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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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아줌마가 회오리 바람에 날려가는 바람에 살콤 구경하게 된 학교 운동장 둘레에 있는 예쁜 꽃밭. 알록달록 오밀조밀허니 예쁘게 꾸며놓은 꽃밭을 보고 쏙 마음을 뺐겨 조로록 달려가는 오소리 아줌마. 오소리 아저씨를 부추겨 우리도 저 예쁜 꽃밭을 만들자, 당겨낸다. 하지만 막상 들판에 나가 오소리 아저씨가 꽃밭을 일구려 땅을 쪼자, 황급히 아저씨의 팔을 잡아붙든다.
'안돼요, 거긴 패랭이꽃...'
다시 다른 쪽을 쪼려고 하자
'에구머니, 그건 잔대꽃!'
다시 비켜서 다른 곳을 쪼니까
'안돼요, 그건 용담꽃이에요, 쪼지 마세요!'
한다. 그럼 대체 어디다 꽃밭을 만들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오소리네 집 둘레엔 온갖 꽃들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 흐드러져있다. 모두 그대로 꽃밭인 것이다. 오소리 아줌마는 그제야 깨닫는다. '아이구, 우리집 둘레엔 이렇게 지천이 꽃밭이었네. 봄부터 진달래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이 피고지고 또 피고... 겨울엔 눈꽃이 온산 가득 피는걸 몰랐네..'

참 소중하고 행복한 깨달음이다. 어쩌면 일생에 이런 깨달음이 한번 와줄까 싶은, 그토록 소중한 깨달음이다. 내 주변에 내몸같이 내마음같이 이리 자연스럽게 존재하던 것들의 아름다움이여, 소중함이여!

이 책의 글작가이신 권정생님께서 책을 통해 언제나 보여주시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은 단순하고도 큰 느낌을 우리에게 준다. 그 가르침은 또 언제나 답답하고 무거운 훈계의 모습으로 오지 않고, 우리가 늘상 발 딛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인 생활 속에 녹아있다가 사뿐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선생님의 제안에 따라 비로소 주위를 돌아보고 내가 서있는 곳을 느낀다. 이런 느낌은 한번 오고난 뒤엔 좀해서 지워지지 않고 때로 삶과 함께 가기도 한다....

권정생님의 글도 글인데다, 정승각님의 그림도 참 훌륭하다. 정승각님은 작업한 그림책도 많지 않은데, 권정생 선생님과 하신 적이 여러번이다. 굉장히 공들여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이책 외에도 <강아지똥>, <황소아저씨>가 있고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는 직접 옛이야기를 재해석해서 쓰고 그리셨다고 한다.
<오소리네 집 꽃밭>은 어쨌든 참 아름답다.
.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알록달록 몸빼(?) 바지를 입고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시치미를 뚝 떼는 오소리 아줌마의 모습을 보는 유쾌함이다. 진지한 주제에, 온갖 공이 들어간 그림을 보며 자꾸만 심각해지려는 마음을 샐쭉 들어올려주는 두 작가의 솜씨를 놓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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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뱀장어의 여행 과학 그림동화 8
마이크 보스톡 그림, 캐런 월리스 글, 장석봉 옮김, 강언종 감수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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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림동화란, 어쩌면 이야기 그림 동화보다 더 아름답고 더 신비로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뱀장어. 뱀장어 구이로 토막진 채로 식탁에 오르고, 수족관에 가면 어항보다 조금 큰 물통에 담겨져 흐린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뻐끔거리며 숨쉬고 있는 커다란 물고기. 아름답고 신비로우나 이미 그 아름다움을, 신비로움을 잃은 채 우리를 만나는 뱀장어.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아하, 뱀장어. 그 물고기라면 잘 알고 있지, 맛은 어떻고 생김은 어떻고, 강에서 나서 바다로 먼 여행을 떠나고..' 어느날 뱀장어 전문 요리점에서 석쇠에서 지글거리는 뱀장어 구이를 맛보며, 반주를 마셔가며 안주삼아 뱀장어를 이야기한다. '수족관에서 봤더니 아, 생각보다 크더라구. 어쩌구저쩌구....'

그러나 그 뱀장어에게, 뱀장어의 일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연 아는가?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기도 하고 뱀처럼 미끄러지듯 다니기도 하는 뱀-장-어에게, 어떤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 책의 글과 그림을 그린 이들은 그 뱀장어의 신비로운 여행을 이야기한다. 시적인 문체와 맑고 투명한 그림으로.

글을 쓴 캐런 월리스는 아일랜드에서 뱀장어를 기르면서 가수 겸 작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마이크 보스톡은, 늘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런 그들의 관점은 그대로 그림책에 드러난다. 옮긴이의 힘을 더 입어, 이들의 뱀장어 이야기는 그대로 한편의 긴 시가 된다.

