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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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많이 읽었다. 다른 글쓰기 책과 달리 이 책은 단어 채집부터 시작한다. 단어가 기본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고 고치다 보면, 평상시 익숙했던 단어지만 내가 뜻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그제서야 새삼스레 그 단어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스치는 타인에서 갑자기 아는 지인이 되듯 단어와 비로소 안면을 트는 것이다. 그렇게 단어를 깊이 알아야 문장이 정확해진다. 

작가는 단어의 속성과 본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라고 한다. 그래야 정확하게 글을 쓸 수 있고, 글에 진실을 담을 수 있다 한다. 단어의 속성과 본성을 깊이 생각하다 보면 사물과 소통할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하게 쌓인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한다. 사물과 소통하고, 사물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진실 되게 글로 표현하는 것. 작가에게 글쓰기는 거룩한 의식과도 같았다. 

단어를 깊이 통찰하지 못했던 나는 아직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단어와 하나하나 안면을 트면서 속성과 본성을 깊이 이해할 때, 세상에 대한 이해도 트이고, 그 방향이 삶을 사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작가에게서 도가의 도인 같은 분위기가 풍겼던 건, 글쓰기를 이렇게 한 땀 한 땀 단련하며 쌓아 올렸기 때문인가 보다. 단어 하나하나와 인사하고 그 본질을 깨달으면서 사물과 소통했기에 세상과 인간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고, 남들이 못 보는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남다른 따듯함과 인간미도 그 단련의 세월이 일구어낸 강인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몹시 작가가 큰 사람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단어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크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문장 비법 뿐만 아니라, 글쓰기 자체 대해서도 크게 배운 책이었다. 

글의 기본 재료는 단어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 P12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 P53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 - P97

글을 쓰기 전에 철저하게 가식을 경계하라. 가식은 여러 종류의 척하는 병들을 불러들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인격을 격하시키고 글의 궁극적 목표인 감동이나 설득력을 깡그리 말살시킨다. - P107

글쓰기에도 욕심은 금물이다. 욕심이 들어가 있는 문장은 모두 죽어 있는 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07

문학은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견성의 산물이다. 작가는 정답을 찾아서 독자들에게 글로 전달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깨달음을 통해서 얻어낸 정서를 독자들에게 글로 전달해 주는 존재다. 시인 서정주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노래한 것도 깨달음의 결과다. 그리고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라고 설파한 것도 깨달음의 결과다. - P228

좋은 글을 쓰려면 예술의 본성도 아름다움에 있고 우주의 본성도 아름다움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P290

글에도 기혈의 순환이 있다. 기혈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글도 중병에 걸려서 생명을 잃게 된다. 욕심과 가식과 허영은 기혈의 순환을 방해한다. 진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완치되지 않는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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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 초판한정 각양장 + 면지 친필 사인(인쇄) 일러스트 + 책갈피 (작가 낭독 음성 QR코드)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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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고,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기에 나오자마자 샀던 책. 여행을 좋아하지만, 주로 생각과 나를 잊어버리기 위해 떠났던 것 같다. 물론 자아를 잃어버리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이유도 있었지만, 작가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이유는 더 다채롭다. 내가 느끼는 여행만이 아니라 작가가 느끼는 다양한 여행에 대한 생각들이 흥미로웠다. 마치 알쓸신잡을 찍을 때 이야기했던, 여행하는 당사자는 모르지만, 나중에 편집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제 3자가 되어 시청하는 기분처럼, 작가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여행의 이유를 내 삶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난 김영하 작가의 글에서 늘 이렇게 다른 관점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움이 마치 여행처럼 새롭다. 책을 사 놓고 오랫동안 읽지 못했는데, 여행이 그리워지는 요즘 읽으니, 이 책에 나오는 각각의 이유를 들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만약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 즉 그림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만약 그것을 잃었다면,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면, 남은 운명은 방랑자가 되는 것뿐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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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 예비 저자를 위한 헛수고 방지책
김태한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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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 책을 집었다. 책 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쓰기 위해 힘을 내라고 독려하는 책이어야 할 것 같았는데, 이 책은 이렇게 쓰지 말라고 말리는 글이다. 그 발상이 재미있었다. 직접적으로 이런 원고는 안된다고 표현하는 일갈을 기대했는데, 책은 점잖았다. 직접적인 쓴소리보단 책을 쓰기 위한 과정을 로드맵처럼 펼쳐 보여준다. 다만 길 중간중간 샛길 주의, 허세 금지, 계약 중 유의 사항 같은 방식으로 실수를 피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 주었다. 전체 과정을 보여주니 오히려 꼼꼼히 중간 점검을 할 수 있어 유익한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책 쓰기만이 아닌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소개해 준 점이 유익했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만의 세상을 창조하느라 세상살이와 어긋나 버릴 때가 많은데, 책이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부분을 알려준 것 같았다. 책이 얇고 쉬워서 깊이 있게 다루지 않은 점은 아쉽긴 했지만, 첫 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안내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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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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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무엇일까?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밀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말했듯, 모모는 사랑했고, 사랑하려 남았다. 앞으로도 사랑하려 한다. 그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자기 앞의 생을 끌어안은 모모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 글을 쓴 사람이 로맹 가리이든, 에밀 아자르든, 작가는 그저 소설 속에 살아있는 모모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자연의 법칙이든, 현실이든 아랑곳없이 사랑만이 사람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랐을지 모른다. 글 쓴 이에 대한 안경을 끼고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허세를, 정작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오만을 그는 통렬하게 비웃었다

소년의 세상은 보지 못한 삶의 진실을 드러내며 미소 짓게 해주었고, 누구보다 통렬하게 진실을 일깨웠다. 작가가 전했던 방식은 묵직했다. 모모의 삶이 너무 시리게 아프고 아름다워서 내내 품고 앓으며 사랑하고 싶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 P174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 P307

로맹 가리의 짤막한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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