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적이야 그림책이 참 좋아 1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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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가 엄마에게 오는 것, 그건 기적이라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다. 첫 만남의 순간, 우리는 모두 그걸 깨닫고 전율한다. 그러나 그 전율의 순간은 언제부터인가 희미해지고.. 그저 온전하게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던 아이에게 엄마는 어느새 무한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걸 발견하는 날이 온다. 그럴 때 흠칫 하지만 금세 마치 소용돌이에 휩쓸리듯 아이를 다그치고 있는 자신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럴 때, 무언가 자극이 필요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잊고 있던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아이와 자신의 관계를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 내게 아이는 이미 훌쩍 커 버렸지만, 그림책 한 권을 통해 다시 그때의 초심을 건져올릴 수는 없을까. <너는 기적이야>라고 아이를 되새기면서.

최숙희 작가는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서도 그림체가 독특하고 색감이 특별한 작가다. 많은 독자들이 그이의 작품을 좋아하고 공감한다. 이 작품은 특히나 아들과 자신의 관계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작업한 것이라 엄마인 작가의 따뜻함이 물씬 배어난다. 속표지에 그려진 이 그림은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첫 만남을 기다리던 설렘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

네가 처음 세상에 온 날, 해도 너를 맞으러 어둠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지. 네가 내게 왔다는 것, 그건 기적이었어.
최숙희 작가가 즐겨 그리는 동물들이 한꺼번에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보면 그야말로 장엄하게, 기적처럼 아이가 온다. 안녕, 하며 손을 흔들듯. 기적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

아이가 처음 웃던 날.. 그때는 정말 세상 모든 것이 다 웃고 있는 것만 같았지.

첫 이가 돋던 날도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작가는 땅 속에서 파릇파릇 움트는 새싹과 이제 막 처음 돋은 아기의 이를 대비시켰다. 얼마나 기분 좋은 대비인가!

그리고 아기가 처음 "엄마"라고 부르던 날, 또 처음 걷던 날을 기억한다. 그 어느 날이 소홀할까.

아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날.. 비도 토닥토닥.. 괜찮다는 듯.. 어깨를 두드린다. 마음이 찡한 장면이다.아이의 측은한 표정, 아이를 지키듯 걱정스런 눈으로 곁에서 함께 비를 맞는 커다란 개.. 금세 느낌이 온다.

아이가 아픈 날의 기도..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 있다. 엄마가 지친 어느 날, 아이는 두 팔로 엄마를 감싸안으며 자기가 엄마를 지키겠다 말해준다. 작가의 말처럼, 세상 그 어느 말이 그보다 힘이 될까.

드디어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달려가던 날. 모두들 아이의 첫발을 응원하고 엄마는 누구보다 가슴이 벅차다. 아이는 용감하게 한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이 장면, 엄마의 말은 '내 가슴은 뛰었어. 뜨거운 눈물이 났어.' 라고 되어있지만, 그림의 엄마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냥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뭐랄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으면 글과 잘 어울리며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네가 크는 동안 너와 함께한 그 모든 날들이 기적만 같다. 이 그림책에서처럼 아름답고 눈부신 순간만 있었던 게 아니라 지지고 볶으며 웃고 울던 시간이었지만, 그게 이 세상 모든 엄마와 아이의 일상이지만, 그 일상 속에 자꾸만 잊혀지곤 하는 첫 마음,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는 것'을 이 그림책은 따뜻하게 되살려주고 있다. 열일곱의 생일에 이 그림책을 엄마로부터 받은 아들은 어떤 마음일까.. 절로 '엄마가 제겐 기적이에요' 가 될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기대하는 한 마디도 그것이 아닐까.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바로 기적과 같은 존재란다! 그런 첫 마음을, 우리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재미보다는 감동을 주고싶은 책. 다 큰 아이들에게는 좀 간지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 2005년에 낸시 틸먼이 만든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라는 그림책을 보았는데 어쩐지 전체적인 어투나 지향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은 그 책대로, 이 책은 이 책대로 좋았지만, 뒤에 만들어진 책은 앞서 나온 책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틸먼의 책 뒷표지에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야. 더없이 멋지고 근사한 그날에, 너는 기적처럼 우리에게 와 주었단다.'라는 말을 보면, 최숙희 작가의 이 책은 틸먼 그림책의 우리나라 버전인가 싶은 생각도 얼핏 스친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다면, 그걸 오마쥬의 형식으로 그림책에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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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10-10-1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정말 꼼꼼한 리뷰입니다.저도 알사탕 준다고 해서 포토리뷰 했는데 발표가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