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먼저 봤다. 이미 오래전이다. 유명한 영화이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며칠 전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영화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다시, 제대로 한번 더 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어서이다.
1994년, 베니스 영화제에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 <일 포스티노>가 최초로 상영되었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 네루다 역에 필립 느와레, 마리오 역에 마씨모 트로이시. 책에서 떠오르는 마리오보다 영화의 마리오는 나이들어보인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은 2004년에 <베니스의 상인>을 감독했다.)
96년, 아카데미 다섯 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외국 영화로는 73년 이래 처음으로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수상은 음악상에 그쳤지만, 이 영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외국 영화로 꼽힌다.
1985년, 원래는 <불타는 인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 스카르메타는 동일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리고 라디오 극으로 만들 정도로 집념을 보였다. 친구와 함께 직접 감독과 배우를 겸한 영화로도 만들었다. 스카르메타가 만든 영화는 칠레에서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94년에 만들어진 영화 <일 포스티노> 이후에 소설의 제목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바꾸었다.
이 이야기에서 스카르메타는 '가벼운' 네루다를 창조한다. 네루다는 정치가이며 시인이었다. 네루다 시집 중 가장 어렵다는 <지상의 거처>와 장중함이 돋보이는 <모두의 노래>의 시는 별로 인용하지 않는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의 시나 사랑의 시들을 주로 이용한다. 이야기에 걸맞는 인용이다. 사랑의 시들 만으로도 네루다는 충분히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