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 깍두기님 서재에서 음주채팅을 할 때, 아니 그 전부터 따놓고 야금야금 마시고 있는 와인을 따랐다. 생전 처음 코르크 마개를 따느라 1/3 정도를 날려먹고, 남긴 코르크로 겨우 막아 놓고 있는 그 와인. 새삼스럽게 병을 높이 쳐들고 얼마나 남았나 살펴보니 아직도 반가량이... 내 생애 최초의 와인에 비해 굉장히 맛이 부드러운 편인데다 아무튼 입에 아주 잘 맞아서 '내 인생의 와인' 따위의 거창한 말까지 했었는데...
오늘의 안주는 올리브유에 살짝(부분부분 매우 까매진) 구운 쥐포다. 원래는 전자렌지에 앞뒤로 약 45초 돌려서 가위로 잘라 먹는데, 문득 내 눈에 아까 만두를 구운 후 올리브유가 아직도 남아 있는 프라이팬이 보이는 거다. 그래서 거기다 쥐포를 굽고 먹어보니 어릴 때 학교 앞 가판에서 먹던 그 튀김쥐포 맛이 난다. 마치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 때처럼 기름을 냄비에 한가득 붓고 샤워시켜서 먹는 쥐포 같은.
참, 이 칠레산 와인은 다 좋은데 알콜도수가 너무 세다. 아직 와인이 남았는데 쥐포를 다 먹어 버렸다. 취했나? 축구를 볼까 하다가 잠시 귀 좀 쉬게 해주려고 앉은 건데... 지난번 번개 때도 멀쩡했는데, 새삼 온 몸에 열기가 쫙 퍼지는 느낌이다.