'깜깜한 바다 저 깊은 곳에서
새끼 뱀장어가 다시 태어나요.
대나무 잎처럼 길고 납작하게 생겼고
수정처럼 투명한 댓잎뱀장어 말이에요.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에는
톱날처럼 생긴 이가 나 있어요.
댓잎뱀장어는 먹보처럼 먹어대면서
물 속을 헤쳐 나가죠.
한번 상상해 보세요.
대나무 잎처럼 생긴 댓잎뱀장어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파도를 헤치며 드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을 말이에요.'

그리고 푸른 물 속을 헤엄치는 수백만 마리의 댓잎뱀장어 새끼들. 저마다 동그랗고 파랗고 새까만 구슬과 같은 눈을 반짝이고 톱날처럼 생긴 이를 벌리고 댓잎같은 몸을 바다에 맡기고 있다. 물빛을 띈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와서, 손톱만한 크기의 댓잎 뱀장어 새끼들조차 너무나 시원시원한 크기로 마치 살아날 듯 그려져 있어서인지 정말로 내게는 이 그림책을 보는 것이 뱀장어를 그린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것 같고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것 이상이었다. 사실적이되 작가의 상상력이 충분히 느껴지는 그림의 신비로움. 일생을 마치고는, 다 쓰고 버려지는 은박지처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는 작가의 섬세한 표현...

옛날 바닷물고기 도감에서 만났던 사르가소 바다의 뱀장어들을, 몇달전 서울의 어느 커다란 수족관 안 작은 어항에서 권태롭게 움직이던 커다란 뱀장어를, 이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다시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자연을 주유하는 뱀장어의 일생을 이렇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는 뱀장어를 비롯한 만물에 경외를 느끼게 되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그대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이 과연 이 시적인 과학그림동화를 끝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확신하기 어려웠던 내 우려와는 달리, 아들은 이 이야기- 장엄하기 이를 데없는 서사시와 같은-를,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넋을 놓고 보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들과 나는 그들 뱀장어와 더불어 대 장정을 마친 듯, 잠시 말을 잊고 가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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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민들레 그림책 4
현덕 글, 이형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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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930년대에 씌어졌다고 하기엔 현덕의 글은 혁신적이다. 그당시 그림책으로 이리 새롭게 태어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너무나 '그림책 적'이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작가의 글, <나비를 잡는 아버지>나 <집을 나간 소년>들을 보고는 그토록 현실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실적인 작풍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는데...
<고양이> 라는 것은 이게 현덕의 글이었나? 하는 생각으로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든다. 아이들의 고양이 놀이를 따라다니며 고대로, 한 몸짓 빠뜨리지 않고 덧붙이지도 않고 고대로만 써낸 것 같다. 그렇게 그대로만 써보는 것으로도 그냥 흐뭇하니 입가에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글이 되니라, 하면서.

앞서 말한 현덕의 창작동화집 <집을 나간 소년>에서 한번씩 등장하는 노마라는 주인공이, '아하, 이리 놀기도 했구나' 하고 생각하니 그 답답하고 어려웠던 시절에도 재료 하나 없이도 온몸으로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이 맘에 그려져서 더욱 푸졌다. 아이들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 천진함을 아주 잃어버리기 어려운 존재가 아닌가..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이 잃어버린 그 몰두를 아이들을 통해서 본다.

더불어 이 책은 이형진의 그림책이다. 현덕이라는 작가의 몫이라고만 하기에는 그림을 그린 이의 몫이 너무나 크고 도드라진다. 그의 선은 마치 고양이의 몸놀림만치 유연하다. 과감한 생략은 온통 고양이를 닮은 아이들의 몸놀림에만 우리의 눈을 집중하게 한다. 아이들의 표정은 장난기, 호기심, 놀람들이 그대로 살아있어 절로 나를 미소짓게 한다.

놀이가 고조되어 노마, 영이, 똘똘이 들은 그대로 스스로 고양이인양 하며 눈을 반들거린다. 부엌 선반 위에 앉힌 북어 한 마리를 물어 내와서는 조르르 둘러앉아서 그대로 고양이가 되어 입으로 북북 뜯어 나눠 먹는다. 이에 어머니가 나오다 보고 발 구르며 쫓아오고, 입에 북어 조각을 문 고양이 세 마리가 후다닥 달아난다. 그들은 아예 고양이 그림자를 달고 달아난다.

다시 이 그림책의 미덕을 되살려보면, 우선 글의 품새가 우리에게 새롭다. 30년대라는 시기가 무색하게 지금 봐도 자연스럽고 아이들 마음을 적확히 잡아내고 있다. 그러나 내게 더 놀랍게 다가온 것은, 이형진의 그림이다.

이형진의 고양이 그림책을 보며 나는, 그가 앞으로 더 빛나는 그림책을 만들어내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그림책이 될 만한 글을 골라내는 감각이 탁월하며, 글을 최대한 빛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릴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 듯 보인다.

