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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 다이어트와 심리의 비밀에 관한 모든 것
캐런 R. 쾨닝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책 제목을 보고 바로 생각나는 게 '못된 사람들'은 어째서 더 오래 살까, 라는 유명한 물음이었다. 비슷한 댓구 형식 말고는 연관성이 없나? 가만 생각해보면, 연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실은 거의 같은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의 물음은 '비만으로 고생하는 착한 여자'를 타깃으로 특화하고 있을 뿐이다. 

의문문 형태의 제목을 봤는데 실은 책을 읽기도 전에 벌써 답이 나온다. 남들에게 맞춰서 착하게 살려고 하면서 내 속으로 곪아들어가지 말자.. 라는 이야기. 세칭 '못된 사람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남 기분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해보고 싶은 짓 다 하고 사니까 스트레스 적고 쌓이는 화가 없으니 평온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분석이 이미 나와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착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으로 쌓이는 온갖 스트레스와 억압된 상황의 돌파구를 찾아 가는 길이 어쩌다 (혹은 누군가에게는 필연적으로) 먹는 것으로 귀결되어 그만 살찌고 만다는 것, 가능한 상상이고 유추가 아닌가. 우선 누군가가 그 당사자라면, 내가 살찌는 이유는 '단지 과하게 먹어서' 라는 표면의 이유 아래 덮여 있는 이면의 이유, 즉 '내 삶의 운영 방식이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남이 바라는 대로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제목을 보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어도 바로 그것이다.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데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담자들에게 지은이는 바로 그 이면을 보게 해 준다. 1장부터 11장까지가 다 '더이상 남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지 말고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라'의 변주다. 하나하나 별반 다른 항목으로 구분되는 내용이라고도 할 수 없다. 지루할 정도로 되풀이된다.  

살아가는데 '내가 어려워하고 있는 문제'는 사실 늘 쉽게 풀리지 않는다. 요행 문제를 이해했고, 누군가 답을 가르쳐 줘서 이해까지 했다고 해도 말이다. 알아도 안 풀리는 게 내가 살아온 방식의 오래된 습관, 이미 굳어져버린 익숙함, 이제서야 낯선 길을 가야 하는 불안함 이런 것들이 정답의 방식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 몰라서도 어렵고 알고도 어려운 게 '내 인생의 문제' 인 것이다. 

반면, '남이 어려워하고 있는 문제'는 사실 자주, 쉽게 그 답이 '내 눈에' 보인다. 그건 내가 그 문제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훨씬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만큼 아프지 않고 당황하고 있지도 않으며 절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내 이야기'보다 '남 이야기'에 더 열을 올리는지도 모른다. 내 문제는 언제나 어렵고 남의 문제는 쉬워보인다. 어쩌면 바로 그래서, 약한 우리들은 서로 조언해가면서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문제는 너에게 보이고 너의 문제는 내게 보이니...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비춰보기 위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해서 그 거울이 나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거울은 정직하게 나를 반영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거울에 비친 모습도 물론 바뀌지 않는다. 거울의 역할은 '정직한 반영'에 그친다. 반영되는 상을 보고 나를 깨닫고 노력하는 것은 자기자신일 수 밖에 없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주변 뿐만 아니라 내 안의 여러 문제가 그것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정직하게 비추어주는 거울은 우선 유용하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나를 비추어준다는 온갖 실용서가 나와 있다. 내 문제를 비추어주고 있는 거울을 하나 집어들어 문제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스스로 깨닫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끄는 손을 잡고 나오고 싶으면 매달릴 수도 있겠다. 그 손을 잡는 것도 어느 순간 놓아버리는 것도 나 자신일 수 밖에 없으니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도움의 손길을 찾았다는 것 부터가 위안이 되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장황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절반의 절반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온갖 여러 사례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 문제를 풀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이 문제의 답을 필요로 하는 독자라면 처음 몇 장(전체 11장) 만으로도 답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 다음은 답에 대한 사색이, 그 뒤로는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의 답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독자라면 더욱더, 몇 장 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토록 길게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게 과연 누구에게 유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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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7-1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장황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같은 얘기의 지루한 반복이니까 잘 읽히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니, 그만큼 자기 자신이 변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기에 저자가 지겨울만큼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한 표 던집니다. :D

2010-07-10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