을 잘 살리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93년이란 때를 생각하면, 이런 노력이야말로 아주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어떤 훼손이나 변질 없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이 출판사가 정말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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