그가 <잠꾸러기 불도깨비>를 그렸고, <숨은 쥐를 잡아라>에도 그림을 그렸으며, <메주도사>도 그리고 <안녕 나는 너의 재롱동이야>를 그리더니 드디어 '이형진의 옛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여우누이 이야기를 재해석한 <끝지>를 내놓은 사실은 그런 그의 준비를 신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를 믿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라니. 그런 기다림은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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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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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가 그대로 느껴지는, 영락없이 그의 책이다. <고릴라>, <돼지책>, <동물원>, <Voices in the park>, <knock, knock, who's there?>, <미술관에 간 윌리> <헨젤과 그레텔> 들과 마찬가지로 보기만 해도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체는 극히 사실적이다. 아마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다, 라고 말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보통 우리가 뭉뚱그려 보고 마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그의 그림책에서는 절대로 뭉뚱그려지는 법이 없다. 언제나 한올 한올, 반짝거리며 살아나고 나뭇잎은 그늘과 빛을 그대로 드러내며 매달려있다. 그것이 한결같은 그의 그림이다. (나는 정말 그의 그림이 맘에 든다)게다가 그의 그림에는 그가 독자에게 넌지시 던져주고 싶어하는 웃음기가 듬뿍 묻어있다. 웃음, 혹은 광범위한 암시.

이 책 <터널>에서도 숲 속의 풍경에는 짖궂게도 많은 것들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들어있다. 오빠를 찾을지 못 찾을지 모르는, 한치 앞을 모르는 어둔 숲 속을 용감히 들어간 여동생은, 그러나 얼마나 무서웠던지 마침내 그 으스스한 온갖 짐승 나무들의 행렬을 견디지 못하고 후다닥 뛰기 시작한다. 속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왼쪽과 오른쪽에 전혀 다른 두 평면이 나타난다. 하나는 고운 벽지 앞에 얌전히 놓여있는 책, 하나는 거친거칠한 담벼락과 공이라도 차고 싶어지는 잔디밭.그리고 내용으로 들어가면 아니나 다를까, 이 세상의 많은 남매들처럼 서로 겉도는 여동생-오빠가 나온다. 여동생은 곱고 조용히 책을 읽고 혼자 있기를 즐긴다. 오빠는 그런 것쯤, 하면서 언제나 밖에 나가서 거칠게 놀기를 좋아한다. 짖궂기도 하다. 이래서 남매간에 싸움이 끊기질 않는다.(우리 집에도 그런 전형적인 '암투'가 있다)

그리고 엄마에게 잠시 쫒겨나서 어떻게 어떻게 들어가게 되는 어두운 터널. 그리고 빠져나옴. 싱긋, 웃고 있는 여동생의 달라진 표정. 그리고 맨 마지막 뒷 표지의 속지. 여동생이 즐기는 세계와 오빠가 즐기는 세계의 마주침을 여동생의 책과 오빠의 공으로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어쨌든, 아이들에게도 종종 일어나고 (우리집 남매들은 어느 순간 서로 의기 투합하여 동맹 관계에 들어가 공히 엄마의 적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흐뭇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어쨌든 행복한 결말이지만, 뭐 이런 결말이 영원히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반대도 아니리라.

아이들을 키워보면, 아이들도 나름대로 형제들, 친구들을 만나며 헤어지며 큰다. 오늘은 좋아서 죽고 못 살다가 내일은 어느새 다른 친구랑 죽고 못사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예전의 친구랑 원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남매끼리도 마찬가지다. 항상 옆에 있으니 만날 기회가 많다. 갑자기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금새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의 행복한 결말이 그렇게 느껴진다. 서로 너무 달라 관계 맺기가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조차(가장 가까운 가족, 그 중의 남매들에게도) 이렇듯, 뜨겁게 만날 수 있다고, 게다가 그 뜨거운 순간의 만남은 두고두고 기억 속 깊은 곳에 저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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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해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차정인 그림, 신순재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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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에게 여러 동물들의 구애 방법을 알려주는 과학, 지식 그림책이라고 분류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글을 쓴 신순재씨는 아이들 마음을 아주 잘 파악한 것 같다.그림도 귀엽고 호감이 가지만, 내겐 글이 주는 신선함이 더했다. 이렇게 쓰니까 읽어주는 엄마도 즐겁고 듣는 아이도 얼마나 재밌어 하는지 모른다. 계속 반복해서 묻고 답하는 구조를 가지면서도 계속 새로운 동물들의 새로운 방식의 구애방법이 나온다.
결국 우리의 주인공 아빠개구리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엄마 개구리에게 구애하기에 이르고, 그리고 아기들이 태어나고... 입말체로 씌어진 말들이 정겹고 재미있다.
글쓴이의 세심한 언어 고르기가 유난히 느껴지는 책이다.어른들이 봐도 재미있는데, 좋은 책이란 정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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